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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혁신의료 도입해 초고난도질환 치료 최상급종합병원으로 나아간다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11-20 12: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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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기창 의료원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 정밀의료, 신의료기술 선제적 도입 … 진료 프로세스도 전면 개편
  • 미국 메이요클리닉처럼 기술기반 수익구조 다변화, 경영 안정화 실현 … 혁신의료 재투자 선순환
  • 방글라데시·칭다오에 ‘세브란스’ 건립 등 창립 정신 계승 … 의대 신축, 융합 연구동 건립 검토

연세의료원이 신의료기술, 신약 등 혁신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최(最)상급종합병원으로 거듭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19일 연세대 백양누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원은 신의료기술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중증난치질환 환자를 치료해 왔다”며 “혁신의료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넘어 초고난도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 로봇수술 등 신의료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중증난치질환 치료를 선도해왔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중입자치료의 경우 이달 초까지 전립선암 378명을 비롯해 췌담도암 45명, 간암 6명, 폐암 8명이 치료를 마쳤다. 지금까지 심각한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 내년 상반기 회전형 치료기를 추가로 가동하면 두경부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치료 환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세계 최초로 단일 의료기관 로봇수술 4만례 달성을 비롯해 이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많은 전문 분야에서 세브란스의 술기가 국제표준이 되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의료기기 자회사)과 차세대 수술로봇, 디지털 수술 플랫폼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폐암과 위암 등 암(종양내과) 분야에서 다국가 임상연구 결과를 NEJM이나 JAMA, 란셋 등에 게재하며 암 치료를 주도하고 있다. 심장혈관, 소화기내과 분야에서도 우수한 논문이 세계적 저널에 실리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의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정밀의료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올해 5월 희귀유전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해 임상유전과와 소아신경과 등 17개 진료과 22명의 전문의가 참여한 하님정밀의료클리닉을 개소한 바 있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이 지난 3월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원의 미래 구상 방안을 밝히고 있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신의료기술 등 혁신의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초고난도 중증질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시스템도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초고난도질환 치료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 의료원 산하 각 병원은 기존의 일반·단기병상의 비중을 줄이는 등 중증질환 중심으로 인프라를 전환하고 있으며,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TF도 구성했다. TF를 중심으로 전문의 비율을 올리고,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성화하는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수익구조 다변화하고 얻은 수익은 미래의료 연구에 재투자

   

연세의료원은 의·정 갈등 사태로 의료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이지만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연구 투자에 나서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의료기술 사업화를 통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금 의료원장은 “의료환경의 변화로 당장 의료이익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며 “이제 진료수익만으로는 미래의료를 준비하기 힘들고, 혁신의료나 필수의료체계 도입 등을 미래 발전동력으로 삼아 진료 외에도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의·정 갈등으로 올 상반기 의료수익 적자만 해도 1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에도 진료 수익은 마이너스 0.5%를 나타냈다. 병원 내 임대, 장례식장 사업 등으로 적자를 메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연세의료원은 미국의 대표적 연구중심병원인 메이요클리닉을 벤치마킹할 모델로 내세웠다. 메이요는 미네소타·애리조나·플로리다주(州) 3개 캠퍼스에 4500여 의사·과학자와 5만8000여 직원을 두고 진료·연구 양대 축을 운영 중이다.

   

메이요클리닉의 의료 히트작 중 비만치료용 위 풍선 ‘오르베라(orbera)’는 전 세계 80여 국가에서 40만명 넘는 환자에게 시술됐다. 메이요가 이 제품을 통해 거두는 기술수익은 연간 311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파킨슨병 등을 치료하는 ‘뇌심부자극기’, 간 이식 전까지 간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바이오 인공 간’ 등도 메이요클리닉 기술로 개발한 대표적 의료기기다. 

   

연세대 의대는 163억원, 치대는 156억원, 간호대는 7억2000만원을 투입해 연구 교수들에게 과제별로 최대 2년까지 지원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매년 20억원씩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지원이 국내 최초 수부이식 수술이라는 임상 성과는 물론 진단 소프트웨어 개발,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신의료기술 등재 등으로 이어졌다.

   

R&D 기획서비스나 연구 수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지원 그룹을 신설하는 등 연구지원시스템도 고도화했다. 데이터연구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헬스 인프라를 강화하고, 신진교수의 연구정착을 위한 지원금도 올해 상반기에만 16억원 넘게 지원했다. 맞춤형 전담특허사무소 제도를 운영하고, 특허나 기술이전 관련 전문인력 육성, 교수창업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연구개발지원그룹 신설 이래 올해 10월까지 305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이전은 23건으로 계약액은 117억원에 이른다.

