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골다공증 치료제를 장기 복용하면 악골(턱뼈)괴사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RANKL 표적치료제 계열 골다공증 약인 ‘프롤리아프리필드실린지’(PROLIA, 성분명 데노수맙, Denosumab, 암젠코리아 및 종근당 공동 판매, 피하주사제)도 예외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윤준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과 교수팀은 ‘치과 치료에서 비스포스포네이트 또는 데노수맙을 투여한 골다공증 환자의 약물관련 악골괴사 발생경향 및 요인분석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약물관련악골괴사(Medication-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 MRONJ)는 악골에서의 창상 치유 지연과 그에 따른 골의 노출, 통증, 부종, 감염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또는 이전부터 골흡수억제제 또는 혈관형성억제제 치료를 받은 경우 △8주 이상 악안면 부위, 구내 또는 구외로 생긴 누공을 통해 뼈를 관찰 또는 탐침할 수 있거나 뼈가 노출된 경우 △악골에 방사선치료 병력이 없거나 또는 명확한 전이성 병력의 질환이 없음에도 뼈가 노출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약물관련악골괴사는 처음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가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비스포스포네이트관련악골괴사( Bisphosphonate-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 BRONJ)로 명명됐으나 대체 약제인 데노수맙 역시 악골괴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2014년 이후 골다공증 약제에 의한 악골괴사를 MRONJ로 고쳐 부르고 있다.
BRONJ는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을 장기 복용하면 주된 작용인 골소실(골흡수) 억제뿐만 아니라 골생산도 동시에 억제하게 돼 골의 재형성이 방해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MRONJ는 매우 발병률이 낮은 질환이지만 현재 다양한 보고가 이루어지며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치과 시술 전에 골다공증약을 중단해야 함을 알 정도로 대중적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어떤 약제를 어떻게 중단해야 하는지, 얼마나 오래 중단해야 하는지, 어떤 치과 술식에서 골다공증의 투약 중단이 더욱 필요한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이에 윤준호 교수가 MRONJ에 대한 과학적, 임상적 근거를 마련하고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맞춤형 자료를 이용해 2008~2020년의 경구용 또는 주사용 비스포스포네이트 또는 데노수맙을 투약한 이력이 있는 환자(50대 이상)를 대상으로 두 약제의 사용 행태와 MRONJ의 발병 추이, 골다공증 약제의 투약기간 및 약제 중단기간, 치과치료 여부와 그 종류 등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치과적 전신적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 투약 환자는 2016년 데노수맙이 급여화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데노수맙 투여 환자는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MRONJ 환자는 2010년 55명, 2015년 107명, 2020년 159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2010~2020년에 골다공증으로 진단받고 약제를 투여한 6만5987명(분석 가능한 표본) 중 MRONJ가 발생한 환자는 총 258명으로 매우 희소한 0.39%의 발병률을 나타냈다.
골다공증 약제를 투여하는 환자의 MRONJ 발생은 치과치료 유무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치과치료 경험이 있는 골다공증 투약 환자는 그렇지 않은 골다공증 투약 환자에 비해 MRONJ 발생이 4.6배 더 높았다. 치과치료 종류별로는 발치가 약물관련악골괴사 발생과 상관도가 가장 높았고, 이어 구강악안면외과적 수술, 치주치료의 순서로 상관도가 낮았다. 임플란트 시술은 발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상관도가 매우 낮았다.
연령별로는 50대를 기준으로 60대는 MRONJ의 상관도가 2.3배 더 높았고, 70대와 80대는 모두 5.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연령에 비례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고연령자일수록 비스포스포네이트의 누적 용량이 높고, 치과 시술 후 감염 위험이 높으며, 틀니를 더 많이 착용하는 등 다른 위험요인의 영향을 받기 쉬운 때문으로 추론된다.
아울러 치과치료 전 누적 투약일수가 길수록, 치과치료 전 약제중단일수가 짧을수록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윤 교수는 “골다공증 치료 목적으로 저용량의 경구용 골다공증 약제를 투여하는 환자의 MRONJ 발병률은 매우 낮으므로 치과치료를 위해 골절 고위험 환자에게 골다공증 약물의 투여를 중지하는 것은 효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척추골 및 고관골 골절은 고령의 환자에게 치명적이므로 약물 중단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위험-효과를 분석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용량의 비스포스포네이트 약제를 투여하는 암 환자의 경우 MRONJ 위험이 높으므로 투약에 앞서 구강검진을 받는 게 추천되며 발치와 같은 처치가 가급적 투약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교적 감염의 위험에 적게 노출되는 임플란트 시술은 MRONJ 위험이 낮으므로 골절의 위험이 높은 고령 환자, 중증 골다공증 환자의 임플란트시술 시에는 골다공증 약제를 중지하기보다 감염관리 등을 철저히 시행하며 MRONJ 위험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