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골수종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 발굴됐다. 김진석·조현수·정해림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 교수, 김소정·곽정은 연세대 의대 연구원팀은 다발성골수종이 진행할수록 증가하는 MIC 단백질을 중화 처리하면 자연살해세포가 활성화돼 항암효과가 향상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암면역치료연구’(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IF 10.9)에 게재됐다.
다발성골수종은 면역기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형질세포가 암으로 변하는 병이다. 암세포는 비정상 암단백질인 M단백질을 분비해 다양한 증상들을 유발한다. 대표적으로 골절, 감염증, 신부전와 같은 장기부전을 초래하며 감염증 위험성을 높인다.
다발성골수종은 면역조절제, 단백억제제, 항체치료제 등 다양한 약을 복합해 치료하지만 완치가 어렵고 재발이 잦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역세포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면역세포치료란 체내 자연살해(NK)세포나 T세포 등 암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세포독성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다. 다발성골수종 환자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저하를 보이지만 그동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저해하는 물질을 발견하고 세포독성세포의 저해된 기능을 다시 회복시켜 항암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조사했다.
먼저 국제 다발성골수종 연구재단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서 MIC 유전자 발현 정도가 환자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MIC 유전자는 정상세포에서 발현하지 않고 암 발생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현돼 면역 반응을 초래한다. 특히 MIC 유전자를 통해 발현한 MIC 단백질이 암세포에서 분비되면 주변 면역세포들의 면역기능을 저해시킬 수 있다. 실제 연세암병원 다발성골수종 환자 혈액과 골수 혈장에서도 MIC 유전자가 형성하는 MIC 단백질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증가해 있었다.
다발성골수종 환자 자연살해세포의 세포독성에 관여하는 면역표현형을 관찰하기 위해 유세포분석을 진행했다. 작은 노즐을 통과한 혈액에 레이저빔을 쏴 세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MIC 단백질 농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자연살해세포 기능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NKG2D 활성화 수용체 발현이 자연살해세포 표면에서 줄었다. 수용체 발현 감소는 자연살해세포의 암세포 공격력을 약화시켰다.
연구팀은 혈장 MIC 단백질을 중화하는 항체를 개발한 기업과 중개연구 협업을 통해 다발성골수종 MIC 단백질에 중화항체를 도입했다. MIC 단백질을 중화항체 처리하면 자연살해세포의 NKG2D 수용체 발현이 회복돼 자연살해세포의 항 다발성골수종 효과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석 교수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에서 중요한 면역세포 중 하나인 자연살해세포의 기능 저하가 암세포에서 유래된 골수내 MIC 단백질에 의해 유발된다는 점을 밝혔다”며 “이번 연구는 자연살해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다발성골수종 치료 성적 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