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가의약품인 CSL베링의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 에트라나코진데자파르보벡, etranacogene dezaparvovec)가 돌연 프랑스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프랑스 의료기술평가기관인 HAS(프랑스 고등보건청, Haute Autorité de Santé)이 지난 22일 업데이트한 공개정보에 따르면 CSL베링의 요청에 따라 17일자로 헴제닉스의 급여적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헴제닉스는 급여약가 결정 이전 프랑스 정부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조기접근제도(dispositif d’accès direct)의 첫 번째 수혜 의약품으로 2023년 12월 선정되어, 유럽에서 최초의 투약이 이뤄진 바 있다.
프랑스 정부입장에서 최초 조기접근 프로그램 적용품목, CLS베링은 유럽 첫 급여 및 환자 투약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으나 자진 철회로 마무리됐다.
프랑스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CSL베링의 요청에 따라 8월 23일 보험적용 중단 신청이 접수됐으며 9월 5일 신청 건의 검토가 승인되어 이달 17일에 최종적으로 급여 중단됐다.
급여약가에 대한 협상 이전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조기접근제도 운영에도 불구하고 시장 철수를 발표한 품목은 지난 10일자로 급여 중단된 BMS의 CAR-T세포 치료제 아베크마(Abecma, idecabtagene vicleucel)의 다발성골수종 3차요법(4차요법 급여 유지)에 이어 두 번째다.
프랑스 정부와 제약사가 그 사유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기 접근 제도하에 한시적 급여와 병행해 진행되는 정식 급여 약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실질적으로 시장 철수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헴제닉스는 '졸겐스마' 이외 대부분의 유전자치료제가 독일 이외 유럽 국가의 급여권 진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 시장에서 급여 협상이 가장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헴제닉스는 2023년 2월 유럽 승인 이후 현재 독일과 영국(스코틀랜드 포함/ 투약 전 승인 조건)에서 급여권에 진입했으며,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스페인에서도 올해 급여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덴마크의 경우 장기 효능 입증 시 비용을 지불하는 후불 방식으로 급여된다. 또한 이탈리아가 급여 협상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유럽 내 공동 의약품 조달 동맹인 베네룩사(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5개국 중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공동 평가 후 약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네덜란드의 경우 10년 분납 형식이 제안된 바 있다.
한편 헴제닉스(국내 허가 9월 13일)는 원샷 치료제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두 번째로 약가가 높은 품목이다. FDA 승인 기준 미국 도매 가격 기준 쿄와기린(오차드테라퓨틱스 인수)의 이색성 백질이영양증 치료제 렌멜디(Lovemeldi)의 미국 약가가 425만 달러로 가장 높고 헴제닉스가 350만 달러로 뒤를 잇는다.
이외 블루버드의 겸상 적혈구병 치료제 리프제니아가 310만 달러, 블루버드의 부신 백질이영양증(로렌조오일병) 치료제 스카이소나가 300만 달러, 바이오마린의 A형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이 290만 달러, 블루버드의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제 진테그로가 280만 달러, 버텍스와 크리스퍼의 겸상 적혈구병 치료제 카스게비가 220만 달러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