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그룹이 지난 17일 그룹내 상장 3사 합병을 공식화하는 공시를 내면서 하면서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은 첫 단계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및 생산회사인 셀트리온과 바이오의약품 판매법인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한다. 이후 합성약 생산 및 판매법인인 셀트리온제약의 사업 강화를 거쳐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두번째 합병을 추진해 바이오·케미컬 시너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종합생명공학 기업으로 위상을 굳힌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전망치를 2조3000억원 수준으로, 내년 매출 목표는 3조5000억원으로 잡은 바 있다. 올해 전망치의 5배에 이르는 매출 12조를 2030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셀트리온은 합병 후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까지 넘본다는 구상이다.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40%인 약 5조원을 신약에서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 Infliximab : 미국 제품명 짐펜트라·Zymfentra)를 육성하고 자체 개발 및 라이선싱을 통해 확보한 신약을 신속하게 개발할 계획이다.
램시마SC는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미국에서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신약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에서 신약으로의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은 오는 10월 28일이다. 램시마SC가 예정대로 허가를 받게 되면 내년 그룹 내 첫 신약(엄밀히 말하면 제형 개선 개량신약) 매출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미국 내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 예상치보다도 공격적인 목표치를 설정했다. 환자의 투여 편의성과 높은 만족도, 자체 직접 판매망 구축, 처방약 급여를 좌우하는 보험약가관리업체(처방약급여관리회사, Pharmacy Benefit Manager, PBM)에 대한 효과적인 공략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내년 램시마SC의 매출로 7000억원을 제시했다. 3년 뒤부터는 3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의약품 보험급여의 열쇠를 쥐고 있는 PBM 공략에 일정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7000억원의 매출 목표는 매우 공격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미국 내 인플릭시맙 성분 제품 중 유일한 피하주사제 제형인데다가 기존 정맥주사(IV) 제형보다 투약 편의성이 높다는 점에서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정맥주사의 경우 투약 시간이 2~3시간 소요되지만 램시마SC는 약 5분이면 투여가 가능하다. 더욱이 바이오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허가를 받음으로써 바이오시밀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도 지난 1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램시마SC는 일반적인 바이오시밀러 대비 최소 4배 이상의 약가로 판매될 것”이라면서 “15년간 특허로 보호돼 가격 인하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미국 시장의 빠른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IBD 시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애브비의 ‘휴미라’ 고농도 제품이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램시마SC가 투여 편의성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IBD 시장에서 얼마나 휴미라의 점유율을 잠식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IBD 적응증은 레미케이드가 가장 선호되는 의약품이었으나, 편의성을 앞세운 휴미라 고농도에 의해 시장을 빼앗긴 상황”이라면서 “미국 램시마SC 가속 성장을 위해서는 특허가 만료된 휴미라 IBD 시장을 효과적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성공을 통해 신약 부문에서 매출 3조를 달성하고, 나머지 2조원은 신약개발을 바탕으로 메우겠다는 목표다.
이미 자체 임상도 준비 중이다. 면역항암제와 유방암‧위암 신약후보물질이 현재 전임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중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다. 여기에 더해 적극적인 기업 및 신약 파이프라인 인수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가지고 있는 단기 동원 가능한 현금성자산과 저 개인의 자금 결합을 결합해 M&A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합병 이후 기술 도입이나 인수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통합 셀트리온은 2024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3공장 등 설비 확충을 통해 안정적 제품 공급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지금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디지털 헬스 분야에도 장기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방대한 임상 및 유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 질병 진단, 원격의료 분야에서의 기회를 주시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합병 후 매출 및 이익 확대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특히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원가경쟁력 확보에 따른 매출 증가, 파이프라인 확대와 신약 출시에 따른 매출 및 이익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주주에게 환원될 수 있는 재원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합병은 현명하고 잘한 결정”이라며 “이익의 30%는 현금배당에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면 서 회장이 지분 98.13%를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홀딩스가 통합 셀트리온 지분 21.5%를 소유하고, 통합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 지분 54.8%를 보유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최대 주주인 서 회장 아래 지주사-핵심사업 회사 순으로 지배구조가 수직계열화된다.
참고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의 합병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에게 셀트리온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당 합병 가액은 셀트리온이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6만6874원으로, 헬스케어 1주당 통합 셀트리온 보통주식 0.4492주가 배정된다. 합병 승인 주주총회는 오는 10월 23일이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이날부터 11월 13일까지, 합병 기일은 12월 28일로 잡혀 있다.
지난 1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는 통합 셀트리온의 이사회 명단도 공개됐다. 사외이사 8명과 사내이사 4명으로 사내이사로는 서정진 회장과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 등이 포함됐다.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은 명단에 오른 반면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빠져 2세 승계 과정에서 차남이 배제됐거나, 자식 둘을 모두 이사회에 합류시키는 게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나중에라도 서준석 의장이 통합 셀트리온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동안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겠다고 공언한 서 회장의 발언이 무색해지게 돼 비판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