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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치료 전략에 새 길 연 키트루다, 현실은 ‘희망고문’
  • 오민택 기자
  • 등록 2024-01-17 16:01:02
  • 수정 2024-07-07 20: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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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HER2+/PD-L1+ 위암 1차 치료 허가 ... 동반진단ㆍ병용 약제 급여 발목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는 전이성 위암 진료지침에 새로운 트랙을 추가했다. HER2 양성 전이성 위암을 PD-L1 양성(CPS 1 이상)과 음성으로 구분, 양성에는 기존의 표준요법(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에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MSD)를 추가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영주 서울대 명예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중심이 돼 마련한 ToGA요법(트라스투주맙+항암화학요법)으로 전이성 위암 치료 전략에 HER2 양성 트랙이 마련된 이후 약 13년 만에 다시 두 갈래의 선택지가 마련됐다.


새로운 치료 전략의 근거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ToGA 요법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ToGA 단독요법(ToGA+위약)과 비교한 KEYNOTE-811 연구로, 이 연구 역시 라선영 연세암병원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뿐만 아니라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KEYNOTE-859와 CheckMate 649,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3차 치료에서 DESTINY-Gastric01 등 전이성 위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는 굵직굵직한 연구 모두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중심축이 됐다.


이처럼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돼 전이성 위암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치료 전략들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BMSㆍ오노)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한 갈래 길이 뚫렸지만, 새로운 치료 전략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는 논란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위암 5년 생존율, 국한병기 97.4% vs 원격 전이시 6.6% ‘극과 극’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우리나라에서는 2만 9361명의 위암 환자가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57.2명으로, 그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전체 암 환자 가운데 10.6%를 차지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위암 환자가 꾸준하게 줄어 갑상선암 이외의 암종 중 부동의 1위에서 벗어나 대장암과 폐암에 이어 3위까지 내려왔다. 뿐만 아니라 내시경을 통한 조기 검진이 늘어 생존율도 가파르게 상승, 90년대 50%를 밑돌던 5년 상대생존율이 최근에는 80%선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병기별 생존율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한 병기시 5년 상대생존율은 97.4%에 달하지만, 국소 전이시에는 61.4%로 크게 낮아져 전체 암 평균 74.5%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아가 원격 전이시에는 5년 상대생존율이 6.6%로 10%를 하회, 췌장암(2.6%), 담도암(3.2%), 간암(3.1%) 등과 함께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꼽히고 있다. 전이성 위암의 상대생존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위암에 효과적인 치료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가 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진행되다보니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에서 상대적으로 질병 부담이 크지 않은 위암 치료제 개발은 더디게 진행된 것이다.


이로 인해 그간 전이성 위암에 대한 연구는 다른 암종에서 허가받은 치료제를 차용해 시도한 사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 역시 다른 암보다 이질적인 위암의 특성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른 암종보다 표적할 만한 유전자 변이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이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하나의 변이를 공략하더라도 다른 암세포가 생존해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원격 전이 단계에서의 생존율이 위암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폐암이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장기생존의 시대로 접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가운데 위암의 질병부담이 상대적으로 컸던 우리나라에서는 가용한 치료법들을 최대한 활용해 위암의 치료 성적을 개선해왔고, 이제 위암 연구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ToGA 연구로 전이성 위암에서 최초로 표적치료(HER2)의 시대를 열었고, 라선영 교수가 이끈 연구자주도 임상 PANTHERA 연구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치료 전략을 다시 PD-L1 발현율에 따라 구분하는 투트랙 전략의 시발점이 됐다.


라선영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를 추가하면 건강보험을 적용받고 있던 기존 약제들을 비급여로 전환하는 현행 요법별 급여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EYNOTE-811, PD-L1 발현율 무관 생존율 개선

PANTHERA는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를 43명을 대상으로 기존의 표준요법인 트라스트주맙/카페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에 키트루다를 추가, 효능을 평가한 임상 1b/2상 연구다.


이 연구에서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7명의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포함해 76.7%,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은 97.7%에 달했고,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8.6개월,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19.3개월로 보고됐다.


일반적응로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이 1년 남짓이었음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적이란 평가다.


이 연구가 시발점이 돼 KEYNOTE-811로 이어졌다. KEYNOTE-811은 20개국 168개 기관이 참여한 3상 임상으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 698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1대 1로 무작위 배정돼 표준요법 (트라스트주맙+플루오로피리미딘+백금기반 항암화학 병용요법)에 위약 또는 키트루다를 추가 투약했다.


연구의 1차 중복 평가변수는 전체생존율과 무진행생존율, 2차 평가변수는 객관적반응률, 반응지속기간, 안전성 등으로 정의했다.


지난해 10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ESMO Congress 2023)에서 발표된 3차 중간분석에 따르면, 중앙 추적관찰 28.4개월 시점에 분석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전체 환군에서 키트루다가 10.0개월, 위약이 8.1개월로 키트루다 투약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28%(HR=0.72, 95% CI 0.60-0.84. P=0.002) 더 낮았다.


이 가운데  PD-L1 양성(CSP 1% 이상) 환자에서는 키트루다 투약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10.8개월, 위약군은 7.2개월로 키트루다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30%(HR=0.70, 95% CI 0.58-0.85) 더 낮았다.


이 같은 양상은 중앙 추적관찰 38.5개월 시점까지 이어져, 2년, 3년 무진행 생존율은 전체환자에서 키트루다군이 24%, 17%로 위약의 15%, 11%를 상회했으며, PD-L1 양성에서도 키트루다군이 25%와 18%로 위약의 14%와 10%를 웃돌았다.


