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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좀축적질환(LSD)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 확대로 치료 접근성 높아져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6-19 18:53:48
  • 수정 2024-06-24 20: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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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종희 서울대 교수 “조기진단 후 일찍 치료해야 비가역적 손상 막아”

이정호 순천향대 교수 근육질환이나 꾀병으로 오인하다 진단 방랑길어져 

 

리소좀축적질환(Lysosomal Storage Disease, LSD)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가 올해 1월부터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질환이 확진되면 검사비는 무료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보험 급여 수준에서 대폭 절감된 비용으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이 질환에 의한 유전적 장애가 발현하기 전에 미리 진단,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생후 48~72시간)를 대상으로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보호자가 원한다면 누구든 이 공중보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LSD와 관련된 6종의 효소활성도 검사(GALC, GBA, GLA, GAA, IDUA, ASM)가 새롭게 급여 항목으로 포함돼, 올해부터 출생하는 생후 28일 이내 모든 신생아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조기에 리소좀 효소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선별검사는 혈액(신생아는 발뒤꿈치를 란셋으로 찔러 피를 내어 4개의 원에 혈액이 스며들도록 함)을 채취해 효소 활성도를 대략적으로 평가한다.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상소견이 나오면 전문의료기관에서 혈액으로 정밀검사(효소평가)를 시행하고, 나아가 DNA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다만 아직은 질병의 특성과 기술력의 한계로 위양성 또는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있으므로 임상증상을 감안한 전문의의 평가가 뒷받침돼야 한다. 유전자검사에 이상(변이)이 있어도 효소의 분비능력이 상당하면, 또는 개인차에 따라 질환이 경미하거나 평생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LSD 환자인지 확진 또는 배제함으로써 치료 여부를 가리게 된다.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 안에는 몸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물질들을 분해하는 효소들이 존재한다. 이 효소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효소가 생성되지 않을 경우, 분해되어야 할 물질들이 세포 내에 점진적으로 축적되며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한다. 결핍된 효소의 종류에 따라 약 50여종의 LSD로 진단된다. LSD별로 7000~9000명 중 1명꼴의 발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LSD의 원인과 관련 유전자

 

LSD 중에서도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한 질환은 폼페병, 뮤코다당증(1, 2), 고셔병, 파브리병으로, 결핍된 효소를 체내에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폼페병은 리소좀 안에서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효소인 a-1,4-glucosidase(acid maltase)가 결핍되어 리소좀 내부에 글리코겐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효소가 어려서부터 크게 부족한 영아/조기발병형(infantile/early-onset. Pompe disease, IPD/EOPD)의 경우 근력저하 및 심근병증 등의 치명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 효소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정상에 비해 크게 부족한 후기발병형(late-onset. Pompe disease, LOPD)10대 이후부터 증상이 나타나 길게는 60세까지 서서히 진행한다. 횡경막근 약화로 인해 초기 호흡 곤란 관련 증상 및 근력약화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은 기본적으로 운동기능장애질환이다. 리소좀뿐만 아니라 근육 사이사이에 글리코겐이 박혀 있다. 정상에서는 근육 사이에 미소하게 조화롭게 글리코겐이 존재하지만 이 병에서는 과도하게 특정 부위에 몰려 있다.

 

뮤코다당증은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 GAG)의 분해에 필요한 리소좀 효소가 부족해 발병한다. 1형에서 7형까지로 나뉘는데 가장 흔한 게 1형과 2형이다. 1형은 가장 증상이 심한 Hurler syndrome, 중간 정도인 Hurler-Scheie syndrome, 가장 증상이 경미한 Scheie syndrome으로 세분된다.

 

2형은 흔히 헌터증후군’(Hunter Syndrome)이라고도 하며 GAG를 분해하는 효소(iduronate-2-sulfatase, I2S)가 선천적인 결핍돼 있다. X-염색체 연관 열성 유전질환(X-linked recessive disease)으로 어머니가 보인자인 경우 아들 중 절반은 환자가 되고, 절반은 정상으로 남는다.

