난소암 환자의 약 70%는 표준치료에 반응하더라도 재발하며, 재발이 반복될수록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점점 짧아지고 백금계 약물에 내성이 생긴다. 백금저항성 난소암은 백금민감성에 비해 예후가 더 나쁘고 생존 기간도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표준요법은 백금착제와 탁산계 약물의 병용이다. 예컨대 카보플라틴/시스플라틴+파클리탁셀 병용요법은 치료 반응률이 낮고 생존 개선 효과도 높지 않아 임상적 이점이 크지 않았다. 여러 연구에도 백금저항성 난소암의 치료 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며, 지난 20여년간 난소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단 5.6%p(60%초반에서 60%후반으로 늘어남)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난소암은 난소, 나팔관, 복막 등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국내 발생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고 조기 검진법이 부재해 70% 이상이 진행성 난소암으로 진단되며, 이로 인해 유방암, 자궁체부암 등 다른 여성암과 비교해 5년 상대 생존율이 약 30%p 낮을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더욱이 수술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중심의 1차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5명중 1명(20%)은 초기 치료 후 6개월 이내 재발해 ‘백금저항성 난소암’으로 발전한다. 이들 환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반복된 선행치료로 전신 상태가 약화된 경우가 많아 평균 기대 여명이 1년을 넘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10년 만에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 등장하면서 처음으로 백금저항성 난소암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전체생존기간(OS) 개선을 보였다.
한국애브비는 지난 28일 백금저항성난소암 항체약물접합체(ADC) 치료제 ‘엘라히어’(성분명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의 국내 허가를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약의 장점을 소개했다.
엘라히어는 엽산 수용체 알파(FRα) 양성인 난소암 치료에 최초로(first-in-class) 승인된 ADC다. 이전에 한 가지에서 세 가지의 전신요법을 받은 적이 있고, FRα 양성이면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저항성이 있는 고등급 장액성 상피성 난소암, 난관암 또는 원발성 복막암 성인 환자에서 단독요법으로 지난해 12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난소암은 발생 세포의 기원에 따라 상피성, 생식세포성, 성색삭-간질성으로 나뉘며 대부분인 약 90%가 상피성이다. 상피성암은 다시 장액성암, 점액성암, 자궁내막양, 투명세포암으로 나뉘는데 가장 흔한 게 장액성이다. 장액성은 양측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병기가 빨리 진행된다. 난소를 귤에 비유하면 귤 껍질에서 생겨나 인근 복막으로 쉽게 전이될 수 있는 게 상피성,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장액성 난소암이다.
FRα는 종양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엽산 결합 단백질로, 엽산의 세포 내 유입을 매개한다. 정상 조직에서 거의 발현되지 않지만 암세포, 특히 난소암에서 높게 발현되는 특성을 보인다. 로슈진단의 면역조직화학(IHC) 기반 동반진단검사(VENTANA FOLR1 (FOLR1-2.1) RxDx Assay)를 통해 종양 세포의 75% 이상에서 막 염색 강도가 2+ 이상으로 확인된 경우를 FRα 양성(고발현)으로 판정한다. 오는 3월부터 일선 병원에서 동반진단검사가 개시되고 관련 비급여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높은 수준의 FRα 발현은 분화도가 낮고 더 공격적인 종양을 유발하며, 기존 화학요법에 내성을 초래한다. 상피성 난소암의 76~89%에서 FRα가 과발현한다.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36~68%, 비소세포폐암에서는 14~74%, 중피종에서는 72~100%, 자궁내막암에서는 20~50% 이상에서 과발현한다.
이재관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체 난소암 환자의 약 35~40%가 FRα 양성으로 추정되며, FRα 바이오마커의 발현은 진단부터 재발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며 “난소암 진단 과정에서 동반진단검사를 진행함으로써 FRα 양성 여부를 미리 확인한다면, 백금저항성 난소암으로 발전 시 신속하게 FRα 타깃 ADC 치료제인 엘라히어로 효과적인 후속 치료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양 이질성에 따라 이전 FRα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경우라도, 재발해 FRα 양성으로 변화할 수 있으므로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라면 재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재관 고려대 구로병원(왼쪽), 이정윤 이정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한국애브비의 FRα 표적 ADC 신약 '엘라히어'의 치료적 혜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정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글로벌 3상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한 엘라히어의 이점을 조명했다.
