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저용량 고혈압 3제 복합제’의 우수한 치료 효과와 내약성 등 임상적 이점이 국제 학회에서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고혈압학회 연례학술대회(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ESH)에서 한미가 개발 중인 저용량 3제 복합제 기반의 연구 결과(HM-APOLLO-301) 1건을 소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발표는 이무용 동국대 심장내과 교수가 맡았다.
이번 임상 3상 연구는 경증~중등도의 성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 3제 복합제’ 또는 ‘표준 용량 단일제’를 8주간 투여 후 수축기 혈압 및 이완기 혈압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투여 8주 후 저용량 3제 복합제 투여군의 수축기 혈압은 기저치 대비 약 18.3mmHg 감소했고, 대조군인 표준 용량 단일제 투여군은 약 19.4mmHg 감소해 두 군 간의 치료 효과가 유사했다. 이상사례 발생률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보이지 않아 저용량 3제 복합제의 유효성과 내약성이 표준 용량 단일제와 유사함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저용량의 3가지 항고혈압 성분 병용요법이 고혈압 초기치료 요법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차세대 치료 개념이 반영돼 학회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미의 저용량 3가지 항고혈압 복합제는 이 회사의 ‘아모잘탄플러스정’(암로디핀, 로사르탄, 클로르탈리돈)과 같은 조성으로 세부 함량은 이 회사의 영업기밀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언제 국내에 출시될지도 미정이다.
이무용 교수는 “고혈압은 아직 발병 기전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단일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임상적 관성에서 벗어나, 여러 병리학적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환자의 치료 예후를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경증 또는 중등도 고혈압 환자들의 초기 치료로서 저용량 3제 복합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인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며 “최근 국내외 여러 연구를 통해 초기 고혈압 환자에서 저용량 병용요법이 낮은 약제 전환율과 양호한 내약성, 단일요법 대비 비열등한 강압 효과를 가진다는 임상적 근거들이 축적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고혈압 초기 치료 시 약제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환자의 복약편의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미는 아모잘탄패밀리 등 다양한 조합 및 용량의 복합제를 통해 4년 연속 한국 고혈압 치료제 처방 점유율 1위(2020~2023년 원외처방조제액 UBIST 기준)를 고수하고 있다. 한미는 이번 임상연구 결과를 토대로 3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한국 최초로 ‘저용량 3제 복합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한미는 지난해 7월, 저용량 클로르탈리돈(6.25mg)과 로사르탄 50mg을 함유한 ‘클로잘탄정50/6.25mg’을 출시한 바 있다. 클로르탈리돈은 기존 복합제에서 통상적으로 12.25mg 또는 25mg이 함유돼 있었다. 로사르탄의 경우 50mg 또는 100mg이 들어간다.
대웅제약은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의 항염증 효과를 규명한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 기초 연구결과 3건을 21일 공개했다. 위식도역류질환 개선 효과 외에 다양한 항염 효과를 확인한 연구들이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2024 소화기질환 주간’(Digestive Disease Week 2024, DDW)에서 포스터로 발표한 내용이다.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프로톤펌프저해제(PPI)는 항염 특성에 대해 보고된 바 있으나 P-CAB 제제는 위산 분비 억제 효과 외에 부가적 특성이 밝혀진 게 별로 없다. 이에 대웅제약은 이번 기초연구들을 통해 펙수클루의 항염증 효과를 새롭게 확인했다.
우선 펙수프라잔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가 유발한 소장 점막의 손상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통증 억제와 해열 작용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지만, 위장 점막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인한 소화성 궤양 예방에는 PPI 제제가 주로 사용돼 왔지만, PPI 제제는 소장 점막의 손상은 예방하지 못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은옥 부산대 약대 교수는 ‘마우스 동물실험에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가 유발한 소장 손상 예방 효과’ 연구를 통해 마우스에게 ‘펙수프라잔’, PPI 제제 ‘에스오메프라졸’, NSAID 제제 ‘인도메타신’을 각각 투여한 뒤 소장 점막 손상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펙수프라잔은 인도메타신 단독 투여 대비 유의미하게 소장 점막 손상을 예방했고, 에스오메프라졸과 비교해도 소장 점막 손상이 현저히 적게 나타냈다. 이로써 펙수프라잔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로 손상된 점막 상피세포를 보호해 소장 손상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식도 세포에서 파이롭토시스(pyroptosis) 경로 억제를 통한 항염증 효과’는 이상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의해 확인됐다.
