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영 건국대 의대(의생명과학원 첨단중개의학과) 교수가 함병주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공동 연구한 결과 ‘뇌 염증반응 조절인자’의 이상이 우울증의 새로운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염증반응이 개인별 우울증의 차이를 나타내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신경과학 분야 상위 2%의 세계적 학술지 ‘Brain Behavior and Immunity’(IF=19.227)에 게재됐다.
우울증은 전 인구의 20%가 평생 한번쯤 경험하는 흔한 정서장애다. 하지만 유전·환경·정신심리학적인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개인별 차이가 매우 심하다. 또 기존 치료제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많아 개인에 맞춰 원인을 규명하고 각 원인별로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연구팀은 개인별 우울 증상의 차이에 주목하고 각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들을 연구했다. 먼저 개별 실험동물이 보이는 우울증 행동을 관찰해 우울한 정도에 따라 순위를 결정했다.
이후 각 동물의 전사체(transcriptome, 발현되는 RNA의 총합) 분석을 진행했다. 외부 환경에 따라 변하는 전사체를 통해 현재 활발히 발현 중인 유전자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염증 조절 기전에 문제가 있어 염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는 개체일수록 우울 증상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실제 우울증 환자의 뇌 구조의 변화를 확인하고 혈액에서도 DNA 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발현의 패턴이 변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물 연구에서 나타난 ‘뇌 염증반응 조절인자’가 사람의 우울증 발현 및 뇌 구조의 변동에도 상호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을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동물과 사람에게 나타나는 개인별 우울증 행동의 강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인자를 발굴해 우울증의 진단과 환자 맞춤형 정밀 치료제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이번 연구에 사용된 연구 방법은 우울증 외에 개인별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정신과 및 신경과 질환 및 기타 난치성 질환의 연구에도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는 안태진 한동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공동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뇌질환극복과제(연구책임자 함병주 교수)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