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슈의 CD20☓CD3 T세포 관여(engaging) 이중특이항체 ‘룬수미오주’(Lunsumio 성분명 모수네투주맙, mosunetuzumab-axgb)가 소포성 림프종(여포성 림프종) 치료에 사용하는 희귀의약품(전문약의 일종)으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 림프종 성인 환자의 치료(3차 치료제)에 사용한다.
룬수미오는 T세포 표면에 있는 CD3과 악성 B세포 표면에 있는 CD20에 결합하는 이중 특이성 항체다. CD20xCD3 T세포 관여 이중 특이항체로는 계열 최초(first-in-class)다. 악성 B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고, 이를 제거하도록 T세포를 조절하는(redirection) 기전을 가졌다. 즉 룬수미오가 CD3에 결합하면 T세포가 활성화(증식)되고, 동시에 CD20에도 결합하면서 악성 B세포에 활성화된 T세포를 근접시켜 B세포의 연쇄적 용해를 유도하게 된다.
룬수미오는 식약처가 시행하는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GIFT, 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 대상으로 선정된 1호 의약품이다.GIFT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또는 희귀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서 기존 치료법이 없는 치료제 등의 신속한 제품화를 돕는 제다. 룬수미오는 ‘기존 치료제가 없는 의약품’에 해당돼 GIFT 프로그램에 2022년 11월 지정됐다.
소포성림프종(Follicular Lymphoma, FL)은 백혈구 중 림프구(무과립 백혈구, T세포와 B세포 등)의 B세포가 통제되지 않고 복제돼 발병하는 혈액암의 일종이다. 미만성(彌慢性)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에 이어 비호지킨림프종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약 22%)을 차지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75~85%)의 환자가 3기 또는 4기에서 진단받는다. 증상이 경미하고 천천히 진행되지만 늦게 발견될수록, 재발할수록 좋지 않은 예후를 보인다. 실제로 1차 치료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0.6년이지만, 3차 치료 환자에서는 20% 수준인 2년으로 감소한다.
룬수미오는 2022년 6월 8일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같은 해 12월 1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소포성림프종 치료제로 각각 조건부승인, 가속승인을 받았다. 이중특이항체로서 재발성 또는 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적응증을 획득한 것은 룬수미오가 전세계에서 처음이다.
FDA와 식약처는 로슈가 재발성·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상 ‘GO29781’ 임상시험에서 도출될 자료를 근거로 룬수미오를 가속승인했다.
이 임상에서 룬수미오는 중앙값 18.3개월의 추적조사 기간 중 반응유지기간 중앙값이 22.8개월로 나타났고, 완전반응률(종양 완전 위축) 60%(90명 중 54명), 객관적반응률(종양의 축소)은 80%(90명 중 72명)로 각각 집계돼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는 14.9개월의 추적기간(중앙값)에 반응유지기간 중앙값 22.8개월을 보였다. 12개월 및 18개월의 반응유지기간을 보인 비율은 각각 62%, 57%였다.
룬수미오 치료 후 최초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소요된 시간의 중앙값은 1.4개월[1.0-11], 최초 완전관해에 도달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의 중앙값은 3개월[1.0-19]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다. 특히 비교적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24개월 이내에 재발한 환자’가 전체 환자의 52.5%(47/90명)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70%가 치료 종료 후 최소 18개월 동안 반응을 유지했으며[95% CI: 57-84], 반응지속기간은 약 2년(22.8개월 [95% CI: 10-ne])에 달했다.무진행 생존기간은 17.9개월[10.1–NR]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도중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생명에 위협적인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으로 환자의 39%에서 나타났다. 다만 14%는 저등급(2급)이었고, 치료를 마치면 해소됐다. 중증인 3급은 2%, 최중증인 4급은 0.5%에서 나타났다. CRS의 평균 증상 지속 기간은 3일이었다. 이밖에도 피험자의 20% 이상에서 나타난 부작용은 피로(36%), 발진(34%), 발열(24%), 두통(21%) 등이었다.
환자의 10% 이상에서 나타난 비정상 임상 수치는 림프구 수 감소, 인산염 감소, 포도당 증가, 호중구 수 감소, 요산 증가, 백혈구 수 감소, 헤모글로빈 감소, 혈소판 감소 등이었다.
난치성 소포성림프종 치료를 위해 등장한 게 CAR-T세포 치료제(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Therapy)다. 하지만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에서 유래된 세포를 기반으로 맞춤형 제조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의 측면에서 환자에게 주는 부담감이 크다. 이들 환자맞춤형 CAR-T 치료제는 2주 이상 걸리는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쳐야 하고, 시설이 갖춰진 대형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노바티스(Novartis)의 ‘킴리아주’(KimriaI, 성분명: 티사젠렉류셀·tisagenlecleucel)의 1회 투여 약값은 미국 기준 47만5000달러에 달한다.
반면 룬수미오는 기성품으로 출시돼 치료제 제조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투여할 수 있고, 입원할 필요 없이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투약 기간은 8주기로 고정되어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완전 관해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총 17주기까지 투여가 가능하다.대량 생산이 가능해 즉시 투약할 수 있고 약가 또한 CAR-T 치료제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또 높은 치료반응률, 기성품 형태의 제품 가용성,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 투여가 가능한 편의성, 투여기간이 한정돼 있고 계속 치료할 필요가 없는 점, 다른 항암화학요법제와 병용하지 않아도 되는 점 등이 경쟁 우위로 꼽힌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아 높은 시장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