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과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은 지난 8년간 극초고자장으로 분류되는 11.74T(Tesla) 자기공명영상(MRI)을 개발한 끝에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원숭이의 뇌 영상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치매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발생 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에서 한 걸음 전진할 수 있게 됐다.
이 곳 연구진은 국가영장류센터의 협력을 통해 지난 1월 15일 11.74T MRI를 이용해 살아있는(in-vivo) 영장류인 마카크 원숭이(Cynomolgus macaque)를 대상으로 0.125㎜ 픽셀(픽셀의 단위가 작을수록 해상도가 높아짐) 해상도의 3차원 영상까지 획득했다. 획득한 영상에서는 신경세포체가 많이 모여 있는 회백질과 유수신경섬유가 많이 존재하는 백질의 대조도가 3T, 7T MRI 영상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의 MRI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세포의 신호를 더욱 민감하게 감지했다는 의미다.
이번 뇌영상 획득은 치매 원인 물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치매, 파킨슨병 등의 원인물질로 밝혀진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루이소체 등 독성 단백질들은 그 크기가 0.05㎜(50㎛) 이하로, 7T MRI가 뇌질환 병변 정보를 판단하는 정확도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지만 0.05㎜에 불과한 독성 단백질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없어 독성 물질로 인한 주변의 세포 사멸 등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11.74T를 이용해 0.125㎜ 영상 획득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0.05㎜ 영상을 획득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정준영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외 전문연구진들과의 융복합 공동 연구를 통해 뇌질환의 원인 물질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루이소체 등을 직접적으로 확인하여 인류의 숙원인 치매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조기진단과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74T MRI 이용, 세계 최초 동시 다채널-다핵종 원천기술 적용 수소(1H) 원자와 불소(19F) 동시 촬영 성공
아울러 이번에 개발된 11.74T MRI는 세계 최초로 ‘동시 다채널-다핵종’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MRI 시스템에서 여러 채널 코일을 통해 다양한 핵종들을 순차적으로 촬영하지 않고 동시에 여러 개의 핵종 영상을 획득하는 기능으로서, 수소(1H) 원자와 불소(19F), 나트륨(23Na), 인(31P), 칼륨(39K) 등 여러 원자들의 공명까지 포함된 다핵종 영상들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런 기능은 각각의 핵종의 농도를 측정했을 때 간과하기 쉬운 동적 상호작용이나 조절 메카니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생체 조직 내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유기체들의 항상성이나 신호의 이동경로 등에 대한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인체의 생리, 병리, 대사 활동에 대한 기초연구 활성화에 활용하고 약물 개발 및 치료 반응 평가,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 병원장은 “연구진이 11.74T MRI 개발에 성공한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며 고해상도 뇌영상 이미지를 통해 뇌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한 차원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4년 뇌질환 진단기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기관으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과 가천대 길병원의 자체 연구비 등을 이용해 지난 8년간 11.74T MRI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를 통해 혁신적 수준의 신호감도와 ‘동시 다채널-다핵종’ 원천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바이오이미징 기술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연구원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국제 공동연구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세계적 연구 과제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인류 미지의 영역인 뇌의 비밀을 밝히는 꿈에 다가선 이번 성과가 감격스럽다”며 “연구를 지속해 세계 뇌과학 분야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허브기관으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