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환자라도 촬영 자세나 호흡 정도에 따라 찍을 때마다 달라지는 엑스레이 영상의 특성상 과거의 영상을 바탕으로 지금의 영상과 비교해 추적관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판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준범·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추적검사를 위해 촬영된 흉부 엑스레이 사진 20만여 쌍을 활용해 질환의 변화를 진단해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한 결과, 약 80% 정확도를 보였다고 31일 밝혔다.
흉부 엑스레이 검사는 폐나 심장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시행되는 기초적인 검사법으로, 질환의 변화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검사로 활용된다. 그러나 촬영 시점마다 영상이 달라져 비교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딥러닝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으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은 환자들의 검사 사진 20만3056쌍을 활용해 질환의 변화를 진단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그동안 촬영된 한 쌍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병변이 새롭게 생기거나 크기가 달라지는 등 변화를 진단해 낼 수 있는 인공지능은 없었지만, 연구팀은 인공지능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과정을 분석해 이를 따라할 수 있도록 검사 사진을 학습시켰다.
나아가 연구팀은 해부학적 구조 일치 모듈을 도입해 인공지능이 과거와 현재 엑스레이 사진 간에 유사한 영역을 집중해서 판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중작업학습 기법을 이용해 인공지능이 질환을 이해하고 질환의 변화를 평가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연구팀은 1620쌍의 엑스레이 사진을 통한 내부 타당성 검증과 215쌍과 267쌍의 자료로 진행한 외부 타당성 검증으로 인공지능의 정확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예측 정확도는 내부, 외부 검증 결과 모두 약 80%로 영상의학과 2·3년차 전공의의 정확도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실제로 활용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판독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환자들이 조기에 적절한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준범 교수는 “기존 인공지능 연구들은 주로 한 장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질환을 찾는 진단 보조 기술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추적검사에서 질환의 변화를 찾아낼 수 있어 향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 과정을 모사한 인공지능이 질환의 변화를 판독할 수 있게 됐다는 점뿐만 아니라, 20만여 쌍이 넘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영상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인 '의료 영상 분석‘(Medical Image Analysis, 피인용지수 13.828)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