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방광 환자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모두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원식·박지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은 과민성방광 환자 약물 치료제인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사용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성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비뇨기과포커스’(European Urology Focus, IF=5.4)에 게재됐다.
과민성방광은 방광이 과민하게 반응해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는 질환이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약 12.2%가 앓고 있다. 나이가 들면 소변 배출 신호를 전달하는 배뇨신경과 방광근육의 기능이 저하돼 고령자일수록 과민성방광을 겪을 위험이 높다. 젊은층에서도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문제로 인해 과민성방광을 겪기도 한다.
과민성방광은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면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항콜린제의 경우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베타-3 작용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약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치매 발병과의 연관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2015~2020년에 과민성방광 진단을 받은 환자 345만2705명을 대상으로 항콜린제 단독요법,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또는 병용요법으로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치매 발병 위험도를 각각 비교했다.
평균 추적 기간은 1년 10개월이었으며, 전체 환자 중 항콜린제 단독요법을 받은 환자 비율은 56.3%(194만3414명),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은 19.5%(67만1974명), 베타-3 작용제 및 항콜린제 병용요법은 24.2%(83만7317명)가 받았다.
분석 결과, 과민성방광 약물치료를 받은 전체 환자 중 5.8%에서 치매가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콜린제 단독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6.3%가 발병했다. 특히 항콜린제와 베타-3 작용제 병용치료를 받은 군에서는 6.7%로 가장 높은 치매 발병률을 보였다. 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약물로 인식됐던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군에서도 3.1%가 발병했다.
함원식 교수는 “베타-3 작용제 및 항콜린제 병용요법이 항콜린제 단독요법과 비교해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베타-3 작용제 단독요법 또한 누적 사용량에 따라 치매 발병률을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베타-3 작용제도 치매 발병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 약물 사용에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콜린성 약제(항콜린제)는 중추 및 말초 신경계의 시냅스에서 아세틸콜린의 작용을 차단하여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억제한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중추에서 아세틸콜린의 농도가 저하될 때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