또한 중앙 추적관찰 38.5개월 시점에 분석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전체환자에서 키트루다군이 20.0개월, 위약군이 16.8개월로 키트루다군의 사망위험이 16%(HR=0.84, 95% CI 0.70-1.01)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PD-L1 양성 환자에서는 키트루다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0.0개월로 위약군의 15.7개월을 상회, 키트루다의 사망 위험이 19% 더 낮았으며(HR=0.81, 95% CI 0.67-0.98) 통계적으로도 의미있는 차이를 보였다.


유럽종양학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HER2 양성 전이성 위암의 치료 전략을 PD-L1 발현율에 따라 구분한 새로운 진료 지침을 마련, KEYNOTE-811 3차 분석 결과가 발표된 학술대회 현장에서 공개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보다 앞서 1차 분석에서 공개된 긍정적인 반응률을 토대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 중 PD-L1 양성 환자의 치료에 허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3차 중간 분석을 통해 생존률에서의 이득이 확인된 후 지난 12월, 역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 중 PD-L1 양성 환자의 치료에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허가했다.


이혜승 교수는 약제 허가 후 동반검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는 현행 허가 및 급여 과정으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월 허가에도 동반진단 심사로 처방 지연

HER2 및 PD-L1 양성 전이성 위암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지난 12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지만, 허가 후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임상 현장에서 적용하기에 여러 가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와 관련, 한국MSD가 키트루다의 HER2 및 PD-L1 양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 허가 확대를 기념해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는 KEYNOTE-811 연구의 임상적 가치와 현실적 한계를 조명했다.


특히 이혜승 교수는 키트루다의 허가 확대로 전이성 위암에서 선택지가 넓어졌지만, 현실적인 한계로 아직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히려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키트루다는 HER2 및 PD-L1 양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IHC 22C3 pharmDx 검사를 통해 PD-L1 발현율을 평가하도록 허가받았다.


그러나 현행 동반진단 허가 및 급여 평가는 약제 허가 이후에 별도의 트랙으로 진행해야 해 키트루다의 허가 확대에도 IHC 22C3 pharmDx 검사의 허가 및 급여 진입까지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급여를 인정받고 있는 옵디보는 동반보조진단으로 IHC 28-8 pharmDx 검사를 활용하고 있어 전이성 위암 진단 시 HER2 발현 여부를 평가한 후 그에 따라 다시 PD-L1 발현율 검사 방법을 선택해야 해 진단 및 치료 진입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승 교수는 “약제 허가 후 의료 현장에서 동반진단 검사를 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한 달 또는 그 이상 지체된다”면서 “HER2 양성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위한 IHC 22C3 pharmDx 검사의 동반진단 급여 인정이 조속히 이루어져 실제 진료 현장에서 불편함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HER2 검사를 진행한 후 결과를 보고 다시 PD-L1 발현율을 검사하면 치료 시기가 늦어질 뿐 아니라 조직이 소실돼 다른 검사가 어려울 수도 있으며, 환자의 입장에서도 두 차례 여러차례 수납해야 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HER2 검사와 동시에 IHC 22C3 pharmDx 검사와 IHC 28-8 pharmDx 검사를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라선영 교수는 유럽에서는 IHC 22C3 pharmDx 검사 결과와 IHC 28-8 pharmDx 검사 결과의 호환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교수는 “유럽에서도 주의해서 사용하라는 부연을 달았다”면서 “아직까지는 호환 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근거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법별 급여로 키트루다 추가시 기존 치료제도 비급여 전환 ‘발목’

더 큰 난관은 급여 등재다.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제에 면역항암제까지 더해진 만큼, 급여 진입까지 적지 않은 시련이 예상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등 새로운 치료제를 활용해 전이성 위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지만, 급여 등재에는 난항을 겪고 있다.


그나마 최근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옵디보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지만, 허가사항과 달리 급여 범위는 PD-L1 발현율 5%로 제한했다.


이와 관련, 라선영 교수는 “모든 암종에서 생존율을 개선한 치료법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시급하겠지만, 전이성 위암은 그 중에서도 생존율이 낮고 미충족 수요가 커 접근성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급여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나빠진 후가 아니라 나빠지기 전에 잡아주는 가장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약제가 아닌 요법에 따라 급여를 적용하고 있는 항암제의 급여 기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라 교수의 지적이다. 


현행 항암제 급여기준은 요법별로 인정하고 있어 기존에 급여를 인정받고 있는 치료법에 약제를 더해 치료 성적을 개선한 새로운 조합이 등장할 경우, 임상 현장에서 새로운 약제를 추가하면 기존에 급여를 인젇받던 치료법까지 비급여로 전환된다.


실례로 현재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트라스트주맙과 항암화학 병용요법은 급여를 인정받고 있지만, 키트루다를 추가할 경우 키트루다는 물론 트라스트주맙과 항암화학요법까지 모두 비급여로 전환된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자비로 키트루다를 추가하려해도 급여를 인정받고 있던 약제비까지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해 선택이 쉽지 않다.


HER2 음성 전이성 위암에서 급여를 인정받고 있는 옵디보와 항암화학병용 요법 역시 급여 등재 전 같은 과정을 거쳤다. 비단 위암뿐 아니라 모든 암종에서 이 같은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라선영 교수는 “이미 급여를 적용하고 있어 재정에 영향을 주는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 “새로 추가한 약제비는 100% 본인이 부담하더라도 기존에 급여를 인정하던 치료제는 급여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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