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11월 1일부터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시범사업’을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시범사업은 항생제 사용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항생제 내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의료기관 내 항생제 처방의 적정성을 높이고 올바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다.
사업 기간은 1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약 3년간이며, 우선 3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10월 18일까지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공개모집한다. 추후 시범사업은 병원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의사와 약사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통해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협업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또한 항생제 사용의 적정성을 관리하고,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며, 의료기관의 항생제 관리 체계에 대한 평가와 지원을 받게 된다.
공모에 관심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10월 4일 설명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약 127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사망했으며, 2050년에는 이 수치가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 10대 인류 생명 위협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이 8위로 높은 편에 속하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약 25조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SP는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관리 활동으로, 미국, 영국, 호주 등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되어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ASP가 운영되고 있으나, 2019년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병원은 전체의 약 8%에 불과하다.
이번 시범사업은 ASP 활동을 전국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업을 통해 국내 의료기관들이 항생제 적정 사용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항생제 내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항생제 처방 과정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내성 발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현재는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하지만, 향후 평가 결과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올바른 항생제 사용이 중요한 만큼, 국민적인 인식 개선과 참여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