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동남부 도시 래드너(RADNOR)에 소재한 제약기업 NRx파마슈티컬스(NRx Pharmaceuticals, 나스닥 NRXP)는 급성 자살충동 및 행동을 동반한 중증 양극성 우울증(Severe Bipolar Depression with Acute Suicidal Ideation and Behavior, SBD-ASIB) 치료제로 개발해온 ‘NRX-101’이 돌연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복잡성 요로감염증(Complicated Urinary Tract Infection, cUTI) 및 신우신염(Pyelonephritis)에 관한 ‘우수 감염증 치료제 인증’(Qualified Infectious Disease Product, QIDP)을 받았다고 1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NRX-101를 구성하는 활성 항생제 성분은 1950년대에 항생제로 개발된 D-사이클로세린(D-cycloserine, DCS)이라는 결핵 치료용 항생제 원료물질이다. 하지만 D-사이클로세린은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가 개발됨에 따라 선호도가 떨어졌다.
게다가 D-사이클로세린은 뇌내에서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의 차단을 유도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Rx파마슈티컬스는 중추신경계 분야를 연구하다가 항우울제 ‘라투다정’(Latuda 성분명 루라시돈, lurasidone)을 소량 투여하면 D-사이클로세린이 중추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로써 D-사이클로세린이 새로운 치료제로 부활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항생제 내성이 기승을 부린(ensuing) 지난 수십년간 기존의 복잡성 요로감염증 표준요법제들은 대부분 더 이상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 상황이다. 그 결과 현재 약 300만명에 달하는 미국 내 복잡성 요로감염증 환자들은 독성이 강한 항생제들과 다빈도 투여를 필요로 하는 정맥주사제, 입원 위험성 증가 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NRx파마슈티컬스는 D-사이클로세린을 경구 복용하면 요중에서 고농도로 존재하고 대사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활용하면, 복잡성 요로감염증에서 정맥주사제를 활용한 입원치료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게다가 NRx파마슈티컬스는 D-사이클로세린이 신속하게 흡수되고 소변을 통해 배출되므로 NRX-101이 장내(腸內) 미생물군집을 교란할 가능성이 적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Clostridium difficile)에 의한 2차 감염 위험성도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내 정상 세균총이 깨져 초래되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 관련 대장염은 원내 사망률을 2배로 증가시켜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연간 최대 16억달러를 지출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D-사이클로세린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또는 폐섬유증과의 관련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은 마크롤라이드 계열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다고 알려진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NRx파마슈티컬스의 설립자이자 이사회 의장 겸 최고과학책임자인 조나산 재비트(Jonathan Javitt)는 “우리가 원래 양극성 우울장애 치료제로 NRX-101 개발에 착수할 당시에는 생명을 구해줄 항생제라는 새로운 용도로 개발될 가능성을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면서 “FDA의 이번 QIDP 인증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QIDP 인증을 위해 FDA에 제출된 NRX-101 관련 연구결과는 의학논문 사전 공개 온라인 사이트인 www.medrxiv.org에 게재되기로 승낙을 받았고, 동료 심사 의학 학술지에서 게재를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단순(uncomplicated, 비 복잡성) UTI에 걸린 매년 1200만명의 미국인은 잘 알려진 항생제로 신속한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cUTI에 걸린 사람들은 잦은 정맥주사제 투여와 입원, 빈도 높은 치료 부작용에 노출되고 있으며 치명적인 패혈증, 사망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NRx파마슈티컬스는 OIDP 인증 취득에 따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는 동시에 5년의 자료독점권까지 추가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FDA에 신약승인신청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심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순차제출(rolling submission) 절차도 밟을 수 있다.
이와 함께 NRx파마슈티컬스는 대부분의 주요 글로벌 시장에서 최소한 2033년까지 NRX-101의 물질특허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아울러 NRX-101의 발매를 위해 비뇨기질환, 감염성 질환, 산부인과질환에서 존재감을 가진 제휴기업들을 물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