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유럽 최고의 암 연구 및 치료기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귀스타브루시(Gustave Roussy)병원과 지난 6월 28일, 온라인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귀스타브루시 병원은 프랑스 파리 외곽 빌라쥐프(Villejuif)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470병상 규모의 암 전문 병원이다. 100년에 달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두 기관은 암 치료 및 연구 등 최신 의료정보와 인적교류를 통해 상호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육, 훈련 및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진 교환 △과학자료, 출판물 및 정보 교환 △디지털 헬스, 전산, 의료기술, 경영지원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두 기관의 관심 범위 내에서 공동 연구 및 기타 활동을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암정밀치료를 주제로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심포지엄을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유럽 최고 수준의 암 연구 및 치료 기관에서 한국의 병원과 MOU를 맺은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의료의 위상이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의미”라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전 세계 수많은 암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와 치료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이우용 암병원장(대장항문외과 교수), 박희철 암병원 운영지원실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지연 암정밀치료센터장(혈액종양내과 교수), 귀스타브 루시 병원 파브리스 발레시(Fabrice BARLESI) 병원장, 파브리스 앙드레(Fabrice ANDRE) 연구부원장이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이진경)은 신경내분비종양 연구팀(원자력병원 핵의학과 임일한·이인기, 혈액종양내과 이효락·강혜진·장윤정, 국가RI신약센터 이용진·김희정)이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성의약품 ‘악티늄 도타테이트(Ac-225-DOTATATE)’를 이용한 알파핵종 표적치료 임상시험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고 7일 밝혔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내분비세포에 생기는 암으로 신경세포가 있는 신체 어디에나 발병할 수 있으며,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복통이나 설사와 같은 일반적인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어렵고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수술, 호르몬치료, 방사선치료 등 기존 치료법이 잘 듣지 않거나 진행된 경우, 루타테라(Lu-177-DOTATATE)와 같은 방사성의약품 치료제가 승인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루타테라에 의한 치료반응이 없으면 더 개선된 것으로 알려진 악티늄 치료를 고려하는데 악티늄 치료는 국내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목적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았고 그동안 해외 원정치료를 받고 있었다.
치료목적사용 승인은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에도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해주는 제도다.
연구팀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 간과 뼈에 전이돼 호르몬치료와 루타테라 방사성의약품 치료를 했지만 치료 이후 암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최근 악티늄 도타테이트(Ac-225-DOTATATE)’를 이용한 알파핵종 표적치료를 하고 치료 경과를 관찰했다.
지난 6월 8일 악티늄을 정맥 주사 받은 환자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7월 5일 신경내분비종양을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 갈륨 도타톡(Ga-68 DOTATOC, 신경내분비종양세포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결합하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을 이용한 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PET/CT)을 통해 간에서 갈륨 도타톡의 종양 섭취(종양에서의 흡수)가 감소했고, 신경내분비종양의 진단과 경과를 알아보는 혈중 종양표지자인 신경특이에놀라제(Neuron Specific Enolase)가 치료 전 161ng/ml에서 치료 후 64ng/ml로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통상적으로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 4회의 치료를 받는데, 이번 환자의 경우 1회의 치료로 치료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했고, 추가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종양세포 표면에 신경전달물질인 소마토스타틴 호르몬이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며, 악티늄은 소마토스타틴 호르몬 유사체에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결합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이다.
악티늄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정맥을 통해 주사해 수용체가 많이 발현돼 있는 신경내분비종양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 후 악티늄이 내뿜는 방사선으로 표적된 종양세포를 사멸시킨다.
알파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인 악티늄은 전립선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을 치료하는 방사성의약품에 쓰인다. 베타선을 방출하는 루테튬과 같은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해 높은 에너지로 암세포를 파괴해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방사선 투과거리가 짧아 정상세포의 손상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고 연구자 임상시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에 악티늄 방사성의약품을 적용한 국내 첫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일한 핵의학과 박사는 “신경내분비종양의 악티늄 치료효과 확인을 계기로 전립선암을 포함한 다른 암에도 적용할 계획”이라며, “난치암 환자들이 해외로 나가 치료받는 번거로움을 덜고 빨리 치료받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방사선의학 임상연구(알파 핵종 표적치료)’의 일환으로 수행되었다. 악티늄은 현재 독일 및 러시아에서만 소량 생산되어 고가로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원자력의학원(방사선의학연구소 RI응용부)은 2021년 악티늄(Ac-225) 생산을 위한 원료물질인 라듐(Ra-226)을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 재활용 플랫폼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하고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