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식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이창수 수원대 전자공학과 교수팀은 액체렌즈(electrically tunable liquid lens)와 ‘오토포커싱’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안경 개발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팀은 물체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안경 렌즈 도수가 거리에 맞게 변화하는 오토포커싱 기술과 안경테 가운데(양 렌즈의 연결 부위) 부착된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를 활용해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이 안경은 센서에서 나온 레이저가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한다. 측정값(거리 정보)은 액체렌즈로 전달되는데 전기신호에 의해 렌즈 곡률을 변화시켜 실시간으로 안경 도수를 변화시킨다.
시험용 안경테에 LiDAR 센서와 두 개의 액체렌즈를 장착 후 시연한 결과, 6m 떨어진 물체를 보다가 20cm 물체를 봤을 때 1초 이내로 렌즈 초점이 변해 가까운 물체를 깨끗하게 볼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안경에서 안구 움직임을 추적해 오토포커싱을 하거나, LiDAR 센서가 있는 카메라와 액체렌즈를 조합해 오토포커싱이 가능한 스마트 안경을 개발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어떤 거리의 물체라도 또렷하게 볼 수 있어 대표적 노인성 안과질환인 노안 정복에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노안이 생기면 수정체에 의한 초점 조절이 어려워져 근거리에서는 돋보기를 쓰다 먼 거리를 볼 때 벗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또 또렷이 보이는 거리가 한정돼 있어 이보다 더 가깝거나 멀면 잘 안 보인다.
황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안경은 자체 부피가 크고 노트북 컴퓨터와 연결돼야 하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더 얇은 렌즈를 사용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안경테에 삽입해 소형화한다면 충분히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심장을 몸 바깥에 달고 태어난 인도네시아 소년 미카엘(7세, Mikhael Josepine Haresananda) 군을 초청해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고 17일 밝혔다. 미카엘은 현재 일반 병동에서 퇴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병원장 회의실에서 축하 환송회를 받았다.
미카엘은 100만 명 중 5명꼴로 발병한다는 심장이소증(ectopia cordis)을 앓고 태어났다. 심장이소증은 심장이 몸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는 원인 불명의 희소 질환이다. 심장이소증을 앓는 신생아의 90% 이상은 사망한 채 태어나거나 태어났더라도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인도네시아 의료진은 미카엘의 예상 수명을 2년으로 정했다.
더욱이 미카엘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몸 바깥으로 튀어나온 심장이 자칫 외부의 충격으로 다칠지 모른다는 우려에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도 없었다.
인도네시아 현지 목사와 한국인 선교사는 미카엘을 돕기 위해 다른 국가들에 여러 차례 도움을 청했지만, 상태가 매우 심각했기에 치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던 중 가까스로 사단법인 글로벌사랑나눔을 통해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팀과 연결됐다.
한석주(소아외과), 정조원(소아심장과), 신유림(심장혈관외과) 교수는 미카엘의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자료를 확인한 뒤 치료를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미카엘을 의료 소외국 환자 초청 치료 프로그램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대상자로 선정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심도자술, 뇌 MRI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미카엘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심장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큰 혹처럼 몸 밖으로 나와 있었고, 두 개가 있어야 할 심실이 하나밖에 없는 ‘기능성 단심실’이었다. 폐로 혈류를 보내는 폐동맥이 없고, 네 개여야 할 심장판막도 하나밖에 없어서 혈액이 역류했다.
전신과 폐를 순환한 혈액이 하나의 심실로 유입돼 심장에 무리가 갔다. 또 두 혈액이 심장 내에서 섞여 만성 저산소증까지 발생해 심장은 물론 뇌 등 타 장기의 기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수술을 집도한 한석주, 신유림 교수는 심장을 체내로 넣기 위해 우선 가슴과 복부를 구분하는 근육인 횡격막을 인공재료로 새로 만들었다. 심장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가슴에는 충분치 않아 복부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더해 단심실 내에서 혈액이 잘 섞일 수 있도록 하는 심방중격 절제술, 판막 역류를 막는 판막 성형술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모든 수술을 마치고 나서는 수술 부위를 인공재료로만 덮어 놓고 경과를 지켜봤다. 당장 봉합해버리면 부어 있던 심장이 체내로 들어가면서 압력이 가해지는 등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틀 후 심장 부기가 빠지면서 봉합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해외 타 병원들이 환자 상태와 치료 가능성을 두고 수술을 고사했지만, 세브란스병원은 적극적인 치료로 끝내 성공했다. 한석주 교수는 “미카엘의 경우와 같이 희소 질환을 앓는 환자가 세계 곳곳에 많이 있지만 수술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미카엘에 적용한 수술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져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조원 교수는 “미카엘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치료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어떻게든 회복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며 “미카엘이 고국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건강 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많이 하고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유림 교수는 “심장이 체외로 튀어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두 개가 있어야 할 심실도 하나뿐인 채로 오랜 기간 치료를 못 받은 미카엘이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소아심장과, 소아외과 교수진들과 협진으로 심장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킨 뒤 수술을 마치고 미카엘이 잘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무척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수술을 2011년부터 진행 중인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3억원을 후원함으로써 완수했다. 글로벌사랑나눔, 한국심장재단, 한국기독공보 등 외부기관의 후원도 있었다. 그동안 세브란스는 총 88억원 상당의 병원 내외의 지원금을 통해 아이티, 케냐 등 29개국 226명의 환자를 초청 치료하며 의료선교기관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