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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주총서 ‘형제’가 ‘모녀’ 이겨 … 한미약품그룹-OCI그룹 통합 무산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3-29 11:29:30
  • 수정 2024-04-22 23: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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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표 대결서 개미세력이 형제 편 들며 근소한 차이로 모녀 측 눌러 … 자녀가 부모측 이긴 건 제약업계 갈등史 최초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끝에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승리함으로써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날 주주 표결에서 형제측 추천 이사 5명이 과반 득표를 얻으며 이사회 9명 중 5명을 확보했다. 반면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이우현 OCI 회장의 사내이사의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추천 이사 6명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이날 사내이사 임종윤 선임의 건은 5961만4855주 중 3114만7995주가 찬성, 득표율 52.24%를 기록하며 보통 결의 요건을 충족했다. 사내이사 임종훈 선임의 건은 3087만2384주가 찬성해 득표율 51.78%를 기록했다. 


반면 임주현 선임의 건은 5961만4855주 중 2859만709주 찬성으로 출석 의결권 수 대비 47.95%에 그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에 실패했다. 사내이사 이우현 선임의 건도 2864만592주 찬성(의결권수 대비 48%)에 그쳤다.


형제 측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소액주주들의 힘이 컸다. 주총에서 가장 중요했던 이사 선임 안건에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당초 표결 전 표 계산에서는 한미약품과 OCI의 통합을 찬성하는 송영숙 회장(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과 임주현 모녀 측이 국민연금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42.77%의 통합 찬성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통합에 반대하는 형체 측은 고 임성기 회장의 고교 후배이자 한미 일가를 제외한 개인주주 중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지분 12.15%)이 종윤·종훈 형제 편을 들면서 40.57%의 반대표를 확보했다. 


결국 소액주주(개미)의 마음에 통합 여부와 경영권 장악의 향배가 갈리게 됐는데 개미들은 통합 이후 OCI가 신주를 발행받아 한미약품 그룹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입지가 좁아진다는 판단 아래 통합 반성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표결 직후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주총 직후 장·차남 측에 ‘결과에 승복한다’며 더 이상의 통합 진행에서 손을 뗀다는 의사를 밝혔다.


역대 제약사들의 가족 간 지분 갈등에서는 모두 연장자인 부모 측이 이겼다. 동아제약의 경우 고 강신호 회장의 첫째부인의 차남인 강문석 부회장이 독단경영을 하다가 강신호 회장의 눈에 거슬려 축출됐다. 2004년 12월 당시 강문석 부회장은 200개 넘는 계열사 중 부실한 32개사에 대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를 밀어붙였으나 강 대표를 이를 강행해 갈등을 일으켰다. 


2007년 7월부터는 이복동생인 강정석(둘째부인의 차남)과 강문석 부회장의 형제의 난이 벌어졌고 결국 강신호 회장과 회사 주류세력이 강문석을 축출함으로써 몰락했다.


녹십자는 2009년 11월 15일 창업자인 고 허영섭 회장의 유산을 놓고 장남인 허성수씨가 어머니 정인애씨와 다투다 패소했다. 고 허영섭 회장은 녹십자홀딩스 주식 56만여주 가운데 30만여주와 녹십자 주식 26만여주 중 20만여주를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부인과 차남과 삼남에게 물려주도록 유언장을 남겼다.


이에 장남인 성수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중에 임의대로 유언을 작성케 해 자신은 유산을 전혀 상속받지 못하게 됐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이밖에 종근당, 대웅제약도 형제간 갈등이 있었으나 결론은 창업자인 선친들의 의사대로 경영이 승계된 상황이다.


이번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갈등은 제약업계 최초로 부모 측이 아닌 세력이 주도권을 잡았다는 의미가 있다. 송영숙 회장은 종윤·종훈 형제의 경영 스타일과 심성에 대해 마뜩찮아 하는 내심을 보도자료와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노출하며 통합 찬성에 힘을 실었지만 형제 측도 나름대로 많은 대비와 전략전술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어머니는 형제 측이 그저 ‘철부지’라고 봤을지 몰랐지만 형제 측의 맞대응은 주먹구구식 임기응변에 그치지 않았음이 표결 결과로 드러났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찬성한 표는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총수의 42.2%(출석 의결권 수 대비 47.95%)에 그쳐 모녀 측으로 분류된 주주(42.77%)에서도 이탈표(약 0.5%)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28일 주총은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있는 주식 수를 확인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개회가 세 시간 반가량 지연됐고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일신상의 사유로 불참했다. 이미 표 대결에서 승산이 없음을 간파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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