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심혈관질환, 당뇨병성 신질환, 당뇨발 발생 위험이 각각 12%, 23%,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의근·이소령·권순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및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6만7530명을 대상으로 심방세동 유무에 따른 당뇨 관련 합병증 발병 위험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 저명한 당뇨학회지 ‘당뇨병관리’(Diabetes Care, IF=19.112)에 게재됐다.
당뇨병은 가장 흔한 내과 질환 중 하나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못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심혈관질환, 신기능저하(신부전), 당뇨발이 있다. 이 같은 합병증은 심근경색, 심부전, 투석, 당뇨발 악화로 인한 하지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자주 관찰되는 부정맥인 심방세동은 불규칙한 맥박과 두근거림, 숨차는 증상을 유발하며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질환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심방세동 유무가 당뇨 합병증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9~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당뇨병 환자를 심방세동 여부에 따라 나누고, 당뇨 관련 합병증(심혈관질환, 당뇨병성신질환, 당뇨병성 망막질환, 당뇨발) 발생 위험을 중앙값 7.6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있는 당뇨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심혈관질환, 당뇨병성 신질환, 당뇨발 발생 위험이 증가했으나, 당뇨병성 망막질환은 심방세동 여부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특히 당뇨 환자에서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당뇨발에 의한 하지절단 위험이 4.1배로 크게 높았다.
이 결과는 당뇨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심방세동이 당뇨병의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심방세동이 있으면 심방이 비성장적으로 수축해 혈류의 저류가 생길 수 있고, 이로 인해 혈전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동맥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영향이 당뇨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이다.
나아가 이 결과는 대규모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다른 심혈관질환의 요인을 배제하고 심방세동이 독립적으로 당뇨관련 합병증 위험도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줘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최의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당뇨 관련 합병증에 미치는 심방세동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심방세동이 발생할 경우,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관리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발의 악화로 인한 하지절단 위험은 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 더욱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