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세포암(간암)에서 경동맥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의 시행 범위를 기존 간암의 병기 구분인 BCLC(Barcelona Clinic Liver Cancer)는 BCLC-B에서 BCLC-C로 확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BCLC는 0-A-B-C-D 각 단계로 구분하며, 이중 0·A기는 초기 단계, B기는 절제수술이 가능한 상태이며, C, D는 진행된 상태다. 그동안 TACE는 BCLC-B 단계에서까지만 가능하다고 인정해왔는데 BCLC-C까지 확장해도 된다는 주장이다.
다른 부위에서 간으로 전이된 암이 아닌 간세포 자체에서 발생한 간세포암은 그동안 주로 간절제, 간이식, 간동맥화학색전술 등으로 치료해왔다. 만약 진행성(인접 장기로 확산)일 경우 전신적 항암치료만을 권고하고 있다.
김지훈 아주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2007~2021년에 수술이 힘든 상태로 전신화학요법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 BCLC-C 진행 병기의 간세포암 환자 중 혈관 침범이나 간 이외 다른 부위로 전이가 없는 환자 236명을 대상으로 TACE의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대상군인 BCLC-C 병기 환자의 TACE 치료효과가 병기가 덜 진행된 BCLC-B 병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로써 혈관 침범이나 간 이외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는 진행된 간세포암에서도 TACE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을 확인했다.
최근 수술이 불가능한 간세포암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TACE는 종양 주변 혈관 안에 색전물질을 주입해 종양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 산소와 영양 공급을 차단해 해당 종양만 사멸하고 정상적인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다. 국소 마취하에 서혜부(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간동맥까지 삽입해 종양으로 가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와 색전물질을 삽입하기 때문에 전신 마취나 커다란 절개를 요하는 개복술로 인한 위험이나 부작용이 적고,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로 조기 복귀가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BCLC 병기를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햇다. 진행된 간세포암에서 TACE와 같은 국소 영역적 치료의 활용이 점차 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BCLC 분류체계는 환자 구성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간세포암의 경우 전신적 항암치료만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훈 교수는 “국가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간세포암도 조기 발견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수술이 힘든 진행된 단계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TACE의 치료 적용 범위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간세포암의 최소침습수술의 적응증을 보다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Oncology’(IF=5.738)에 ’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for advanced hepatocellular carcinoma without macrovascular invasion or extrahepatic metastasis: analysis of factors prognostic of clinical outcomes(대혈관 침범 또는 간외 전이가 없는 진행된 간세포암종에 대한 경동맥화학색전술: 임상결과 예측 인자 분석)‘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