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전문 소아완화의료 서비스를 도입한 후, 더 많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더 일찍부터 사전의료계획 논의를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생애말기 불필요한 치료가 줄고 고통 완화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아완화의료를 통해 환자의 존엄한 삶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김민선 소아청소년과·이정 통합케어센터 교수·김초희 강원대 간호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사전의료계획 수립을 촉진해 생애말기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경감하도록 돕는 '전문 소아완화의료'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소아청소년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소아청소년과 그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통합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다. 2024년 현재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비롯한 전국 12개 병원이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 완화의료팀을 운영하며 자문형 소아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 소아완화의료 서비스의 주된 역할은 의료진과 환자·가족 사이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해 '사전의료계획 수립(Advance care planning)'을 촉진하는 것이다.
사전의료계획 수립은 현재 시점부터 향후 질병의 악화 시점에 의료진과 가족이 함께 돌봄 목표, 의학적 처치를 받을 의향 등에 대해 미리 논의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이는 생애말기 환자의 불필요한 고통을 경감하고 가족에게 임종을 준비할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소아완화의료가 사전의료계획 수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없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사망한 만 24세 이하 환자 205명을 전문 소아완화의료 이용 여부에 따라 구분하고, 사전의료계획 논의 시점과 생애말기 의료이용(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적용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소아완화의료 이용군 및 비이용군에서 사전의료계획을 논의한 비율은 각각 94.3% 및 64.6%였다. 특히 이용군 및 비이용군의 절반이 논의를 시작한 시점은 각각 사망 16일 전, 사망 당일부터였다. 즉 소아완화의료 이용군은 사전의료계획을 더 이른 시점부터, 더 활발하게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아완화의료 이용군은 비이용군보다 임종 전 1달간 공격적인 의료이용(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적용 등)이 감소하고, 통증 완화를 위한 진통제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전문 소아완화의료가 사전의료계획 논의를 활성화시켜 생애 말기 환자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집중하고, 나아가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추가적으로 전문 소아완화의료 도입 전(2011~2013년)과 비교했을 때, 도입 후(2017~2019년) 사전의료계획 논의가 더욱 활발해진 양상이 확인됐다. 소아완화의료 도입 전·후 사망환자에서 사전의료계획을 논의한 비율은 각각 71.5%, 82.4%였다.
한편, 통계 분석 결과 연령이 1세 미만으로 어린 환자는 예후 예측이 어려워 사전의료계획 논의가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세 미만의 영아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전문 소아완화의료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특화된 프로세스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특정 질환이나 연령대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데이터를 포괄적으로 분석해 소아완화의료 서비스가 사전의료계획 수립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민선 교수는 "사망을 염두에 두고 사전의료계획 수립을 논의하는 것은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에게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어려운 일"이라며 "전문 완화의료팀을 통해 사전의료계획 논의를 촉진하고 소아완화의료를 확대해 소아청소년 환자와 그 가족의 가치가 중심이 되는 의사결정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정부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시행 전에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된 뇌졸중의 환자분류체계(KDRG)를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시급히 변경해야 한다"고 15일 밝혔다. 앞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뇌졸중환자의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학회 측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이 치료 난이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구조 전환 시험사업 진행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환자분류체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필수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 환자의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 학회 측 설명이다.
뇌졸중은 암질환·심장질환, 희귀·중증난치질환과 함께 4대 중증질환에 속한다.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뇌출혈)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으로 골든타임 내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필수 중증응급질환이다. 사망률도 높아 국내 사망원인 4~5위에 해당한다.
이처럼 필수중증응급질환이지만 뇌졸중은 두통,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의 질환과 같이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해 있다.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중환자 진료 비율을 50%까지 늘릴 경우 현재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한 뇌졸중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학회 측 설명이다.
학회 추산 연간 11만명 이상의 새로운 급성 뇌졸중 환자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오는 2050년에는 매년 3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복 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는 "지난주 정부에서 발표한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중증환자 중심 구조전환에 동의한다"면서도 "왜곡된 질병분류체계는 현재 부족한 거점병원의 필수의료인력을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급종합질병군 대한 재분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차재관 학회 부이사장(동아의대 신경과)은 "정부는 전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필수 중증응급질환인 뇌졸중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을 계획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질병군 분류가 유지된다면 최종 치료를 담당해야 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뇌졸중 진료가 제한돼 뇌졸중 진료 인력과 인프라 구축 또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