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김재학)가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환자들과 함께 희귀질환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전승인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며 지난 2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행 중인 사전승인제도가 급성으로 진행되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환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에 환자의 건강보험 급여 적합성을 심의하는 사전승인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과 같이 48시간 내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생명을 위협받는 급성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14일(366시간)의 심의기간은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다.
연합회와 환자들은 권익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환자들은 치료 시점을 놓치면 신장 기능 상실을 포함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승인제도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진단받았지만, 사전승인제도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 환자 39명 중 82%가 말기 신부전증으로 인해 5년 이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환자군에서도 25명 중 20%가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지만, 적시에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에서는 사망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승인제도에서 해당 질환을 제외하거나 심의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운영 중이다. 또한, 치료제를 먼저 투여한 후 환자가 부담한 비용을 사후에 환급해주는 제도를 통해 환자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승인률이 10% 이하로 매우 낮고, 환자가 치료제 비용 약 3천만 원을 선부담한 후에도 환급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연합회는 민원서를 통해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치료제인 에쿨리주맙(품명: 솔리리스주)을 사전승인 대상에서 제외할 것 △해당 질환의 치료제를 일반 심사 대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권익위에 환자 생존권을 침해하는 현행 제도를 철저히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환연합회 김재학 회장은 “48시간 내 치료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에게 14일 심의기간은 사실상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며 “정부가 환급 제도를 시행 중이라 주장하지만, 승인률이 10% 이하로 낮아 환자가 3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선부담해야 한다. 이는 환자의 생존권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대표 X씨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환자들은 매 순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치료제를 사용하면 살 수 있는데도 정부가 질환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심의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정부가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혈전미세혈관병증으로 인해 혈전과 염증이 작은 혈관에 손상을 입히며, 급성 신부전, 심부전, 뇌졸중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치료가 지연되면 환자의 약 79%가 발병 후 3년 이내에 사망하거나 투석이 필요하며, 영구적인 신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치료제 에쿨리주맙(솔리리스주)은 2016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 연구에 따르면, 이 약을 사용한 환자 중 88%가 치료 2년 동안 합병증 없이 생존했으며, 조기 투여 시 신장 기능 개선 효과가 더욱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