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면역세포로 작용하는 미세아교세포의 새로운 메커니즘이 규명됐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와 박종찬 성균관대 생명물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는 중 뇌내에 축적되는 독성 단백질 덩어리(플라크)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세아교세포의 식균작용의 새로운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IF=15.1)에 7월 9일자로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장애와 기억 손상을 나타내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 내 베타아밀로이드(Aβ)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과도한 축적이 특징이다. 이러한 단백질들의 축적은 신경세포의 손상과 지속적인 신경염증 반응을 일으키며 질병을 유발한다.
미세아교세포(Microglia)는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선천 면역세포다. 평상시에는 뇌 속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시냅스 가지치기, 손상된 신경세포·이물질·감염원 등으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하기 위한 면역반응을 한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주요 원인 물질인 Aβ 단백질을 감지하면 활성화돼 포식·분해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나, 지속적인 Aβ 자극으로 면역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오히려 병의 진행을 악화시키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첨단 배양 시스템을 사용해 미세아교세포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엉킴을 제거하는 행동을 분석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뉴런 표면에 노출된 외부화된 포스파티딜세린(ePtdSer)을 인식하고 시냅스를 가지치기하며 식세포작용을 한다. 이 과정은 TREM2 수용체에 의해 조절된다.
하지만 Aβ플라크의 TREM2 매개 식세포작용의 원동력은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배양 연구를 통해 미세아교세포의 TREM2를 통한 Aβ의 제거가 Aβ 플라크를 둘러싼 영양장애 뉴런에서 생성된 외부화된 포스파티딜세린(ePtdSer)에 의해 가속화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미세아교세포의 TREM2 수용체가 Aβ로 유발된 신경세포의 ePtdSer 부위를 인지해 ePtdSer과 공존하는 Aβ를 제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함을 확인했다.
나아가 TREM2와 Aβ의 상호작용이 외부적인 신호에 의해 규제되며, 특히 ePtdSer의 역할이 크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이런 미세아교세포의 식세포작용을 통해 단백질 엉킴 제거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TREM2(Triggering receptor expressed on myeloid cells 2)는 뇌에서 주로 미세아교세포가 발현하는 수용체로서, 미세아교세포가 Aβ와 Tau을 둘러싸고 식균작용을 할 수 있게 유도하며 미세아교세포의 이동 및 생존에 관여한다.
포스파티딜세린(Phosphatidylserine)은 세포의 생존, 분화, 신호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지질의 하나로 세포가 죽을 때 세포 표면으로 노출돼 다른 세포에게 ‘나를 제거하라(eat me)’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또 산발성 알츠하이머병(CRISPR-Cas9 기반 APOE4 타입의 역분화줄기세포)과 가족성 알츠하이머병(APPNL-G-F/MAPT 이중 Knock-In 마우스) 모델에서 미세아교세포의 TREM2 수준이 감소하고 ePtdSer 양성 Aβ 플라크에 대한 식세포 활동이 부족한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알츠하이머병에서 미세아교세포의 TREM2 수준이 감소돼 ePtdSer과 공존하는 Aβ를 제거하는 능력이 감소됨을 확인했다.
묵인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병에서 ePtdSer의 존재가 Aβ 플라크의 TREM2 의존성 미세아교세포 식균작용에 기여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며 “미세아교세포가 어떻게 베타-아밀로이드 병변에 이끌리고, 이를 처리하는지를 밝힘으로써, 면역기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