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에서도 진행 속도가 한층 빠르고, 생존율이 낮은 소세포폐암의 치료 효과를 높일 새 약물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다.
안명주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세계 최고 의학 학술지 중 하나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IF=158.5)에 1저자로, 소세포폐암 신약 ‘탈라타맙’(Tarlatamab, 개발코드명 AMG 757)의 2차 치료제로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지난 20일자에 ‘Tarlatamab for Patients with Previously Treated Small-Cell Lung Cancer’라는 제목으로 게재했다고 31일 병원 측은 밝혔다.
소세포암은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치료에 의존한다. 1차 치료에 반응이 없을 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제한적이어서 환자 시름이 깊다. 2차 치료를 하더라도 약물 반응기간이 짧고, 생존기간이 8개월을 넘기는 일이 드물 만큼 치명적이다. 전체 폐암의 10~15% 정도로 환자가 적은 탓에 상대적으로 관심도 낮아 소외된 암으로 불린다.
미국 암젠이 개발 중인 탈라타맙은 암세포와 면역세포 두 곳에서 발생한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 관여항체(Bispecific T-cell engager)다. 소세포폐암 환자의 상당수(85~94%)에서 발현하는 ‘DLL3’(delta-like ligand 3)란 종양세포 항원(단백질)과 T세포의 ‘CD3’(cluster of differentiation 3) 표지자(수용체)를 표적으로 삼아 결합한다. 암이 면역세포를 회피하려 하더라도 면역세포인 T세포를 끌고 암세포 앞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를 T세포 의존적인 항암 면역효과를 유도한다고 표현한다.
안명주 교수팀은 소세포암에서 이중특이성 탈라타맙의 2상 임상시험(NCT05060016, DeLLphi-301)을 통해 유효성을 평가하고 적정 투여량을 설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현재 개발 중인 탈라타맙이 환자 안전을 지키면서 최대 효과를 낼 새 치료 전략을 찾는 것을 목표로, 전세계 17개국 56개 의료기관에서 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220명을 모집한 뒤 무작위로 나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이드에 따라 연구팀은 탈라타맙의 용량을 10mg과 100mg으로 환자들에게 달리 투여한 뒤 치료반응과 부작용 등 예후를 살폈다. 그 결과 예후 개선 및 부작용 감소를 위해 10mg을 2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것이 환자에게 최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10.6개월의 중앙값 추적관찰 동안 객관적 치료반응이 나타난 환자 비율(ORR)은 10mg 투여군이 40%로, 100mg 투여군의 32%보다 높았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역시 10mg군이 4.9개월로, 100mg군 3.9개월보다 우위를 보였다. 치료 후 9개월 차에 추산한 전체생존율은 각각 68%, 66%로 미소한 우위를 보였다.
10mg 투여군은 생존기간 중앙값이 14.3개월로 산출됐으며, 반응유지기간 중앙값은 아직 산출되지 않았다. 치료반응을 보인 사람의 58%는 최소 6개월 이상 지속적인 반응을 유지했으며, 55%는 데이터 컷오프 시점에서 치료반응을 유지했다.
10mg을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는 상대적으로 더 높았던 반면 부작용은 줄었다. T세포를 활성화하는 치료방법인 만큼 과도하게 발현된 면역세포로 인해 ‘사이토카인폭풍’(cytokine-release syndrome)이 발생할 우려를 배제하기 힘든데 10mg군 51%, 100mg군 61%에서 발현됐다. 이 부작용은 주로 첫 번째 치료주기에서 나타났고, 중증도는 대다수가 1급/2급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 3급(중증) 사이토카인폭풍은 10mg군에서는 환자의 1%, 100mg군에서 6%에서 발생했다.
이밖에도 두 용량의 식욕감퇴(29%, 445), 발열(35%, 33%) 등 다른 부작용 역시 투여 약물의 용량을 줄인 10mg군이 모두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안 교수는 “소세포암은 다른 암과 달리 제한성 병기, 확장성 병기 둘로 나눠 설명할 만큼 단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확 퍼지곤 한다”면서 “대부분 환자가 다른 쪽 폐나 장기로 전이되어 치료가 어렵다. 마땅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연구가 계속 이어져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