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룬드벡 및 일본 오츠카는 주요우울장애 및 조현병 치료제 ‘렉설티’(Rexulti 성분명 브렉스피프라졸 brexpiprazole)와 항우울제인 서트랄린(sertraline, 오리지널은 한국화이자의 ‘졸로푸트정’)과의 병용요법이 성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를 겨냥한 3상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놨다고 7일(덴마크 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써 20여년 이상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았던 PTSD 치료에 새로운 옵션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PTSD에서는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억제제(SNRI)가 투여되고 있는데 PTSD 치료제로 미국에서 정식 승인된 것은 졸로푸트정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팍실CR정’(Paxil, 성분명 파록세틴 paroxetin, 국내선 PTSD 적응증 미승인) 뿐이다. 릴리의 ‘푸로작캡슐’(국내선 보령 판매, 플루옥세틴)과 비아트리스의 ‘이펙사엑스알서방캡슐’(성분명 벤라팍신) 등은 오프라벨로 처방된다.
3상 임상은 2건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첫 번째 임상(NCT04124614)은 총 416명의 성인 PTSD 환자를 대상으로 1일 2~3mg의 렉설티와 졸로푸트 병용요법을 진행하면서 유효성,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한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2개군(렉설티+졸로푸트 병용군, 위약+졸로푸트 병용군), 가변용량 투여방식의 임상이다.
두 번째 임상(NCT04174170)은 총 553명의 성인 PTSD 환자를 대상으로 1일 2mg 또는 3mg의 렉설티와 졸로푸트 병용요법을 진행하면서 유효성,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한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3개군(렉설티 병용군 2가지 용량 및 위약 병용군), 고정용량 투여방식의 임상이다.
두 임상시험의 1차 평가지표는 정신질환 진단‧통계 매뉴얼(DSM-5)에 따라 PTSD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10주차에 ‘임상시험자용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척도’(Clinician-Administered PTSD Scale for DSM-5, CAPS-5)를 적용해 시험군과 대조군(위약군)의 총점 변화도를 살피는 것이다.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CAPS-5의 착수시점 대비 10주 개선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입증됐다. 반면 두 번째 임상에서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한편 2018년 11월에 발표된 2상에서 브렉스피프라졸, 서트랄린은 단독으로 PTSD를 유의미하게 개선하지 못했지만 두 약의 병용요법은 0.01 미만의 p값으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전반적인 안전성 및 내약성 결과는 앞서 조현병, 알츠하이머성 치매 관련 초조(agitation associated with dementia due to Alzheimer's disease, AADAD), 주요우울장애(MDD) 환자들을 위한 부가요법제 적응증 추가 승인 임상시험 등에서 관찰된 것과 일관성 있게 나타났다.
렉설티 병용군에서 위약 병용군에 비해 2%p 이상 더 흔하게 나타난 부작용은 소화불량, 피로, 체중증가, 정좌불능(akathisia 안절부절 못함), 졸림 등이었다. 이같은 부작용으로 약물투여를 중단한 비율은 각각 3.7%, 7.6%였다.
전체적인 임상시험 결과는 아직까지 확보되지 않았다. 향후 사전에 정한 탐색적 분석 계획에 따라 추가로 데이터가 도출될 예정이다. 자세한 결과는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오츠카제약의 존 크라우스(John Kraus) 부사장 겸 최고 의학책임자는 “첫번째 임상시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보면 렉설티+졸로푸트 병용요법이 PTSD 환자에서 동반되는 증상들을 개선해 준 것으로 나타난 반면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1차 평가지표가 충족되지 못했다”며 “우리는 시험결과를 추가로 분석하고, FDA와 다음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룬드벡의 요한 루트만(Johan Luthman) 부회장 겸 연구개발 총괄은 “PTSD가 다양한 증상들이 수반되는 중증 정신건강 장애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새로운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며 “두 임상시험은 지금까지 PTSD 관련 임상 중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이어 렉설티 병용요법의 잠재성을 추가로 평가하기 위한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렉설티는 2015년 7월 조현병 치료제, 주요우울장애(MDD) 환자들을 위한 부가요법제로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16년 9월에는 조현병의 유지요법제로 업그레이드됐다. 2021년 6월에는 13~17세 청소년의 조현병 치료제로 확대 승인됐다. 최근인 2023년 5월 10일엔 AADAD 적응증을 미국에서 추가로 승인받았다.
룬드벡 및 오츠카 외에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의 MAPS Public Benefit Corporation(약칭 MAPS PBC)가 각성형 환각제인 메틸렌디옥시메사암페타민(methylenedioxymethamphetamine, MDMA)에 기반한 보조 치료법(MDMA-assisted therapy)으로 PTSD에 대한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 발표된 3상 중간분석 결과 PTSD 증상 심각도가 마지막 치료 후 최소 6개월, 최장 12개월 간 개선된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개월 차에 위약 대비 상당한 CAPS-5 개선을 보여 1차 평가지표 및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MMDA는 1960년대 및 1970년대만 하더라도 환자의 조절되지 않은 감정을 다스리는 약으로 심리치료와 병행됐다. 하지만 1985년 미국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gency, DEA)은 MDMA를 물질규제법에 따라 기분 전환용이나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Schedule I 약물로 지정하면서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 MDMA가 환자가 압도당하지 않은 채 고통스러운 기억에 접근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뇌의 공포반응을 약화시켜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들이 나왔다. 이에 2017년 FDA는 MDMA 보조 치료법을 혁신치료제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