위산 역류는 식도에 염증을 유발하는데, 펙수프라잔은 식도세포에서 염증성 세포사멸의 일종인 파이롭토시스 경로를 억제해 항염증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위산 노출로 인해 발생한 식도 점막 염증에 대해 펙수프라잔 등 P-CAB 제제들과 PPI 제제 에스오메프라졸 등을 전처리한 뒤 항염 효과 및 기전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 P-CAB 및 PPI 제제는 식도 상피세포에서 위산 유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특히 펙수프라잔은 위산 유발 파이롭토시스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에도 유의하게 영향을 줘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했다.
김광하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으로 유발된 위 상피세포 손상에 대한 펙수프라잔의 항염증 특성’을 연구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후 세포독성 유전자로 인해 발생하는 위 염증에 대한 펙수프라잔의 항염 및 위 점막 보호 가능성을 확인했다. 펙수프라잔 또는 에스오메프라졸로 각각 처리된 사람 위암 세포(AGS)에서 염증 및 전(친)염증성 사이토카인 발현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펙수프라잔은 세포의 신호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세포독성유전자(CagA)가 유발한 위 염증을 현저하게 완화시키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염증이 생기게 하는 신호물질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기초연구에서 밝혀진 펙수클루의 항염증 효과가 에스오메프라졸 대비 위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펙수클루의 특장점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인데, 펙수클루가 기존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에스오메프라졸 대비 우수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인 것이 항염증 효과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적응증 확장을 위해 이같은 기초연구 결과를 임상시험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보로노이, EGFR 표적 비소세포폐암 후보 ‘VRN11’ 미국 1a상 승인 신청
보로노이가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VRN11’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다고 20일 공시했다.
앞서 보로노이는 지난해 10월 30일에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올해 1월 대만 식품의약품청(TFDA)로부터 VRN11의 임상 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보로노이는 당초 올해 하반기 1b상부터 미국 병원을 참여시킬 계획이었으나, FDA가 1a상부터 미국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고함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1a 용량증량 시험부터 미국 대형병원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로노이는 한국, 미국, 대만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임상을 통해 ‘타그리소정’ 등 기존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에 대한 약물 내성으로 발생하는 EGFR C797S 변이 암 환자에 대한 VRN11의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전임상시험에서 VRN11은 EGFR C797S뿐만 아니라 L858R, Del19 등 원발암을 포함한 다양한 EGFR 변이와 관련해 뛰어난 효능과 낮은 독성, 100%에 이르는 뇌투과도를 보여준 바 있다.
김대권 보로노이 연구부문 대표는 “미국 FDA 권고(recommendation)에 따라 애초 계획했던 1b가 아닌 1a부터 미국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VRN11 임상 개발을 차질 없이 진행해 전세계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하루 빨리 고통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보로노이 국내 1상은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지난 3월에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병원에서 진행된다.
대만 1상은 2개 병원에서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미국 1상은 연내 투약 개시를 목표로 4개 병원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상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상당수가 뇌전이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 용량 증량 단계부터 뇌전이는 물론 뇌연수막 전이 환자가 임상시험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보로노이가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의 오릭파마수티컬스(ORIC PHARMACEUTICALS, 나스닥 ORIC)에 기술 이전한 EGFR Exon20 INS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07’(ORIC-114)이 임상 1상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여, 후속 파이프라인인 VRN11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릭은 지난해 10월 뇌전이 폐암 환자의 완전관해(CR)를 포함한 중간 결과(CR 달성 2명)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 대만을 신규 포함하는 등 글로벌 임상 사이트를 확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