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브비의 선택적 JAK1억제제 ‘린버크서방정’(RINVOQ, 성분명 유파다시티닙, Upadacitinib)의 성인 중등도~중증 활동성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환자 대상 보험급여가 지난 4월 1일 시작됐다.
2020년 11월 류마티스관절염을 시작으로 2022년 5월 성인의 중증 아토피피부염, 지난해 4월 만12세 이상 청소년 중증 아토피피부염, 지난해 12월 강직성 척추염에 이어 질환으로는 4번째로 급여가 이뤄졌다. 소화기 관련 자가면역질환으로는 처음 개척한 것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린버크는 류마티스관절염, 건선성관절염, 강직성척추염, 비방사선학적 축성 척추관절염, 아토피피부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7개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건선성관절염과 비방사선학적 축성 척추관절염은 아직 급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로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백반증에 대한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린버크 15mg와 30mg은 보편적인 치료제(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의 치료) 또는 생물학제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이 소실되거나 또는 내약성이 없는 성인의 중등도에서 중증 활동성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의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지난 4월 급여 적용에 따라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는 린버크 처방시 한 달 약 5만5000원(15mg), 8만5000원(mg)만 본인 부담하면 된다. JAK 억제제 중 유일하게 크론병에 보험급여를 받은 약이 린버크다.
구체적인 급여기준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나 6-메르캅토푸린(6-Mercaptopurine) 또는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등 보편적인 치료 약제에 대해 적정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 △상기 약제가 금기인 중등도~중증의 궤양성대장염 환자와 보편적인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 △이러한 치료법이 금기인 중등도~중증의 활성 크론병(크론병 활성도(CDAI) 220 이상) 환자 치료다.
또 생물학적제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투약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 또는 복약순응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린버크로 교체 투여가 가능하다. 단 이 경우에는 린버크 교체 투여에 대한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해야 한다.
급여 확대를 계기로 31일 한국애브비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에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됐지만 점막 치유, 환자 편의성 등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서 점막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을 경우 장의 협착이나 천공과 같은 합병증과 대장암 등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린버크는 임상연구를 통해 빠른 증상 조절은 물론 점막 치유에도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확인돼 앞으로 환자들의 장기 예후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젊은 환자들이 많은 염증성 장질환의 특성상 1일 1회 경구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순응도 제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고, 특히 경구제인 JAK 억제제 중 크론병에 국내 유일하게 허가받고,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치료제라는 점에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험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 개요와 치료 현황
염증성장질환은 장관 내 비정상적인 면역반응과 내외부적 요인으로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으로 궤양성대장염(UC)과 크론병(CD)가 대표적이다. 만성 염증으로 인해 설사, 혈변, 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장 협착, 천공 등의 합병증, 대장암 등의 위험이 증가하고 일상생활에 현저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유전(가족력)과 환경(식습관),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과도한 면역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초래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염증성 장질환이 과거 동양인에서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었으나, 국내에서 서구화된 식습관을 비롯하여 다양한 이유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 2010년에서 2019년까지 10년 간 크론병 환자는 2.37배, 궤양성대장염 환자는 2.3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저절로 치유되는 법은 없으며 내과적 완치가 불가하며,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궤양성대장염은 주로 대장에서 나타난다. 세부적으로는 주로 직장 근처의 대장 또는 좌측 대장에서 번진 궤양성대장염과 대장 여기저기서 광범위하게 확산된 궤양성대장염으로 나뉜다. 궤양성대장염은 호전과 악화(활동기 flare)를 경험하며 출혈(혈변)을 중심으로 설사 점액변을 보인다.
반면 크론병은 회맹부(소장과 대장의 연결부위)를 중심으로 주로 소장에서 일어난다. 다만 위장관 전체에서 산발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염증형, 협착형, 누공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절제수술은 궤양성대장염의 경우 대장 전체를, 크론병의 경우 일부 염증 부위를 절제하게 한다.
궤양성대장염은 50대에서 발병 피크를 이룬다면, 크론병은 20대에서 피크가 이뤄진다.
