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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시기에도 전파되는 CDI, 격리보다 관리 강화가 효과적
  • 오민택 기자
  • 등록 2024-04-19 12:51:40
  • 수정 2024-04-22 22: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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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암 환자, 완화의료 통해 불필요한 의료 감소

원환자의 항생제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 감염증(이하 CDI)’은 설사와 장질환을 일으키며,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CDI는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 미국에서만 연평균 2만9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감염병 가이드라인에서는 CDI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서 격리 조치가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CDI 전파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격리보다 관리 강화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민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김희정 용인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은 ‘실시간 위치 파악 시스템을 활용한 CDI 전파에 필요한 접촉시간 확인(Identifying Contact Time Required for Secondary Transmission of Clostridioides difficile Infections by Using Real-Time Locating System)’ 연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학술지인 ‘Emerging Infectious Diseases(IF=11.8)’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RTLS(Real time Locating System)는 병원 내에서 교직원과 환자 및 보호자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RTLS를 이용해 2021년 9월부터 12월까지 CDI 진단을 받은 입원환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2520명에 의한 접촉사례 3620건을 분석하고,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 내 CDI 감염 여부를 추적·관찰했다. 전체 접촉사례 중 직접접촉은 909건, 의료진을 통한 간접접촉은 421건, 의료장비 등을 통한 환경노출은 2290건이었다.


전체 접촉자 중 58명이 3개월 내 CDI로 진단됐으며, 접촉사례 기준으로는 전체의 3.5%인 126건이었다. 이후 새롭게 CDI로 진단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CDI가 기존에 진단됐던 환자들로부터 전파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전장유전체분석(Whole Genome Sequencing)을 시행했다. 이 결과 CDI 균주가 변이된 전파 건수는 2건(2명)으로, CDI 전파비율은 0.05%에 불과했다.


CDI 전파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평균 접촉시간은 1시간 53분으로 매우 짧았고, 설사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 시기의 접촉에도 감염병 전파가 이뤄졌다.


김민형 교수는 “CDI는 무증상 시기의 짧은 시간 접촉만으로도 감염병의 전파가 이뤄질 수 있는 반면, 병원 내 CDI의 전파율은 0.05%로 낮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CDI의 경우 원내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의 증상 위주의 격리보다 철저한 환경 소독을 포함한 감염병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격리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 증가하고 의료기관에서는 격리실의 부족상황을 겪고 있다”며 “개별 감염병의 정확한 특성을 분석하고 과학적인 예방법을 수립한다면 이러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엽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유신혜 서울대병원 임상의과학과 교수 (왼쪽부터)

최근 혈액암 환자가 전문 완화의료 상담을 받으면 생애말기 공격적이고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혈액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완화의료 상담의 역할을 보여주는 국내 최초의 연구다.


신동엽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유신혜 서울대병원 임상의과학과 교수팀은 혈액암 환자에서의 전문 완화의료 상담이 생애말기 공격적 의료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혈액암 말기 환자들은 혈구감소증이나 감염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중환자실 치료·심폐소생술 혹은 신대체요법 시행·인공호흡기 등 공격적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기존 고형암 환자에서는 조기에 암 치료와 전문 완화의료 상담을 병행하면 생애말기 돌봄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하지만 혈액암 환자의 경우 전문 완화의료 상담을 의뢰하는 비율이 낮고 주로 질병 경과 후기에 상담이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지금껏 국내에 없었다.


연구팀은 2018~2021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한 혈액암 환자 487명을 대상으로 전문 완화의료 중 하나인 '자문 기반 완화의료 상담 서비스'의 제공이 생애말기 공격적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상담 서비스는 중증질환자가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학제로 이루어진 완화의료팀이 전인적 케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분석 결과 사망한 혈액암 환자 487명 중 입원 기간에 완화의료 상담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32%(156명)로 나타났다. 그 중 급성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 진행이 빠른 환자군·입원 시점에서 질병 상태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군 등에서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비율이 높았다.


완화의료 상담군과 비상담군의 사망 전 1달 이내의 생애말기 공격적 치료 비율 비교. (중환자실 치료, 심폐소생술 시행, 인공호흡기 적용, 신대체요법 시행, 중환자실에서 사망)

연구팀은 비상담군과 완화의료 상담군의 '사망 전 한달 이내의 공격적 치료 비율'을 세부 항목별로 분석했다. △중환자실 치료 56.8% vs 25.0% △심폐소생술 시행 22.4% vs 3.8% △인공호흡기 적용 53.2% vs 18.6% △신대체요법 시행 39.6% vs 14.7% △중환자실에서의 사망 50.8% vs 10.9%로 모든 항목에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중환자실에서의 사망 비율'은 완화의료 상담군은 비상담군에 비해 중환자실에서의 사망 비율이 약 4.7배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이 혈액암 환자의 존엄한 마무리를 지원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신동엽 교수는 "혈액암은 고형암과 다르게 질병 특성과 종류에 따라 예후를 예측하기 어렵고 지속적인 고강도 치료가 필요해 생애말기 공격적 치료의 비율이 높다"며 "최선의 암 치료와 완화의료를 병행해 생애말기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남은 삶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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