 

뮤코다당증은 반복적인 중이염 또는 탈장, 관철이나 척추의 변형, 큰 머리와 불룩한 이마와 같은 특징적인 얼굴, 저신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셔병은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glucocerebroside)를 분해하는 글루코세레브로사이다제(Glucocerebrosidase)라는 효소에 유전적인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근친혼이 많았던 중동부에 거주하는 아슈케나지 유대인(Ashkenazi Jews)에게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민족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1, 2, 3형으로 구분되며, 유형에 따라 증상과 발병 연령에 차이가 난다. 주로 뼈질환, 내장비대, 혈액학적 이상 특징 등을 보인다.

 

파브리병은 acid α-galactosidase라는 효소가 결핍돼 갈락토사이드(GL-3)라는 당지질이 체내에 축적돼 발병한다. 초기 증상으로 피로, 발한장애, 피부발적, 각막혼탁, 각화혈관종, 심한 말초 통증 등이 발생한다. 후기에는 심장과 신장 손상, 조기 뇌졸중이나 신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왼쪽)와 이정호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19일 사노피가 서울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LSD 미디어 세미나에서 채종희 서울대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뮤코다당증 제1형으로 진단된 외국의 남매 사례를 예시하며 “5세가 되어서야 효소대체요법을 시작한 누나는 다발성 골형성부전이 나타난 것에 반해,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생후 5개월에 치료를 시작한 동생은 외모와 성장률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다발성 골형성부전에 있어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뮤코다당증 제2, 폼페병 등 다른 LSD에서도 효소대체요법을 빠르게 시작할수록 정상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증상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LSD는 소아 시기부터 증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비가역적인 신체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손상 전 질환을 조기에 진단해 효소대체요법으로 증상의 진행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ERT의 치료효과가 좋아서 어떤 환자의 부모는 혹시나 우리 자녀가 오진된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신고된 LSD 환자는 400여명에 불과해, 전 세계적인 발병률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수로 확인된다. 이에 상당수의 환자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진단 방랑을 하고 있다.

 

2018년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 17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희귀질환 증상 자각 후 진단까지 1년 미만이 걸린 환자가 64.28%로 가장 많았으나, 10년 이상이 걸린 환자도 6.1%를 차지했다. 16.4%의 환자는 최종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4개 이상의 병원을 찾아다녔다.

 

이정호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LSD는 전신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임상 양상만으로 병을 진단하기 어렵다국내외를 막론하고 흔히 근육질환이나 꾀병(학업기피 정신질환)을 의심하고, 이런저런 병원을 찾아다니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아 선별검사를 통해 LSD 이상 소견을 받은 환아는 가까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기관(상급 종합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특히 희귀·중증난치질환 산정 특례로 등록된 질환의 경우, 의료 급여 1종 자격으로 외래 진료비도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 신생아 선별검사가 도입된 시기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30, 일본과 대만 보다는 20여년 늦어졌지만 오히려 몇몇 특정 질환에 대한 검사는 더 빨리 시행 중이어서 전세계 의학계가 주시하고 있다향후에는 이런 선별검사가 정부의 임상 통계 관리, 진단 후 적절한 환자 치료 유도 등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채종희 교수는 희귀질환 환자에게 평생 들어가는 의료 및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 도입이 빠르게 진행돼야 한다그동안의 의학발전, 외국보다 저렴한 국내 유전자 분석 비용(3분의 1), 희귀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 관련 치료제의 개발 등이 선별검사가 국내에 도입된 배경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LSD 조기 진단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올해 도입된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 신설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다만 종종 이뤄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삭감, 진단 이후의 효과적인 치료체계 구축 미흡, 보건당국의 이분법적 관리체계(선별검사와 후속치료의 칸막이 관리) 등은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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