치료는 약물요법이 우선이며, 처방하는 약으로는 항염증제(5-아미노살리실산), 부신피질 호르몬제(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이런 약제의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할 경우 생물학적제제, 소분자제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는 염증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정 물질(사이토카인) 또는 염증 발생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효과를 낸다.
이처럼 효과적인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과거에는 증상을 조절하는 것이 염증성 장질환의 중요한 치료 목표였으나, 최근에는 증상의 소실과 함께 장 점막의 병변을 치유해 구조적인 장 손상이나 신체장애를 예방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됐다.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 치료에서 린버크의 임상적 의의
린버크는 임상 연구에서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 치료에 있어 위약군과 대비해 내시경 관해, 임상 관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임상 관해 등에서 위약보다 의미있게 더 많은 비율의 환자가 도달했고, 빠른 임상 반응(2주차 개선)을 보였다.
린버크의 중등도~중증의 활동성 궤양성대장염 임상연구
중등도~중증 활동성 성인 궤양성대장염 환자 대상 2건의 유도요법 임상시험(UC1, UC 2)과 이어서 1건의 52 주 유지요법 및 장기 연장 임상시험(UC 3)을 시행했다. UC 1에서 474명, UC 2에서 522명, UC 3에서 451명이 분석대상이 됐다.
유지요법 임상연구에서 52주차에 임상 관해율은 린버크 15mg 투약군이 42%, 린버크 30mg 투약군이 52%로 나타났다(위약군 12%, P<0.0001).
52주차에 내시경 개선율은 린버크 15mg 투약군이 49%, 린버크 30mg 투약군이 62%였다(위약군 14%, P<0.0001). 내시경 관해율은 린버크 15mg 투약군이 24%, 린버크 30mg 투약군이 26%였다(위약군 6%, P<0.0001).
2건의 유도요법 임상연구에서 각각 린버크 45mg 투약군의 14%와 18%가 8주차에 내시경 관해에 도달했다(위약군 1%, 2%, P<0.0001).
린버크는 치료 2주차부터 임상 반응의 개선을 보였으며,8 위약군 대비 52주차에 더 많은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사용 없이 임상 관해에 도달했다.
린버크의 중등도~중증의 활동성 크론병 성인 환자 대상 임상연구
중등도~중증 성인 활성 크론병 환자 대상 2건의 유도요법 임상시험(CD 1, CD 2)과 이어서 1건의 52 주 유지요법 및 장기 연장 임상시험(CD 3)을 시행했다. CD 1에서 526명, CD 2에서 495명, CD 3에서 502명이 분석 대상이 됐다.
유지요법 임상연구에서 52주차에 임상 관해율은 린버크 15mg 투약군이 36%, 린버크 30mg 투약군이 46%로 나타났다(위약군 14%, P<0.001).
52주차 내시경 반응률은 린버크 15mg 투약군이 28%, 린버크 30mg 투약군이 40%였다(위약군 7%, P<0.001). 내시경 관해율은 린버크 15mg 투약군이 19%, 린버크 30mg 투약군이 29%였다(위약군 6%, P<0.001).
2건의 유도요법 임상연구에서 각각 린버크 45mg 투약군의 19%와 29%가 12주차에 내시경 관해에 도달했다(위약군 2%, 7%, P<0.001).
린버크는 치료 2주차부터 빠른 증상 개선을 보였으며, 위약군 대비 12주차, 52주차에 더 많은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사용 없이 임상 관해에 도달했다.
다른 생물학제제, 소분자제제와 효과를 간접 비교분석한 네트워크 메타분석(Network meta-analysis) 결과
중등도~중증의 궤양성대장염 환자 치료를 위한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의 상대적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해 29건의 임상연구를 분석했다. 이 중 약물을 사용한 유도요법을 평가한 연구는 23건으로, 궤양성대장염 환자 1만61명이 참여했다.
