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 장의 만성적이고 재발하는 염증으로 인해 장관이 손상되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서 1차적으로 항염증제인 5-ASA 약제(메살라민)가 처방되며 염증이 심하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존의 약제가 효과가 없을 때는 약제를 한 단계 올려 주사제인 항-TNF 제제와 같은 생물학적제제 등을 사용하게 된다.
이들 약제는 사용하다가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끊고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재발이 빈번하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며 치료를 중단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정국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김선옥 박사)은 구팀(예병덕 교수, 김선옥 박사)은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는 항-TNF 제제를 사용했을 때, 기존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인 5-ASA 제제 치료를 중단해도 된다는 연구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항-TNF 제제를 사용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5-ASA 약제의 지속과 중단에 따른 예후를 비교한 연구논문(Continuing or stopping 5-aminosalicylates in patients with inflammatory bowel disease on anti-TNF therapy: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을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SCIE급 저널인 국제 소화기/약리학 상위 학술지인 ‘소화기 약리학 및 치료학’(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24 IF 7.633)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항-TNF 제제를 사용했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인 5-ASA 약제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지속하는 것에 따른 예후의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7442명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를 약 4.3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총 1037명(13.9%)이 항-TNF 제제 복용 시작 후 5-ASA 투약을 중단했다. 이들은 5-ASA 지속 투여군과 비교했을 때 5-ASA 중단은 입원이나 수술, 스테로이드 사용 등 부정적인 사건의 발생과는 연관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조정된 위험비 1.01, 95% 신뢰구간 0.93-1.10).
추가적인 연구에서도 크론병 및 궤양성대장염 환자로 나눠 각각 분석했을 때에도 5-ASA 지속 여부에 따른 부정적인 사건 발생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또 연령, 성별, 지병 유무 등 다양한 위험요소들에 따른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5-ASA 지속군과 중단군 간 부정적 사건 발생 위험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서 교수는 “지금까지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치료에 있어 주사제를 시작한 이후 5-ASA 약제를 끊어도 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였던 상황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5-ASA 약제 투약을 지속하는 것과 끊는 것에 예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로써 환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약제의 사용을 피할 수 있는 등의 이점을 안겨주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