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치료가 간 기능 보존에 유리하여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표준치료법인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면역항암요법의 효과를 밝힌 국내 첫 대규모 다기관 임상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현재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환자의 1차 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30% 안팎의 일부 환자에서만 효과가 확인되고, 장기이식, 자가면역질환,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사용이 제한되는 게 단점이다. 렌바티닙 치료 역시 현재 사용될 수 있는 1차 항암 치료법이지만 그 동안 발표된 두 차례의 치료 결과가 상반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성필수(교신저자)·한지원(제1저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병원에서 진행성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을 169명, 렌바티닙 단독요법을 177명에게 시행해 분석한 결과 병용요법이 단독요법에 비해 전반적인 생존율(OS)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생존율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부 분석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각 치료가 질병의 진행이나 부작용으로 인해 중단됐을 때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군의 간 기능이 더 잘 보존되는 것을 확인했다. 대표적인 간기능 지표인 차일드-푸 점수(Child-Pugh score, CPS)는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군(AB)은 6점, 렌바티닙 치료군(LEN)은 7점이었다. CPS는 총 점수가 높을수록 좋지 않은 간의 상태를 나타내며, 7점 이상은 간이 중등도 상태로 좋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1차 치료 후 다음 단계로 시도하는 항암화학요법인 후속 구제 항암 치료(salvage treatment)를 받는 환자의 비율도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군이 52.4%로 렌바티닙 단독군(38.9%)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한지원 교수는 “간암은 하나의 종양에서도 부위에 따라 이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고 면역반응 자체도 한정돼 있으며, 환자의 간기능이나 임상적인 특징들도 매우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환자에게 최적의 예후를 가져다줄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 이라고 말했다.
성필수 교수는 “간암 환자 다수가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미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치료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간 기능이 보존되는 치료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Oncology’(IF=3.5)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