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선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팀은 자궁경부암 선별검사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 전략을 분석한 결과, 현재 정책을 유지할 경우 자궁경부암이 2044년에 퇴치될 것으로 전망되며,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로 전환하고 백신 접종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2034년 조기 퇴치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 여성 약 2600만명을 대상으로 2100년까지의 HPV 감염과 및 자궁경부암 발생 과정을 반영한 수리 모델링(dynamic modeling) 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검진 시작 연령(20세·25세), △검진 간격(2·3·5년), △검사 종류(자궁경부세포검사·고위험 HPV 검사) 등 총 36가지 전략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행 HPV 백신 접종률 75%와 국가암검진 수검률 51.5%(20세 이상 여성 대상 2년 주기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유지할 경우, 2044년에 세계보건기구(WHO) 퇴치 기준(발생률 여성 10만 명당 4명 이하)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WHO가 제시한 90%의 HPV 백신 접종률과 70% 수검률 목표를 달성하면 퇴치 시점을 2040년까지 앞당길 수 있다.
반면 선별검사 방법을 고위험 HPV 검사로 전환하고, WHO가 제시한 90%의 HPV 백신 접종률과 70% 수검률 목표를 달성하면 퇴치 시점을 최대 10년 이상 앞당겨 2034년에 자궁경부암을 퇴치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60만명이 새로 발생하고 34만명이 사망하는 대표적 여성암이다. WHO는 2020년 11월 세계보건총회에서 회원국 전원 합의로 ‘자궁경부암 퇴치’를 공식 채택하고, 2030년까지 △15세 이전 HPV 백신 접종률 90% △35세·45세 자궁경부암 검진율 70% △ 환자 치료 접근성 보장률 90% 라는 ‘90-70-90’ 목표를 제시했다.
자궁경부암 퇴치(Elimination of Cervical Cancer)는 단순히 모든 환자가 사라지는 근절(eradication) 개념과는 다른 것으로, 자궁경부암이 더 이상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인구 10만명 당 4명 이하 발생)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으로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전액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국가검진사업에 힘입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인구 10만명 당 18.8명에서 12.3명으로 떨어졌다. 2016년부터는 만 12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HPV 백신 무료 접종을 시행해 2023년 기준 약 74%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HPV 백신은 오래 전부터 검증된 단백질 기반 백신으로 WHO, 미국 질병관리청(CDC), 유럽의약품청(EMA) 등 국제기구에서 안전성이 입증됐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민국이 자궁경부암 퇴치 선도국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암관리 경험과 전략을 다른 국가에도 공유하고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귀선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보건AI학과 교수
연구책임자인 최귀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이 자궁경부암 퇴치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라며 “HPV 백신 효과는 수십 년 후 나타나는 반면, 검진은 즉각적으로 암 발생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암검진 정책이 자궁경부암 퇴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고위험 HPV 검사가 현재 국가암검진에서 제공하는 자궁경부세포검사에 비해 약 4배 정도 비싼 검사임을 고려할 때 국가암검진사업에 고위험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025년 8월 12일 세계적 의학학술지 ‘JAMA Network Open’(IF=9.7)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