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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분만 필수의료 붕괴 막으려면 ‘수가 인상’ ‘분만사고 형사면책’ 필요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10-22 17:26:34
  • 수정 2023-11-02 0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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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주장 … 산부인과 원가보전율 50% 수준, 신규 전문의 분만 기피 심화

신생아 분만이 필수의료가 붕괴하는 주요 영역으로 지목된 가운데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회장 김재유)는 분만 수가 정상화와 분만 관련 의료사고 형사면책이 필요하다고 재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2일 서울시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16차 추계학술대회 도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자연분만 수가는 약 50만원, 제왕절개수술 수가는 250만원, 총 분만 비용으로는 약 250만~600만원이 드는데 2023년 기준 미국 약 2200만원(제왕절개수술 1500만원 포함), 일본 약 700만원(제왕절개수술 수가)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수가 인상을 촉구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2017년 의원급 산과 원가보존율이 64.5%였고, 2018~2019년 54.9%, 2020년 53.7%, 2021년 52.9%으로 갈수록 낮아져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와 유사한 건강보험 구조를 가진 일본만 봐도 분만수가가 5~10배 높다.


의사회는 “우리나라의 분만수가도 미국기준으로 설정하여 힘들더라도 보람과 보상을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유 회장은 “지난 8월 광주광역시에서 25년간 분만을 책임져 왔던 문화여성병원이 경영 악화로 폐원했다”며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 수는 2020년 517곳에서 2022년 470곳으로 약 9% 감소했다”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10년 전인 2012년 739곳과 비교하면 26.4%가 줄어든 셈이다. 특히 분만실이 없는 시군구 지자체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50곳에 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분만 전문의를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연도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은 2004년 259명에서 2023년 102명으로 절반 이사로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남자 산부인과 전문의는 같은 기간 171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며 “이마저도 분만하는 산과보다 암이나 내분비질환 등 부인과를 선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국 공공의료기관 중 인천광역시의료원 등 7곳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실정이다.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 경우 약 250만원(분만수가 50만원)으로, 2017년 기준 미국의 약 2200만원, 일본 700만원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의사회는 최선의 의료행위를 함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속된다면 필수의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산부인과 4년차 전공의 82명, 전임의 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7%가 ‘전문의 취득 및 전임의 수련 이후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79%는 ‘분만 관련 의료사고 우려 및 발생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의사회는 원가 이하의 수가를 인상하고, 분만사고에 대한 형사 면책이 보장돼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다시 분만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분만 중 신생아의 뇌성마비는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자궁내 감염이 하나의 중요한 추정 원인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10억원이 넘는 보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교통사고도 보험에서 보상하고, 형사처벌을 피하는 마당에 분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고액 보상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을 통해 무과실 분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 금액을 현행 3000만원에서 현실에 맞게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출산 대책에 들어가는 연간 15조원의 돈 중 0.1%만 써도 이를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명예회장(직전 회장)은 “일본 검찰은 분만사고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는 것을 사실상 원칙으로 정했다”며 한국도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증원한다고 필수의료로 의사 흘러가는 낙수효과 없어 … 필수의료가 ‘떨거지과’ 아냐 


최근 의료계의 핫이슈인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필수의료 기피 원인 낮은 의료수가와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부재이므로 이를 해결해 면허를 취득한 기존의 많은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산부인과 의사들은 입을 모았다.


오상윤 산부인과의사회 기획이사는 “정원 확대를 통해 의사 총량이 늘어나면 낙수효과로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갈 것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은 인기과에 떨어져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떨거지 의사들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 의사면허 번호가 6만번대이고, 지난해 면허를 받은 의사들이 12만번대로 그동안 2배 이상 의사들이 늘었다”며 “제가 의사면허를 취득할 때는 필수의료 및 응급의료 붕괴,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말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지금의 필수의료 붕괴는 돈벌이가 적고, 일이 고되고,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고위험 진료 분야를 기피하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풍토 때문에 생긴 일이어서 필수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형사소송 부담 해소가 의대 정원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일본은 2008년부터 의대 정원을 증원했지만, 2022년부터 다시 감축했다”며 “일본에서 의사 인력이 증가됐음에도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나 기피과에 지원하지 않고 도시 지역에 더욱 집중되는 현상이 빚어졌을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늘다보니 국민 의료비만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의로서 경험치가 쌓이려면 10년이 필요하고 지금 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해도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며 “기존 의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합리적인 의대 증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25일부터 시행된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제도 시행 후 CCTV로 분만 과정을 촬영하는 것에 동의하는 산모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CCTV 설치가 의료사고 예방에 대한 효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진료를 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사들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리수술이 만연했던 정형외과, 성형외과와 달리 민감한 부위를 다루는 산부인과에서는 CCTV 촬영이 기피되기 마련”이라며 “불합리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CCTV 설치 및 운영 비용만 낭비되고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양대 산부인과 의사회 통합 필요 … ‘계급장 떼고 직선제로 집행부 뽑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의사회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가 지난 15일 제안한 통합 제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간선제로 집행부를 뽑고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반발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의사회를 분리해 현재 두 의사회가 대립 중이다.


김재유 회장은 “김재연 회장이 우리와 상의도 없이 통합 추진을 위한 TFT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언론에 공개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통합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계급장을 떼고 모든 산부인과 전문의 면허를 가진 회원들이 직선제로 회장을 뽑아야 할 것”이라며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원들이 ‘회전문 인사’를 통해 자리를 독식하고 있으며. 김재연 회장이 임기 3년내에 통합한다고 발표한 것은 본인의 임기를 다 채우고 통합하겠다는 속셈으로 통합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직선제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선거관리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합의해 주관하도록 하고, 선거 후 양대 산부인과 의사회는 해체하자고 제안했다. 김 명예회장은 “산부인과의사회는 개인 및 특정 세력의 소유물이 아니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통합 TF를 구성해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


한편 지난 15일과 22일 열린 양대 학회의 학술대회에는 각각 900명(직선제), 300명(간선제)의 회원이 참석해 대조를 이뤘다. 직선제 의사회는 집행부가 선거를 통해 교체됐고 학술정보 제공, 병원경영 및 의료사고 대응책 등을 조언해주는 학회의 자상한 서비스가 간선제 의사회보다 회원을 더 많이 유입하는 동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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