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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60%, 전공의 업무 강요에 법적 보호도 못 받아
  • 주경준 기자
  • 등록 2024-08-20 10:09:49
  • 수정 2024-08-20 11: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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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범사업 참여 병원 39% 불과 … 간호법 제정 시급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대한간호협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지시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병원들 중 61%가 간호사 업무 보호를 위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간호사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간호협회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전국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전체의 39%인 151개 기관에 불과했으며, 참여하지 않은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면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신규간호사들의 발령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발령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대형병원들이 내년도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없다고 답변한 경우가 많아, 간호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고용절벽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의료법 위반사례와 시범사업 미참여 병원을 비교한 결과, 이들 병원 간의 매칭율은 88%에 달했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교육 없이 새로운 업무를 떠맡으며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심적 부담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간호사들은 “점점 더 많은 업무가 넘어오고, 30분에서 1시간 남짓의 교육만 받고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또한 “업무 범위와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수련의 업무를 간호사들이 가르치는 상황”이라며 현장 상황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한편,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병원들은 신규간호사 발령을 무기한 연기하며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호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급종합병원의 근무 간호사 증가율은 지난 5년 평균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024년 1분기 대비 2분기 간호사 수가 194명 줄어들었고,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 증가 인원도 5년 평균의 65%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현재 간호사 국가고시를 준비 중인 4학년 간호대생들은 취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취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며, 간호법 제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탁 회장은 “정부가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현장 간호사들에게 적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더 이상 간호사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전문)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도 오늘로 6개월이 되었습니다.

 

대한간호협회가 운영해 오고 있는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들도 의사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진료 공백에 대응하는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업무 범위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공의들이 떠났던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둘째 주까지의 주된 신고 내용은 병원들이 진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 전문간호사, (가칭)전담간호사는 물론, 일반간호사들에게까지 본인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로 전환되어 투입되면서 현장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를 호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3월 둘째 주 이후 환자들이 전공의들이 있던 수련병원에서 비수련병원으로 전원이 되고, 입원했던 환자들도 퇴원하면서 병상가동률은 급감했고, 이로 인해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현장 간호사들에게 강제적인 연차 사용과 함께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는 등 근무 환경을 위협받고 있다는 제보들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와 함께 간호사들이 처해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의료 공백 위기 대응 간호사의 근무 환경 위협 실태조사’를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국에서 2천여 명의 간호사들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67.9%가 수련병원 간호사들이었고 강제적인 연차 사용과 함께 무급휴가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또 나머지 비수련병원에서도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전원 되어오는 환자들이 크게 늘면서 업무 부담으로 고통받고 있는 등 피해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사 결과는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이 자세히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간호사들은 원치 않는 전공의 업무를 떠맡고 있으며 무급휴가를 강요받거나 임금 미지급과 실직이라는 고용위협 앞에 직면해 있습니다.

 

또한 현장 간호사들은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꾸고 있지만 정부의 시범사업에 대상 병원 중 60% 이상이 참여하고 있지 않아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미 취업했어야 할 신규간호사들의 발령마저 늦어지면서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앞으로의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또 발령을 빌미로 신규간호사에게 전공의 업무를 강요하는 불법적인 사례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 문제도 심각합니다.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사단체에 묻고 싶습니다. 환자를 저버린 자 누구입니까? 간호사입니까? 그런데 왜 간호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까?

 

의료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간호사가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간호사들이 직면한 문제 해결에 이제는 국회와 정부, 의사단체가 함께 나서 주십시오.

 

필수의료를 살리고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대형병원을 중증질환 중심체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병원들이 간호사의 1인당 환자 수를 무시한 채 강제로 무급 휴가를 보내거나 신규간호사들의 발령을 늦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가로 간호사가 배치되도록 해야 합니다.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며 이들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특히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간호법안 제정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나서주셔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간호사가 더 이상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안 제정에 보다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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