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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벽 녹이는 ‘소화성궤양’ 출혈, 식물 파우더로 지혈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4-01-18 13:15:24
  • 수정 2024-01-20 23: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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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철‧정다현 세브란스병원 교수팀, “전분 추출 다당류가 조기 지혈에 편리, 성공률도 높아”

식물 추출물로 만든 지혈 파우더가 소화성궤양 출혈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철‧정다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소화기관의 벽이 녹는 소화성궤양으로 인한 출혈 치료에 식물 추출물로 만든 지혈 파우더를 사용하면 기존 치료법과 비교해 초기 지혈 성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용도 용이하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 위장병학과 간장학’(clinical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IF=12.6) 지난해 최신호에 'Comparison of a Polysaccharide Hemostatic Powder and Conventional Therapy for Peptic Ulcer Bleeding'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소화성궤양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위산이 음식이 아닌 위, 십지이장 등 소화기관의 벽을 녹이는 질환이다. 소화성궤양이 악화하면 출혈이 발생한다. 지혈을 하더라도 출혈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65세 이상 환자에서 소화성궤양 출혈이 생기면 사망률이 10%에 이르고, 장기의 벽이 녹다가 구멍이 뚫리는 천공으로도 진행할 수 있어 초기지혈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면서 심뇌혈관질환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뇌혈관 치료제인 아스피린, 항혈전제 등의 복용률도 동반 상승해 이들 약에 의한 소화성궤양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는 혈관클립술, 열응고술, 전기응고소작법 등의 방법으로 치료했다. 이러한 치료법은 빠른 지혈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 파우더를 환부에 뿌리는 방식의 치료가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사용이 용이해 집도의의 숙련도에 의해 치료 결과가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식물 추출 성분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명확히 확인한 연구는 이제까지 없었다.


박준철 교수 연구팀은 2017~2021년에 소화성궤양 출혈로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병원 4곳의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216명을 대상으로 지혈 파우더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지혈 파우더는 식물 전분에서 추출한 다당류 물질로 상처 부위의 빠른 재생과 지혈을 돕는 흡수성 폴리머(absorbable modified polymer, AMP)가 함유돼 있다.


분석 결과, 지혈 파우더를 도포한 그룹(105명)에서의 초기지혈 성공률은 87.6%로, 혈관클립술 등 기존의 방법으로 지혈한 그룹(111명)의 성공률(86.5%)보다 높았다.


특히 소화기관의 벽이 녹아 궤양의 진행도가 높은, 나머지 동맥혈관이 드러나 출혈이 시작되는 환자에서 지혈 파우더를 도포한 그룹의 초기지혈 성공률은 100%였다. 이에 반해 기존의 지혈법을 사용했을 때의 초기지혈 성공률은 86.4%에 그쳤다.


지혈술 시행 30일 후 출혈이 다시 발생한 비율은 지혈 파우더와 기존의 치료법 간에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는 “최근 유병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소화성궤양 출혈은 천공으로 이어지거나 이로 인해 사망할 수 있어 빠르게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식물성 지혈 파우더의 치료 효과를 전향적 무작위 배정 방법으로 처음 확인한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초기 지혈을 통한 예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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