   

연세대 바이오헬스기술지주회사는 지난해 전·현직 동문들로 구성된 기부형 펀드 ‘세브란스 MD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고 투자기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민간투자사와 의료원 최초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벤처투자조합은 국내 최초의 산학협력 펀드이자 대학 동문 네트워크 기반의 펀드로, 우수한 기술과 사업성을 보유한 바이오헬스 분야의 유망기업을 발굴해 세계적인 바이오헬스기업으로의 성장을 지원한다. 투자 수익 일부는 학교의 R&D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지금까지 약 90억원의 투자금액을 운용하며, 11개 기업에 투자했다. 현재 투자기업의 총가치는 203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연세대 교수창업 벤처들도 포함된다. 

   

모금 활성화를 통해 나눔문화가 환자치료와 연구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부금 운영체계도 손본다. 기관별, 목적별 전략을 세워 필요한 나눔이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향후 7년간 ‘거액모금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환자 지원을 위해 33억7700여만원이 모였고, 연구기부금은 17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금됐다. 특히 익명의 기부자는 의과대학 교육과 연구활성화 목적으로 1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

   

금기창 의료원장은 “특허와 신의료기술 등 연구개발 기술을 통한 수익이 미래의료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거액모금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구력 향상 위해 하드웨어 구축, 의사과학자 육성 박차

   

연세의료원은 의대를 연세대 알렌관 부지로 확장 이전한다. 신축 의대는 지하 6층부터 지상 7층으로 건물 연면적은 7만7815㎡다. 기존 의대 대비 실사용면적이 50% 늘어나게 된다. 강의실은 토론식 수업을 위한 소형강의실과 임상실습을 대체할 트레이닝센터, 디지털정보센터 등이 들어선다. 여기에 융합연구와 글로벌 연구경쟁력 확보를 위한 융합연구공간도 조성된다.

   

이런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의사과학자 양성과 융합연구를 활성화한다. 연세대 의대는 10여 년 전부터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학부와 대학원, 신진교수를 대상으로 전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지난해까지 327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부족한 연구공간도 확충한다. 연세의료원의 연구실적은 10년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진행된 연구는 1090개로, 10년 전인 2013년의 660개보다 1.7배 늘어났다. 연구비 역시 지난해 1650억원으로 2013년(710억원) 대비 2.3배나 증가했다. 연구원 수도 대폭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연구시설 확충과 타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한 기술발전을 위해 연구동 건립도 계획 중이다. 

   

장애인 고용 100% 달성 등 사회적 책무 실현

   

연세의료원은 해외 의료 취약국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93년부터 시작한 에비슨 인터내셔널 펠로우십 과정에 몽골국립의과학대학교 교수들을 시작으로 매년 해외 의료인 30여명을 초청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에비슨 10×10은 의대생을 선발해 교수로 성장할 때까지 지원한다. 2018년 시작해 네팔, 케냐, 짐바브웨 등 총 19명이 연수를 받았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응급환자 지원 프로그램인 선한 사마리아인 SOS 프로젝트도 10주년을 맞았다. 프로젝트에는 23개 교회, 38명의 후원자를 비롯해 기업과 단체 등이 참여해 총 13억7800여만 원이 모금돼 651명의 환자를 지원했다. 의료소외국 환자 초청치료 프로그램인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금까지 31개국 252명에게 직접적인 치료 혜택을 주기도 했다.

   

KT와 진행 중인 캄보디아 난청 환아 지원 프로그램인 KT꿈품교실에서는 지난 5년간 8500여명의 아이들이 언어치료 등 재활치료를 받았다. 연세의료원은 현지 아동의 인공와우 수술과 함께 언어치료 강사 교육, 집단프로그램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률 100%도 실현한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371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현재 211명을 고용 중으로 올해 말까지 279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약자를 배려하고 함께 사는 사회적 풍토를 정착하기 위해 향후 장애인 고용률 100%를 실현할 계획이다.

   

연세의료원은 방글라데시에 영원무역과 함께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을 망라한 메디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원무역의 제안으로 1월 기공식을 가진 메디컬센터는 2026년 개원이 목표다. 100병상 규모의 파일럿병원과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등이 들어선다. 연세의료원은 지금까지 펼쳐온 다양한 해외의료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방글라데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방글라데시에 선진의료를 전파하는 세브란스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는 지하 1층에서 지상 8층, 300병상 규모의 칭다오 세브란스 재활병원(가칭)이 내년 10월 개원한다. 재활의학과와 중증의학과, 내과, 외과 등으로 구성되며 컴퓨터단층촬영(CT)와 고압산소치료기, 로봇재활치료기 등 최신장비를 구비한다.

   

금 의료원장은 현재의 시국과 관련,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고 우수한 의료인력이 배출되기 위해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정 갈등 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며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의료기관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수가의 현실화는 물론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를 위해 의료사고특례법 개정 등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위해 발생되는 비용을 공적인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예로 들며 환자 치료에 쓰이는 전기가 산업용 전기료가 아니라 일반용 전기료를 적용받는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료원의 세브란스병원(신촌) 1년 전기료는 220억원이 넘는다. 금 의료원장은 “최신 의료장비의 경우 전기 사용량이 많아 전기료 부담이 크고, 의료기관의 카드 수수료도 2%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런 의료기관의 비용이 줄어들면 결국 그 혜택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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