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의학연구소 소속 박지애·강충모·이용진 박사팀이 뇌종양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뇌종양은 외과적 수술치료가 쉽지 않은 부위에 발생하기 때문에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Cu-64)를 표지한 포르피린(Porphyrin) 유도체를 뇌종양에 결합시켜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리로 뇌종양의 크기와 위치 등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Cu-64)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을 정맥 주사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하면 암세포에 방사성의약품이 모여 암의 크기와 위치가 영상화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체내에 주입된 방사성의약품이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 간 조직에서 먼저 분해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고 안전한 암 진단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포르피린에 N,N-디메틸-4-p-페닐렌디아민(N,N-dimethyl-4-p-phenylenediamin) 4개를 붙인 포르피린 유도체(tetra-N,N-dimethyl-4-aminophenyl)porphyrin : TDAP)를 개발해 뇌종양을 잘 찾아가 붙도록 결합력을 높이고, 이 포르피린 유도체에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4(Cu-64)를 표지해 암을 보다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성공했다.
포르피린은 식물 엽록소나 동물의 혈액의 헤모글로빈(적혈구 내 산소운반체)의 핵심 거대 고리 구조다. 암세포에 빛을 쪼였을 때 포르피린은 산소와 반응해 암 세포를 죽일 수 있어 관련 방사성동위원소 암 진단 및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N,N-디메틸-4-p-페닐렌디아민은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후보물질로 발표된 바 있으며, 포르피린에 결합하여 다양한 종양세포에 높은 결합력을 갖는다고 보고된 바 있다.
연구팀은 뇌 또는 허벅지에 뇌종양 세포를 이식한 동물모델(쥐)을 대상으로 연일반 포르피린과 포르피린 유도체에 각각 구리를 표지하여 종양 결합력을 비교한 결과, 주사 후 18시간째에 일반 포르피린에 비해 포르피린 유도체가 종양 결합력이 약 1.4배 높은 것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으로 확인했다.
또 구리를 표지한 포르피린 유도체의 정상 뇌와 뇌종양의 결합력을 비교한 결과, 주사 후 18시간째에 뇌종양의 결합력이 정상 뇌에 비해 32배 높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으로 암의 크기와 위치를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었다. 구리-64(Cu-64)는 대표적인 금속성 방사성동위원소로 금속성 물질의 결합력을 이용해 표지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그동안 구리-64(Cu-64)를 이용하여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방사성의약품 개발(2014년)에 성공한 바 있다. 이어 암세포 결합력을 높인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개발(2016년), 자궁경부암 지능형 방사성의약품 개발(2018년), 난치성 유방암 진단용 의약품 개발(2021년) 등 암 진단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분자제약학 학술지 ‘Molecular Pharmaceutics’(IF= ) 2023년 10월 18일자 온라인판에 ‘Porphyrin-Based Brain Tumor-Targeting Agents: [64Cu]Cu-porphyrin and [64Cu]Cu-TDAP’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번 포르피린 유도체의 뇌종양 결합 기전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여 더욱 실용적인 암 진단 및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 및 임상적용 등 실용화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치매극복연구개발’ 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고령사회 대응 첨단 방사성의약품 기반 기술 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