각 결과에 대해 포함된 약제의 순위를 매기기 위해 누적 순위(SUCRA, the surface under the cumulative ranking)를 사용했다. SUCRA 점수가 높을수록 더 나은 효능과 상관관계가 있는 반면, SUCRA 점수가 낮을수록 더 나은 안전성과 상관관계가 있다.
린버크 45mg은 임상 관해 및 내시경 개선 유도에 있어 위약군 및 다른 치료제들 대비 상대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결과를 보였다(SUCRA 0.996).
린버크 30mg은 임상 관해 유지에 있어 위약군 및 다른 치료제들 대비 상대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결과를 보였다(SUCRA 0.954).
예병덕 교수가 보는 린버크의 투여 최적기
예병덕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에서 린버크는 네트워크 분석결과 유효성면에서 최상위권이었다”며 “종래의 최강자로 알려진 인플릭시맙(infliximab, 오리지널은 얀센의 ‘레미케이드주사’)보다 나은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궤양성대장염의 점막 치료효과가 린버크 투여 후 2주 만에 신속하게 나타났고 이전에 생물학적제제를 전혀 쓰지 않은 경우에서 쓴 경험이 있는 경우보다 효과가 점막치유 달성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린버크는 1차, 2차, 3차 치료제로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효과를 가졌다”며 “다만 이 좋은 약제를 남겨놨다가 아껴 써야 할지(2차 또는 3차), 초기부터(1차) 써야 할지는 연구가 계속 중”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증성장질환은 질병이 진행되면 장손상이 많이 일어나므로 비가역적 장손상 이전에 초기에 투여하는 톱다운 방식(약효가 강한 것부터 쓰는)의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며 “치료 목표가 과거의 증상 소실에서 지금의 무(無) 스테로이드 관해 또는 수술방지로 바뀐 상황에서 톱다운 방식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궤양성대장염에는 TNF-α 억제제 계열(아달리무맙 인플릭시맙 에타너셉트) 3가지 약물과 항인테그린 제제(베돌리주맙),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유파다시티닙, 토파시티닙), 인터루킨(IL) 억제제(우스테키누맙, 미리키주맙), S1P 수용체 조절제(오자니모드) 등의 생물학적제제가 쓰인다.
예 교수는 인플릭시맙은 중증에 쓰면 효과가 덜하고(약하고), S1P 수용체 조절제는 초반에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궤양성대장염에서는 인플릭시맙을, 크론병에서는 아달리무맙을 투여하다가 린버크로 처방을 변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TNF-α 억제제는 모두 정맥주사 또는 피하주사제로 환자의 거부감이 크다. 반면 린버크는 우수테키누맙이나 토파시티닙에 비해 효과가 우수하다고 미국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또 국내서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누공성 크론병에서 린버크의 개선 효과가 다른 생물학적제제보다 우수했다고 예 교수는 소개했다.
하지만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JAK 억제제 계열인 화이자의 ‘젤잔즈정’의 주요심혈관사건(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혈전, 암, 사망 위험 등의 위험을 경고하고 한 동안 JAK 억제제의 추가 적응증 승인과 신규 진입을 막은 전례로 비춰볼 때 JAK 억제제 전반의 잠재적 위험성은 계속 주시해야 할 이슈다.
JAK억제제는 JAK-STAT 경로라는 사이토카인에 의해 유도되는 염증반응 신호전달경로의 상부를 억제한다. 따라서 효과가 강력하지만 반대급부로 안전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SUCRA 점수가 높은 게 이를 말해준다. 린버크는 간, 신장, 심장 등의 기능에 부담을 주고 대상포진 등에 취약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측면이 ‘의미 있게 높은 것’은 아니라고 예 교수는 강조했다. 효과가 위험성을 상쇄하고 남을 만큼 충분히 유효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효과가 좋은 약제를 나중에 쓸 수 있도록 미루는 게 반드시 좋은 전략이 아니다”며 “염증억제, 점막치유 면에서 초반에 쓰는 것은 의미가 있고, 후반에 쓰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