엘라히어는 허가의 기반이 된 ‘MIRASOL’ 연구를 통해 FRα 양성이며 이전에 최대 3가지 치료 경험이 있는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요법(227명)으로 치료 시, 연구자(의사)가 선택해준 비(非) 백금 항암화학요법(226명: 파클리탁셀, 페길화 리소좀 독소루비신(PLD), 토포테칸 등에서 선택)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5%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HR=0.65 [95% CI 0.521, 0.808]; p<0.0001).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 역시 엘라히어 치료군은 5.62개월로(95% CI 4.34, 5.95), 대조군의 3.98개월(95% CI 2.86, 4.47) 대비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엘라히어 치료군과 대조군 간의 전체생존곡선 비교에서 엘라히어 치료군에서 일관되게 좋은 결과를 보였다. 엘라히어 치료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6.46개월로(95% CI 14.46, 24.57), 대조군의 12.75개월(95% CI 10.91, 14.36) 대비 높게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은 33% 감소했다(HR=0.67 [95% CI 0.504, 0.885]; p=0.0046).
이러한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은 엘라히어를 FRα 양성 백금저항성난소암 치료에서 선호요법(preferred regimen)이자 카테고리 1(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 대한부인종양학회 역시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높은 근거 수준(Level I)과 권고 등급(Grade A)으로 엘라히어를 권고 중이다.
MIRASOL 연구에 참여한 이정윤 교수는 “엘라히어는 최초의 난소암 표적 ADC, 최초의 바이오마커 기반 백금저항성 난소암 치료제, 백금저항성 난소암 치료제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생존기간을 입증한 항암제라는 3가지 타이틀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엘라히어 치료군의 객관적 반응률은 42.3%로 대조군(15.9%) 대비 유의하게 높았는데, 이는 기존 치료에서 충분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도 더 나은 예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즉 개선된 객관적반응률은 종양의 사이즈를 줄일 뿐만 아니라 환자가 회복할 틈을 주어 난소암으로 저하된 소화기능을 개선하고 통증을 완화해 삶의 질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무진행생존기간과 전체생존기간의 연장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그는 “엘라히어는 FRα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세포독성물질(소라브탄신)을 암세포 내부로 전달하고 주변 암세포까지 제거하는(bystander killing 효과) 기전을 기반으로 강력한 항암 효과를 발휘하는 ADC 치료제”라며 “바이오마커 기반의 치료 전략이 적용되는 만큼 향후 더 정교한 환자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선 엘라히어의 임상 혜택을 통해 국내 백금저항성난소암 환자의 생존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라히어는 다른 항암제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시야흐림, 각막병증의 부작용이 각각 환자의 41%, 32%에서 나타났다. 혈액학적 부작용(호중구감소증, 빈혈, 혈소판감소증 등)이나 탈모, 말초신경병증, 설사, 오심, 구내염 등의 부작용은 적었지만 안구관련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다만 각막궤양이나 천공 등은 나타나지 않았고 안과 부작용 환자의 53%가 대증적 치료나 약물의 일시중단이나 감량을 통해 대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주기적인 안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정윤 교수는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암 치료에서 안구 부작용 우려로 투여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안구이상 문제로 엘라히어를 중단한 환자는 4명(1.8%)였다"고 설명했다.
난소암은 2023년 기준 3236명이 신규 진단됐고 같은 해 1379명이 사망했다. 이는 유방암 사망자(2832명)의 절반 수준에 달하며, 부인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여성의 암 사망 요인 중 8위에 랭크될 정도로 사망률이 높다. 하지만 난소암은 소화불량이나 복통 같은 비특이 증상을 보이고, 암 특이적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 따라서 20~30대부터 이상이 감지되면 산부인과를 찾아 검진을 받아보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한 예방법이라고 이재관 교수는 설명했다.
난소암에서 세포독성 항암제가 아닌 항암제로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차단하는 신생혈관억제 표적항암제인 베바시주맙(Bevacizumab)과 BRCA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백금 기반 항암제에 반응이 좋은 환자에게 추천되는 PARP 억제제 올라파립(Olaparib) 등의 유지요법이 있다.
베바시주맙은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연장하는 데는 효과적이나, 전체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단독요법보다는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등 항암화학요법과 병용할 때 효과적이며, 15개월 정도의 유지요법이 표준이지만 이 기간을 초과한다고 해서 더 나은 생존 이득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린파자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효과적이다. 특히 1차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반응한 BRCA 변이 환자 대상 임상에서 5년 생존율 67%를 기록하여, 치료받지 않은 군(38.1%) 대비 장기 생존율을 2배 가까이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약 30~40%대 해당 조건 난소암 환자의 치료성적율보다 높은 것이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간값 56개월로 위약(13.8개월) 대비 획기적인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린파자는 BRCA 변이가 없는 경우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3회 이상의 전신적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4차 이상 치료에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적응증이 자진 철회됐다. 우수한 유지요법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치료 시 PARP 억제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여 재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