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는 자사의 경구용 폴리 ADP 리보스 폴리머라제(poly ADP-ribose polymarase, PARP) 저해제인 ‘탈제나캡슐’(Talzenna, 성분명 탈라조파립 토실산염, talazoparib tosylate)과 일본 아스텔라스와 공동 마케팅하는 전립선암 치료제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 ‘엑스탄디연질캡슐’(Xtandi 성분명 엔잘루타미드 Enzalutamide) 병용요법이 성인 상동 재조합 복구(HRR: ATM, ATR, BRCA1, BRCA2, CDK12, CHEK2, FANCA, MLH1, MRE11A, NBN, PALB2, RAD51C 등 12개 유전자 중 최소 하나에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고 2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FDA는 3상 ‘TALAPRO-2’ 임상시험에서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rPFS)이 통계적으로 유의한데다가 임상적으로도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을 근거로 이 병용요법을 승인했다.
탈제나는 2018년 10월 16일, 위험하거나(deleterious) 위험한 것으로 의심되는 생식세포 계열 BRCA 유전자 변이(gBRCAm),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HER2) 음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의 단독 치료제(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국내서는 이전에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생식선 유방암감수성 유전자(gBRCA) 변이 HER2-음성인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치료에 단독요법으로 허가받았다. 단 수술 전 보조요법, 수술 후 보조요법,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조건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TALAPRO-2 임상시험은 다의료기관, 피험자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평가지표는 rPFS였고, 2차 핵심 평가지표는 전체생존기간이었다.
이 임상에서 탈제나+엑스탄디 병용요법군(200명)은 위약+엑스탄디 병용군(199명)에 비해 종양이 진행되거나, 사망한 비율이 55% 낮게 나타났다.
전체 환자 중 전자는 rPFS 중앙값이 도출되지 않았고 후자는 13.8개월로 산출됐다. 이 중 BRCA 유전자 변이(BRCA1 또는 BRCA2)가 있는 155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국한해 분석해보면 전자는 미도출, 후자는 11.0개월이었다. 이들 유전자가 없는 피험자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각각 24.7개월, 16.7개월로 산출됐다.
전체생존기간 연장의 추이를 뒷받침하는 최종 자료는 아직 도출되지 않아 향후 적응증을 확대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최종 데이터는 2024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탈제나 병용요법의 안전성은 개별 약물들의 알려진 안전성 프로필과 일반적으로 비슷했다. 중증 부작용은 환자의 30%에서 나타났다. 빈혈(9%), 골절(3%) 등이다. 치명적인 부작용은 환자의 1.5%에서 나타났는데 주로 폐렴, 코로나19 감염, 균혈증 등이었다.
탈제나의 사용중단은 피험자의 10%에서 확인됐다. 주요 요인은 빈혈(4%), 피로(1%), 골절(1%), 허혈성심장질환(1%), 척수압박(1%) 등이다. 부작용 때문에 피험자의 58%는 임시 또는 영구 중단을, 52%는 감량해야 했다.
탈제나+엑스탄디 병용요법은 유럽 의약품청(EMA)에 적응증 추가승인 신청서가 접수됐으며 현재 심사 중이다.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기 위해 약물요법 또는 수술 등 의학적 처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종양이 전립선 이외의 부위까지 전이되면서 악화된 유형이다. 전체 전립선암 환자의 10~20%가 진단 후 5~7년 이내에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된다.
미국의 경우 2020년에 300만명의 전립선암 환자 중 6만~9만명 정도가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인 것으로 추산된다.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들의 25% 정도에서 발견되고 있다. 공격적인 종양을 나타내는 데다 예후가 취약하다.
TALAPRO-2 임상을 총괄한 미국 유타대 헌츠먼암연구소의 니라즈 아가왈(Neeraj Agarwal) 교수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은 치료가 진전됐음에도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많은 환자들이 한 가지 계열 치료제를 투여받고 있어 종양의 진행과 사망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1차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가 잠복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는 치료결과가 한층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TALAPRO-2 임상에서 탈제나 병용요법은 상동 재조합 복구 유전자 변이 종양을 나타내는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종양이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른 비율이 통계적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으미를 부여했다.
화이자社 글로벌 바이오파마슈티컬스 부문의 안젤라 황(Angela Hwang) 최고 영업책임자는 “화이자는 비뇨생식기암 환자를 위해 효과를 증진시킬 수 있는 치료제를 공급해 온 오랜 유산을 갖고 있다”며 “3가지 유형의 전립선암에서 효능이 입증되면서 글로벌 표준요법제로 자리잡은 ‘엑스탄디’와 ‘탈제나’를 병용하는 요법은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에서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사망을 예방하는 데 상당한 개선 효과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탈제나를 비롯한 PARP 억제제들은 지난해 난소암의 장기치료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수난을 겪었다. FDA는 명백한 PARP 억제제들의 난소암 진행 억제 이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치료 환자에서 후기 라인(3차 또는 4차) 치료제로는 오히려 생존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잠재적인 해로운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클로비스온콜로지(Clovis Oncology, 현재 파산 절차 중)의 ‘루브라카’(Rubraca 성분명 루카파립, rucaparib),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캡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제줄라캡슐’(Zejula 성분명 니라파립, niraparib) 등이 각각 지난해 5월, 8월, 9월 자발적으로 미국에서 난소암 후기 라인 치료제 적응증을 철회했다.
이를 계기로 PARP 억제제들이 전립선암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이다. 지난 6월 1일 린파자와 얀센의 ‘자이티가정’(Zytiga 성분명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 Abiraterone acetate) 및 프레드니손 또는 프레드니솔론과 병용하는 요법이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도착점을 터치했다. 이 병용요법은 유해하거나(deleterious) 유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성인 BRCA 유전자 변이(BRCAm)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초 BRCA 변이 mCRPC는 물론 비(非) BRCA 변이 mCRPC 환자를 포함해 포괄적인 적응증을 얻으려 했지만 FDA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BRCA 변이 mCRPC 환자로 적응증 범위가 좁아졌다. FDA가 BRCA 변이 mCRPC 환자에서만 유리한 위험 대비 유익성을 보였다고 주장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번 탈제나 병용요법은 비(非) BRCA 변이 mCRPC 환자를 광범위하게 포함한다는 점에서 린파자 병용요법 대비 ‘질적인’ 승리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