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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등장한 ‘빈대’ … 해외여행 통해 ‘살충제’ 저항성 ‘열대 빈대’ 국내 유입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11-15 11:24:04
  • 수정 2023-11-17 2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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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가정용 살충제로는 안 죽어 … 70도 이상 스팀소독 또는 2시간 열풍 건조로 박멸

1980년대 이후 국내서 사라졌다던 빈대가 최근 전국에서 출몰하고 있다. 국내 빈대 연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년간 전국에서 접수된 빈대 관련 신고는 약 20건. 그런데 최근 단 한 달만에 전국에서 30건이 넘는 빈대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에서도 절반 이상의 자치구에서 빈대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당분간 빈대 ‘안전지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나, 찜질방, 기숙사, 숙박업소. 지하철에서도 빈대가 나타나며 언제 어디에서 빈대에 물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며 공포감이 함께 확산되고 있다.


과거의 빈대와 최근 빈대의 차이


빈대(punaises de lit 또는 bedbug)는 주로 침대에 서식한다 하여 베드버그라고 한다. 과거 한국의 토종빈대는 가정용 살충제만 뿌려도 죽기 때문에 쉽게 박멸됐다. 


그러나 2009년 이후 국내에 유입된 빈대는 모두 해외에서 들어왔다. 유럽(특히 프랑스)으로 여행을 갔다가 의류, 여행용 가방을 통해 집안으로 유입되며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해외 유입 빈대는 열대 빈대로서 현재 쓰이는 피레스로이드 살충제(퍼메트린, 델타메트린, 프탈트린, 페노트린, 트란스프랄레트린, 트란스알레트린, 트란스플루트린, 파레트린엑스 등)로는 죽지 않는다. 지난 4월 서울대는 “2021년 국내에서 발견된 열대 빈대는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심지어 “살충제 원액에 담가도 열대 빈대가 죽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피레스로이드 살충제는 모기, 파리 살충 목적으로 가정용으로 쓰이며 피레트린이라는 제충국에서 나오는 살충 성분을 화학적으로 개조해 합성한 것들로 안전성은 대개 비슷하다. 일상적인 농도에서는 크게 해롭지 않지만 장기간 노출되거나 민감한 사람에게는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러나 열대 빈대에게는 속수무책인 셈이다. 


한 방역업체 관계자는 “개인이 일반적인 살충제로 한두 번 뿌린다고 해서 사라질 빈대가 아니다”며 “수차례 전문적인 방역작업이 이뤄져야 소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빈대는 위험한가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곤충으로 종류만 해도 30여종 이상이 있다. 침대 외에도 쿠션이 있는 소파, 의자 및 사람들이 오랫동안 휴식을 취했던 장소에 서식한다. 심하게는 벽지 안쪽, 벽면 콘센트 안쪽, 천장 화재감지기 속에서도 발견된다.

 

연한 갈색 또는 적갈색으로 길이가 약 4~5mm, 너비가 1.5~3mm로 너무 작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식별하기 어렵다. 뒷날개는 없지만 앞날개는 패드 모양의 구조로 되어 있다.  전체적인 체형은 난형이며 배쪽으로 평평하다. 

 

한 번의 혈액 섭취로 먹이를 먹지 않고도 20도 이상의 실내 온도라면 최소 120일, 최대 1년까지 살 수 있다. 흡입한 혈액을 1주일간 천천히 완전 소화시키며 오래 버티는 것이다. 피를 빨기 위해 피부를 물면 피부를 자극하며 피부 발진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빈대는 많아야 서너 마리가 들려드는 모기와 달리 여러 마리가 떼지어 다닌다. 물린 자국을 보면 바느질 한 것처럼 직선으로 길게 서너번을 물고, 위치를 옮겨 다시 직선 형태로 문다. 주로 발이나 얼굴 목 등 옷이나 이불로 감싸지 않은 부위를 문다. 한번에 흡혈하는 양이 많기 때문에 심한 경우 가려움증과 발진은 물론 빈혈과 고열을 유발할 수도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10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흡혈하지 않고도 70~150일 생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빈대는 야외 서식성 곤충이 아니고 실내 서식성 곤충으로 따뜻한 실내환경에서 왕성하게 서식한다”며 “날씨가 추워져도 가정마다 대부분 난방을 해 20도 이상의 실내온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빈대가 사시사철 서식하기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빈대에 물렸다고 곧바로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물린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가려움증이 생긴다. 그 정도가 심해 수면장애를 일으키면 크고 작은 불편함과 심리적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매우 드물지만 아낙필락시스(급격한 알레르기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빈대는 외상성 수정을 통해 성적 번식을 수행한다. 일생 동안 200~250개의 알을 낳는다. 

 

노주영 이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노주영 이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빈대에 물렸다고 해서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가려움증의 정도가 매우 심할 수 있고 가려움증 때문에 피부를 과도하게 긁다보면 2차 감염이나 상처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교수는 “빈대에 물렸을 때 빨갛게 부어오르고 가려운 증세를 가라앉히는 간단한 방법으로는 물린 부위에 얼음팩을 부드럽고 얇은 수건으로 싸서 냉찜질을 하고,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의사의 권고에 따라 국소 스테로이드를 바르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빈대에 물린 상처는 대부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히 치료되지만 피부가 약하고 가려움에 예민한 소아나 기저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상처가 2차 피부염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했다. 염증이 심한 경우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다. 


열대 빈대 퇴치법


침대보나 옷, 커튼 등 빈대의 서식이 확인된 세탁물은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두 시간 이상 쬐어주면 박멸이 가능하다. 


진공청소기로 침대, 매트리스, 소파, 가구 등을 청소하고 청소기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해 폐기한다. 여행 중 빈대에 노출됐다면 여행용품을 철저히 소독한다. 빈대에 물리면 물과 비누로 씻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다. 


김주현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곤충학)는 "2010년대 후반부터 국내 빈대가 살충제에 저항성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의 빈대는 기존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에 1000배의 저항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이미다클리프리드'와 페닐피라졸 계열의 '피프로닐'을 효과적인 살충제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조만간 용량과 용법을 설정하면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대와 벼룩의 차이 

 

벼룩(Les puces, flea)은 조류나 포유류의 혈액을 먹는 외부 기생충으로 세계적으로 2000종 이상이 있다. 몸길이 2∼4mm로 매우 작으며, 빠르고, 대개 어두운 색을 띠고 있다. 날개가 없기 때문에 날지는 않지만 뒷다리를 사용하여 지상에서 약 7인치 높이까지 점프할 수 있다. 입 부분은 피부를 뚫고 피를 빨기에 유리하도록 적응돼 있다. 빨은 피를 운반하기 위해 날카로운 입이 빨대처럼 발달되어 있다.

 

벼룩은 피부 발진과 가려움증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많은 박테리아(쥐티푸스), 바이러스(점액종증), 기생충(조충 또는 촌충으로 불리는 tape worm), 원생동물(트리파노좀) 질병의 매개체이기 때문에 빈대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벼룩은 곤충강, 벼룩목(Siphonaptera), 벼룩과(Pulicidae), 쥐벼룩속(Xenopsylla)을 포함한 다양한 속에 속하며 날개가 퇴화해 은시류(隱翅類) 또는 은시목(隱翅目 : Aphaniptera)이라고 한다. 


반면 빈대는 곤충강, 노린재목(Hemiptera), 빈대과(Cimicidae), 빈대속(Cimex)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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