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미라(아달리무맙)의 높은 약가와 관련해 애브비가 네덜란드에서 민사소송을 받게 됐다.
애브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제약책임재단(Pharmaceutical Accountability Foundation, PAF)은 지난 17일 암스테르담 지방법원이 소의 성립을 결정하고 내년 본안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PAF는 애브비가 부당하게 높은 약가로 휴미라를 공급하며 과도한 이익을 창출, 다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비용을 대체하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손상시켰다며 지난해 2월 애브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애브비는 관할권 문제와 함께 약가는 정치적이며 규제기관과의 협의 하에 진행되는 결정사항으로 법적 다툼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소의 기각을 요청했으나, 암스테르담 지방법원은 소송의 성립 판결을 통해 본안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휴미라의 약가가 적정했는가를 두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통해 법정 다툼이 시작될 예정이다.
앞서 PAF는 소장을 통해 애브비가 휴미라의 가격을 2004년부터 2018년(특허 만료 전)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네덜란드 건강 관리 시스템에서 다른 중요한 치료를 위한 자금을 부족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동 기간 동안 휴미라의 네덜란드 매출은 23억 유로였으며, 적정 수익률(25%)을 산정 시 12억 유로가 과다 청구되었다고 계산했다. 이로 인해 국민은 1인당 68유로를 부담했으며, 해당 금액을 다른 의료 서비스에 활용할 경우 16,300년의 국민 수명 연장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애브비는 사회적 의무를 위반하고 생명권과 건강권 침해 등 인권법을 위반하며,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등 공정경쟁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PAF는 국민의 손해에 대한 배상 요구가 아닌, 제약사가 공급하는 약물의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자유롭게 설정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승소 시 적정 약가에 대한 한계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PAF가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앞서 희귀의약품 지위를 남용해 과도하게 약가를 인상한 레디언트(Leadiant) 바이오사이언시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약물은 희귀 유전성 지질대사장애 뇌건성 황색종증(CTX) 치료제 CDCA(이전 상품명 Xenbilox, 성분 케노데옥시콜산)으로, 재단이 승소하면서 강제 약가 인하 조치가 시행되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희귀약 지위 남용에 따른 약가 인상에 대해 벌금이 부과되는 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