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S1P(sphingosine 1-phosphate)의 수용체 조절제 계열 ‘제포시아캡슐’(Zeposia, 성분명 오자니모드 ozanimod)이 지난 2월 국내서 허가를 받아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TNF 억제제, 인터루킨 억제제, 인테그린 억제제, JAK 억제제 등 주사제부터 경구제까지 다양한 치료옵션으로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난달 29일 한국BMS제약이 ‘궤양성대장염 치료 영역 새로운 기전의 경구제 신약 제포시아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한 미디어 세션에서 “궤양성대장염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으로, 환자의 80%는 관해와 재발을 반복하며, 20~40% 환자는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서 특정 약이 효과가 있으면 효과가 감퇴하기 전까지 쭉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 환자가 약물치료를 통해 관해에 도달하더라도 부작용이나 재발로 인해 더 이상 그 약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르게 마련이므로 대체할 수 있는 무기(치료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까지 많은 치료제들이 개발됐지만 대부분 반응률이 낮고,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제포시아는 여전히 낮은 궤양성대장염의 관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등장하는 여러 신약 중 하나로, 제포시아 등장으로 궤양성대장염 치료의 미래가 밝아졌으며, 앞으로도 무기는 더 늘어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의 점막 또는 점막하층에 염증 또는 궤양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성 재발성 질환이다.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복통, 혈변, 설사, 대변절박증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염증이 지속될 경우 협착, 천공 등 합병증은 물론 대장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궤양성대장염의 치료 목표는 △스테로이드 없이도 가능한 관해 상태의 빠른 진입 △완전한 점막 치유 △병원 입원 또는 수술 감소 △환자의 삶의 질 개선으로 규정되고 있다. 오랜 기간 관해를 유지, 합병증과 대장암을 예방하는 것도 추구하는 치료 방향이다.
제포시아는 면역세포(림프구)의 S1P 수용체와 결합해 이들이 림프절 밖으로, 즉 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주며, 이를 통해 궤양성대장염 염증의 발생을 억제하는데 기여한다.
제포시아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중등도-중증의 활동성 궤양성대장염 성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비교 평가한 3상 임상 TRUENORTH 프로그램(TRUENORTH-I(유도요법) 및 TRUENORTH-M(유지요법))을 통해 입증됐다.
다의료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의 이들 3상 임상시험 결과 유도요법으로서 1일 1회 제포시아 0.92mg를 10주간 투여한 결과, 제포시아 투여군의 임상적 관해(clinical remission)율이 18.4%로, 위약군의 6%보다 3배 더 높았다(p<0.001).
임상적 반응(clinical response) 또한 제포시아 투여군이 47.8%로, 위약군의 25.9%를 상회했다(p<0.001).
또 제포시아 유도요법에서 임상적 반응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52주차까지 유지요법의 효과를 관찰한 결과, 52주 시점에서 제포시아 투여군의 임상적 관해율이 37%로, 위약군의 18.5% 보다 높았으며(p<0.001), 임상적 반응 또한 제포시아 투여군이 60%로 위약군의 41%를 웃돌았다(p<0.001).
안전성에서 중증 감염은 유도요법 기간 제포시아 투여군과 위약군에서 유사했으며, 발생 비율은 제포시아 투여군과 위약군 모두 52주간 2% 미만으로 나타났다.
하위그룹 분석에서 제포시아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생물학적제제 치료 이력에 상관없이 일관된 양상을 보였으며, 추가 분석에서는 1주차부터 궤양성대장염 증상이 빠르게 호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 교수는 “궤양성대장염은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고 완벽한 약제도 없다”며 “환자의 80%는 관해와 재발을 반복하며, 20~40% 환자는 결국 수술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약제의 반응률이 30~70% 사이로 만족스럽지 못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이 질환의 기본 표준요법인 5-아미노살리실산(5-aminosalicylic acid, 5-ASA, 일명 메살라진 또는 메살라민)은 관해율이 30~33% 수준이며, 점막 치유까지 관찰되는 비율은 20% 미만이다. 이것으로 치료에 실패하면 스테로이드를 쓰는 데 이를 통해 환자의 50%가 관해에 도달한다. 아자치오프린(Azathioprine) 역시 상당수가 부적절한 치료반응을 보인다.
천 교수는 “제포시아를 포함해 여러 계열별 약제 간 치료 효과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환자의 임상 양상에 따라 약제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컨대 증상이 심해 초기에 빠른 효과를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약, 직장인이나 학생들을 위해서는 복용이 편리한 경구약, 노인이나 기저질환자를 위해 약효가 다소 낮아도 안전성이 좋고 약물 관련 합병증이 적은 약 등을 의사가 판별해 처방해줘야 한다.
천 교수는 “TNF 억제제, 인터루킨 억제제 같은 생물학적제제, JAK 억제제 등면역체계에 영향을 주는 약과 달리 제포시아는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백혈구를 차단하는 약으로, 이론상 굉장히 안전하다”며 “심한 감염증 환자 등은 안전성 우려 때문에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기 어려운데, 제포시아는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경구약이고 안전성이 확보된 제포시아는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 안전성이 중시되는 노인에게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인테그린 억제제도 이런 측면에서 제포시아와 같은 축에 놓인 약물이다.
그는 “제포시아가 임상 연구에서 생물학적제제 치료 이력에 상관없이 유익성을 보였지만, 치료 이력이 없는 환자에서 이득이 더 컸던 만큼 2차보다 1차 치료제로 쓰이는 게 더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제포시아의 정확한 국내 적응증은 ‘보편적인 치료제(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의 치료) 또는 생물학적제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이 소실되거나 또는 내약성이 없는 성인의 중등증에서 중증의 활동성 궤양성대장염’으로 돼 있다.
그는 “제포시아는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1차 치료에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후속치료에서 생물학적제제 등 면역을 조절하는 약제의 효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급여 대상과 보험약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