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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g’ ‘K-hand’ 등 한국재활의료공학 선도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6-23 17:19:40
  • 수정 2023-06-27 19: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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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5명 인력으로 매년 60건 연구과제 수행 … 8가지 동작 첨단의수, 자율주행 전동휠체어, 100kg 견디는 첨단의족 놀라워

지난 4월 27일 방문한 인천광역시 근로복지공단 산하 재활공학연구소는 85명밖에 되지 않는 조직으로 너무도 많은 ‘K 재활공학’ 첨단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K-의족’ ‘K-의수’ ‘K-전동휠체어’ 등 몇몇 품목은 이미 글로벌 5위권에 진입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연구원들의 자부심이었다. 


우선 K-의족(K-leg)은 하지가 절단된 환자의 보행을 돕는 바이오닉스 재활기기다. 무릎 이하만 절단된 다리와 무릎까지 절단된 다리는 그 중증도와 재활 가능성이 현저하게 달라진다. 연구소는 현재 무릎이 절단된 환자도 커버할 수 있는 로봇공학적 K-의족(인공무릎)을 개발했다.


이석민 재활공학연구소장은 “의족은 발바닥부터 무릎에 이르기까지 보행 시의 압력이 고르게 분산돼야 하고 기계공학적으로 리드미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절단되지 않는 건강한 다리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의족은 연구소가 설립된 지 4년 만인 1998년에 ‘단축식’(단순기계식) 인공의지를 처음 선보인 것을 계기로 2008년을 전후로 전자제어식(2세대, 속도조절 가능, 일상적 평탄 보행)로 진입했다. 2018년부터 지금의 바이오닉형(3세대)로 전환했다. 바이오닉형은 가히 ‘K-leg’라고 할 만큼 속도 조절은 물론 경사로를 오르내릴 때의 몸의 균형과 적절한 힘의 구현을 가능케 한다. 


그 결과 한 족당 5000만~1억5000만원에 달하던 인공무릎의 가격은 국산 기술이 개발되면서 1700만원(산재보험 적용 시)까지 내려갔다. 


이석민 소장은 “첨단 의족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독일, 영국, 미국 등에 이어 한국이 4번째”라며 “독일 등 선진 3개국은 전쟁을 많이 치러 의족 개발에 노하우가 축적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은 단기간에 기술을 축적한 성공사례”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연구소는 현재 4세대로 향상시키기 위한 가속을 밟고 있다. 일명 ‘K4(Extreme, 극한형)’ 의족이다. 등산까지 가능한 정도로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현재 4.5kg에 불과한 의족으로 100kg의 하중을 거뜬하게 견뎌낼 수 있다. 이는 정상인도 힘든 수준의 기능이다. 연구소에서 K의족으로 재활훈련 중인 한 산재근로자는 “적응에 한 달 이상이 걸린다”며 “처음에 습관을 잘 들여야지 그렇지 못하면 몸에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조언을 들어가며 재활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마비 환자용 보행재활 훈련로봇도 곧 성과가 가시화될 예정이다. 현재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데 오는 8월말에 개발이 완료되면 연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로봇은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불완전 척추손상 등에 의한 편마비로 다리에 미치는 신경과 근육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걷는 게 불가능한 환자를 위한 재활훈련용이다. 과거 기계식 보행보조기(RGO)는 다리가 굽혀지지 않아 무릎에 무리를 주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은 무릎이 적당하게 굽혀져 충격을 커버하므로 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전동보조기(로봇)를 착용하지 않으면 낙상 위험이 있지만 보조기를 착용하면 슬관절 및 족관절의 외회전이 감소하면서 보행 시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로봇이 개발되면 9000만원에 이르는 외제 제품의 가격이 1500만~2000만원대(산재 적용시)로 떨어질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높은 의족 및 하지재활로봇의 가격을 낮출 것을 세계 각국과 제작사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가장 해당 환자가 많은 중국의 경우 전부 외제를 쓰고 전액 자비로 구입하는 상황이다. 


연구소에 들어서니 자율주행 휠체어가 시범 운행 중이었다. 자율주행 수준은 5단계로 구분된다. 2단계가 장애물을 인식하고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저속 주행 수준이다. 3단계가 360도 사물을 인식하고 최대 시속 130km까지 주행하는 테슬라나 현대자동차 수준의 주행이다. 현재 4단계로 업그레이드 중이며 5단계는 완전 무인화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자율주행 휠체어는 시속 2~4km 수준으로 지행하는 2단계 수준의 재활기구다. 재활공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 휠체어 시제품은 최대 속도 1.8km, 자율주행 위치인식 정확도가 5cm 이내 오차인 수준이다. 1단계 개발이 2022년에 완료됐고 2단계 개발이 2024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1단계가 원내 이동이 가능한 정도라면, 2단계는 병원과 집을 왕래할 수준으로 향상된다.


2000년대 중반, 경사로나 둔턱을 넘어가는 전동 휠체어 개발에 집중한 것에 비하면 현격한 기술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자율주행 휠체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필요한데 허가를 맡는 과정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연구팀은 귀띔했다. 


K-의수(K-hand)는 1998년 반자동 의수를 시작으로 2007년 근전전동의수(3지 의수), 2013년 손목 회전 및 분리 가능 의수, 2017년 집기가 가능한 그리퍼(Gripper) 의수, 2020년 5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5지 바이오닉 로봇 의수로 발전을 거듭해왔다. 


