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를 시행해도 전립선암 진단 비율이 낮은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수치가 4~10ng/mL인 이른바 ‘그레이존’(회색지대) 환자에게 전립선건강지수(Prostat Health Index, PHI) 검사를 활용하면 불필요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상철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송병도 한양대 구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9년 4월~2022년 11월 PHI 검사와 MRI를 모두 받은 전립선암 회색지대 환자 443명을 대상으로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5일 밝혔다.

전 세계 남성암 발병률 2위, 암 사망 원인 5위인 전립선암은 최근 식생활과 생활습관의 서구화로 다른 암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전이와 합병증만 없으면 생존율이 100%에 가깝다.

이는 PSA를 활용한 조기 진단 덕분인데, 일반적으로 PSA가 4ng/mL 이상이면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그러나 PSA 진단 ‘회색지대’로 불리는 4~10ng/mL 범위에서는 조직검사를 시행해도 양성 진단율이 22% 정도에 불과해 불필요한 조직검사가 많았다. 

전립선 조직검사는 경(硬)직장 초음파검사를 활용해 전립선에 바늘을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침습적 검사로 출혈·통증·감염 등 합병증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하기 전 MRI 검사를 시행하는데 비용이 100만원에 달해 모든 회색지대 환자에게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연구팀은 PSA 회색지대에 해당하는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주요한 전립선암을 예측하기 위해 PHI와 PSAD(PSA를 전립선 크기로 나눈 값, PSA 밀도)를 새로운 진단지표로 삼고 연구한 결과 최적값이 각각 39.6, 0.12ng/mL²임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각각의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가 상당한 비율(28.7~31.8%)로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PHI 또는 PSAD를 단독 바이오마커로 활용하면 전립선암 진단을 놓칠 확률이 각각 13.6%, 14.8%에 달했다.

반면 PHI와 PSAD를 조합해 진단에 활용하면 MRI 검사를 20.1%까지 줄이면서도 전립선암 진단 누락은 6.2%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PSA 수치가 회색 지대에 포함되는 환자에서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이기 위해 PHI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한 최초의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PHI 외에도 다양한 혈청 및 소변 검체(샘플)를 기반으로 하는 전립선암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송병도 교수는 “PHI가 회색 지대 환자를 대상으로 전립선암 진단 정확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이는 기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PHI와 PSAD를 병용해 진단하면 불필요한 MRI 검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비뇨세계학술지’(World Journal of Urology, IF=3.4)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