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에제티미브(ezetimibe)가 폐섬유증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송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이찬호 강사, 곽세현 용인세브란스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배수한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팀은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에제티미브를 복용하면 사망 위험이 최대 62% 떨어진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호흡기저널’(European Respiratory Journal, IF=24.9)에 게재됐다.
폐섬유증은 폐에 염증이 생기고 아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폐가 굳어지는 질환이다. 감염, 자가면역질환, 방사선치료 등 원인이 명확한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원인을 알 수 없어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부른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기대 생존기간이 2~4년 정도로 짧은 난치성 질환으로,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 약물 피르페니돈, 닌테다닙을 사용한다. 현재까지 치료방법은 이식이 유일하다.
연구팀은 항콜레스테롤 약제인 에제티미브의 특발성 폐섬유증에 나타나는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에제티미브는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소장에서 체내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전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장 융모의 콜레스테롤 흡수에 관여하는 niemann-pick c1 like 1 protein (npc1l1)의 활성을 억제해 음식물이나 담즙 콜레스테롤이 소장을 통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
이 약은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 고지혈증, 심근경색 환자에게 주로 사용하지만 자가포식을 활성화한다는 효과도 밝혀졌다. 자가포식이란 세포가 세포 내 특정 물질이나 세포소기관을 분해하는 과정을 통칭하는 것으로 주로 세포소기관이나 단백질이 과도하거나 망가졌을 때 세포가 이를 분해해 영양소와 에너지를 보충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런 에제티미브의 자가포식 기능에 착안해 특발성 폐섬유증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들어갔다.
먼저 폐섬유모세포를 전사체 분석해 에제티미브가 섬유화를 억제하는 과정을 확인했다. 에제티미브가 세포 콜레스테롤을 조절(감소)하면 세포 생리현상에 관여하는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1) 효소가 분비되면 자가포식이 활성화되면서 섬유화를 일으키는 SRF 단백질이 제거되는 것을 마우스 동물실험을 통해 관찰했다.
연구팀은 에제티미브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가 있는지 조사를 이어갔다. 에제티미브를 복용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 529명의 예후를 통계 분석하는 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를 피르페니돈만 복용한 그룹, 에제티미브만 복용한 그룹, 피르페니돈과 에제티미브를 함께 복용한 그룹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살폈다.
에제티미브 단독군, 피르페니돈·에제티미브 병용군은 피르페니돈 단독군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이 각각 62%, 45% 낮았다. 또 피르페니돈 복용 환자 중 에제티미브 복용에 따라 폐활량 및 기체 확산 능력을 비교했을 때 에제티미브를 복용하면 폐 기능 감소를 최대 60% 억제할 수 있었다.
이찬호 강사는 “폐섬유모세포에서 자가포식을 활성화시켜 SRF 단백질을 제거하는 게 폐섬유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임을 밝혔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등 후속 연구를 통해 에제티미브의 효과 확인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