K-hand에는 현재 10여가지 손 동작을 구현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개발돼 있다. 산재 환자는 이 중 일상에서 또는 작업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8가지 손동작을 선택하여 탑재할 수 있다. 미국보다도 많은 기능 탑재 수준이라고 한다.


산재 환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동작을 머리로 떠올리면 센서가 뇌파를 감지해 이를 손동작으로 구현하는 인체공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손이 움직인다. 뇌파(EEG)를 근전도(EMG)로 전환하려면 센서가 필요하고 의수 환자가 이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 재활 환자는 “훈련 중 뇌를 써야 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손동작을 쓰면 뇌가 피곤해지기도 하고, 특히 오늘처럼 지켜보는 사람이 많거나 긴장하면 뇌 피로도가 급상승한다”면서도 “식사나 운전, 물건집기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첨단 의수는 손의 악력(握力) 조절도 가능하다. 연구소는 EEG 센서나 이를 EMG로 전환하는 센서는 자체 개발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외제는 센서만 해도 100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센서는 소형화에 성공해 외국 제품보다도 훨씬 적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하루 동안 쓸 수 있다. 


1300만~1500만원대였던 의수(義手) 역시 500만원대(산재 적용시)의 국산 제품이 출시되면서 800만원 가량 비용이 절감됐다. 


팔꿈치를 상실한 사람을 위한 전동의수도 개발돼 있다. 산재의 최종 목표가 보행 및 기능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근로현장의 복귀에 있기 때문에 전동 팔꿈치에 농기구(낫 호미 톱 삽)나 산업 현장에 쓰는 공구(드라이버 가위)를 교체해서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차근차근 개발 중이다.  


3D 프린팅 화상안면 보조기는 중증 화상에게 절실한 치료도구다. 2019년 기준 화상 재해는 7815명으로 전체 산재 환자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얼굴에 화상을 입을 경우 해당 부위가 굳지 않도록 구축을 방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즉 안면을 감싸면서도 적절한 압력으로 화상 부위를 눌러줘야 피부의 증식과 재형성이 용이하다. 얼굴의 지형과 딱 맞는 마스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압력을 감지하고 정밀하게 압력을 가하는 3D 프린팅 화상안면 보조기를 2017년에 개발했다. 9개월에 걸쳐 한 화상 산재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현재 한강성심병원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재활공학연구소는 1994년 설립돼 내년에 개소 30주년을 맞는다. 이석민 소장은 “그리 높지 않은 처우에도 연구원들이 매년 40여건의 자체 연구과제와 10여건의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며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공단에서 원활하게 구비해준다면 사기 충천해 더욱 열심히 일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자체 연구과제 43건, 국책 연구과제 19건을 포함 총 62건의 연구과제를 소화했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로 총 83품목을 산재보험 급여 품목에 반영하고 수입품을 국산화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28건의 재활보조기구 특허를 확보했고 5건을 기술이전했다. 


인천, 창원, 순천, 대전, 동해, 안산, 대구 등 산재병원 재활공학연구소 지역 서비스센터에서는 지난해 연구소 의지보조기실 5335건, 지역서비스센터 5296건 등의 서비스가 이뤄졌다. 직무지원 보조기구 지원건수는 상지절단 277건, 하지절단 186건, 척수손상 7건 등 총 470건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인정받은 재활의료기기 시험인증센터는 국내 유일의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 국내에서 개발 중인 의료기기의 성능을 저렴한 비용에 테스트해줌으로써 국산화 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기업의 동반성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센터의 시험성적은 근로복지공단은 물론 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내 기관과 해외 공인 기관도 공식 인정해주는 데이터다.


전동 휠체어의 경우 3개월간, 수동 휠체어의 경우 1개월간 내구 성능을 테스트한다. 10년전만 해도 국산 휠체어의 절반이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불량률이 5% 수준이다. 15도 경사로에서 휠체어를 20만바퀴 돌려서 부서지지 않아야 통과하는 테스트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휠체어는 전복이나 낙상 사고를 일으켜 탑승자를 크게 다치게 할 수 있다.   


이석민 소장은 “산재 장해인의 직업복귀 지원역할 강화, 재활보조기구 공급의 질적 확대 등을 통해 최종 목표인 직무복귀 달성률 제고에 기여하겠다”며 “자체 개발한 고기능 첨단 보조기구를 직무특성별, 장애유형별 맞춤형으로 지원하려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순희 전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이날 연구소 현장에서 “미래에는 첨단 혁신기술과 접목한 재활기구로 산재환자들이 장애를 극복하고 원활히 사회로 복귀하는 무장애(베이러프리)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은 연구소가 미래 K-재활, K-의공학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2월, 2018년 7월에 지난 4월에 걸쳐 3번 재활공학연구소를 방문 취재한 기자로서는 적은 인력으로, 최상급 처우를 받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많은 일을 하는지 놀라웠다. 2012년이 2차원, 2018년이 3차원이었다면 가히 올해는 4차원에 도달했다. 강순희 전 이사장은 ‘깨알 홍보’를 부탁했는데 너무 늦게 기사를 올려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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