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과정에서 흉부 압박을 지속하면서 심전도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됐다. 

이수교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팀(정수민 중점연구사업단 연구교수)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중 제세동 가능 리듬 분석’ 연구 논문을 응급의학과 분야 최상위 학술지 ‘Resuscitation’ 저널에 게재했다고 14일 밝혔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심폐소생술을 지속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제세동을 시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제세동 시행에 앞서 제세동이 필요한 심장리듬, 즉 충격필요리듬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심전도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동안 흉부 압박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병원 내에서는 심전도 분석을 위해 최대 10초, 병원 밖에서는 최대 수십 초간 흉부 압박을 멈추게 된다. 흉부 압박이 중단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낮아진다.

연구팀은 2019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진행된 1889건의 심폐소생술 데이터를 수집하고 흉부 압박을 멈춘 상태의 리듬을 추출했다. 이후 추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격필요리듬과 아닌 리듬을 분류해 1차원 합성곱 신경망을 통해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1차원 합성곱 신경망은 이미지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딥러닝 기법으로 의료 생체신호에 적용하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지는 등 활용성이 높아진다.

학습 결과, 인공지능의 충격필요리듬 예측성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 성능평가 지표로 활용된 AUROC(Area Under Receiver Operating Curve) 값은 0.8672로 산출됐다. AUROC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수교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왼쪽), 정수민 중점연구사업단 연구교수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폐소생술에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연구이자 병원 현장 데이터를 활용한 전 세계 최초의 연구”라며 “심전도 분석으로 인한 흉부 압박 중단 없이 제세동이 필요한 리듬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상용화 시 환자 소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과 협력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재설계하는 등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후속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국내 특허로 가출원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