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종양의 위치나 크기, 전이 여부뿐 아니라 잔존 간 기능 등 고려할 요소가 많고 치료 방법도 다양해 치료 방향 결정이 어려웠다.
김강모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팀은 인공지능(AI)으로 환자별 치료 방법을 제안하고 생존율을 예측하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각 의료기관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의료진의 간암 치료방향 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진단 분야에 국한돼 있던 AI의 역할을 확장해 치료 방법 결정에 활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의 간암 사망률은 OECD국가 중 1위다. 암으로 인한 전체 국내 사망원인 중 간암이 12.2%를 차지한다. 진단받은 환자의 대부분이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을 앓고 있고 이 중 80% 이상이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간암의 위치나 크기, 전이 여부뿐만 아니라 진단 당시의 잔존 간 기능이 치료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료진은 이러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색전술, 고주파열치료,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지만, 간암은 병기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고 치료 결정이 복잡해 치료 방향 설정과 생존율 예측이 매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예측하고 그 치료를 받은 이후의 생존율을 예측하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CDSS)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서울아산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중앙대병원 등 국내 9개 기관에서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간세포암을 진단받고 다양한 치료를 받은 환자 2685명의 △기본 임상정보 △암 진단 후 처음 받은 치료의 종류 △치료 이후의 생존 데이터를 수집해 병원별로 나눠 인공지능으로 학습했다.
연구 결과, 치료 예측 정확도는 서울아산병원 내부 및 외부(타 병원) 데이터셋에서 각각 87.27% 및 86.06%였고, 생존 예측 정확도 역시 91.89%와 86.48%로 높은 진단 성능을 보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각 기관의 특성을 바탕으로 동일한 환자에게 다른 치료방법을 권장하기도 하고 치료별 생존율을 다르게 예측하는 특성을 보여, 실물과 똑같은 상황을 가상모델로 구현하고 여러 상황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남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단 분야에만 적용되는 인공지능을 치료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치료 방향 설정이 어려운 간암환자에서 병원별 특성을 고려한 데이터 기반 임상 의사결정 시스템이 가능해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강모 교수는 “간암은 내과, 외과, 방사선 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과가 긴밀하게 협력해서 치료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적의 치료방법 제안과 생존율을 예측한 이 프로그램이 각 병원 인프라와 연결되고 인허가 과정을 거친다면 실제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경화 고려대 구로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최광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동참했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파트너 저널 디지털 메디신’(npj Digital Medicine, 피인용지수 15.2)’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