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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수술원가 보장율 40~80%에 불과, 이러다 수술받기 어려울 수도”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05-30 17:03:26
  • 수정 2023-06-01 0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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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형외과학회, 수술 수가 현실화 촉구 … 수술하겠다는 전공의 22% 뿐

정형외과 의사들이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수술수가가 원가에 크게 못미쳐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주로 대학병원에서 종사하는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원의 입장이다.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 개인병원에서는 비급여를 통해 모자란 수술수가를 보전하고 있지만 대학병원의 경우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는 만큼 비양심적으로 과도하게 비급여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비현실적인 급여 기준으로 인해 정형외과 전문의들의 ‘수술 포기’ 현상이 심화되고 근골격계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홍근 이사장(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나치게 낮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로 수술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면서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육성에 소극적”이라며 “수술수가가 낮기 때문에 수술에 관심이 있어 정형외과를 지원한 전공의나 펠로우(전임의)도 개원 후 비급여치료(도수치료, 비수술 척추성형 치료, 물리재활치료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수술을 포기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정형외과 상위 10대 수술은 평균 40% 적자다. 수술재료는 날로 발전해 비용이 높아지고, 한국도 미국 등 의료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재료를 쓰는데 재료비용이 수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관절내시경의 경우 10% 정도만이 수가에 반영되고 있다. 관절내시경은 몇 번만 쓰고 교체해야 하는데 비용절감 차원에서 여러번 소독해 재활용하는 상황이어서 감염 우려가 있고 수술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한승범 학회 보험위원장(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병원장)은 예시했다.


작은관절에 쓰는 소형관절경은 50%만이 원가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작은관절에 적용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조직의 장력에 의해 손상되기 쉬운데 이를 외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척추고정술(기기·기구 사용 고정 포함)’만 흑자가 날 뿐 다른 모든 정형외과 수술이 적자 구조라고 학회는 강조했다.


아울러 정형외과질환은 교통사고나 대형 외상으로 여러 근골격계가 골절 또는 손상되기 마련이인데 이런 경우 동시 수술로 분류돼 종합병원급 이상은 70%(개별 부위 수가의 총합을 기준), 이외는 50%만 수가를 인정해 인정해주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정형외과학회는 제3의 조사기관을 통해 수술원가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대 수술의 원가보전율은 40~80%(적자로는 20~6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일본 영국 등과 국내 건강보험 수술수가를 비교한 결과 적게는 외국에 비해 5분의 1, 크게는 15분의 1로 낮았다. 대략 10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결론이다. 


예컨대 골수염 또는 골농양수술 비용은 국내서는 33만9530원이지만 미국의 경우 436만6938원으로 10배 이상 높게 책정돼 있다. 견봉성형술 및 회전근개파열복원술의 경우도 우리나라는 42만5650원인 반면 미국은 146만7719원, 일본 264만7216원, 호주 316만9616원으로 3.5~7.5배 차이가 났다.


이에 정형외과학회는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기준 개선 검토 사항 120개를 제출했지만 이 중 69개 항목에 대해 급여 기준 개선이 아닌 현행 유지로 판정받았다. 나머지 51개 항목은 현재 검토 중이다.


정형외과도 필수의료 차원에서 지원 절실 … 대학병원에서는 ‘찬밥’ 취급 


“정형외과 질환은 암처럼 죽은 병은 아니지만 통증에 시달리는 낮은 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아픈 사람을 고쳐 근로현장으로 되돌려보내는 사회경제성 면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정홍근 이사장은 “낮은 정형외과 수술 수가가 결국 근골격계 필수의료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환자들이 적기 치료를 받지 못하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형외과는 흉부외과나 일반외과와 달리 지원자가 많다는 이유로 보건당국에서 큰 관심을 갖지 않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근골격계질환을 겪고 레저 스포츠 활동의 증가, 인구 고령화로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 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승범 정형외학회 보험위원장(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병원장)이 낮은 정형외과 수술수가로 인해 정형외과가 대학병원에서 소외당하고 지원할 전공의가 감소해 점차 수술받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정형외과 진료가 대학병원에서는 ‘찬밥’ 취급을 당한지 오래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건강보험 수가 지급체계는 상대가치점수라는 ‘제로섬’ 게임으로 어느 한 진료과의 수가를 높이면 다른 진료과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대학병원에서는 진단검사의학과나 영상의학과과 수익을 올려 정형외과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술받기 위해 검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재료대, 인건비, 소요시간을 반영한 개별 진료행위에 적합한 수가가 매겨져 불공정한 정형외과 수술수가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보험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인 중증도 산정에서도 정형외과 전문진료질병군은 3% 정도에 불과해 정형외과 수술은 응급상황에서 여러 부위를 동시에 다뤄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견주관절 분야 중 가장 많이 하는 수술인 회전근개술은 C군으로 평가돼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기간이 다가오면 담당 교수들에게 수술을 줄이고 단기 연수를 다녀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상대가치점수 가운데 진료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료비도 점점 고도화 되면서 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술비용 안에 포함돼 있다 보니 별도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국내 정형외과 수술비용은 해외국가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수술위험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의료사고 보상 문제도 거론했다. 한 보헝위원장은 “소비자권리가 강화되면서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크게 잘못되지도 않았는데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영국에서는 보험 체계 내 급여 수술일 경우 명백한 실수로 감염이 발생해도 보상액은 1000만원 이하로 책정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민사소송을 통해 미국처럼 최대한 많이 받아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영국은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그만큼 싸게 수술받았으니 보상액도 그만큼 낮아야 한다는 논리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는 젊은 의사들이 정형외과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젊은 정형외과 의사들 ‘수술 포기’ … “개원해서 비급여 치료 집중”


보상은 적고 위험부담이 큰 정형외과 수술을 젊은 의사들이 포기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정형외과학회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답변한 정형외과 전공의 51명 중 수련 후 전임의를 하겠다는 응답은 58.8%에 그쳤으며, 희망하는 세부 전공은 슬관절이 27.5%로 가장 많았으며 반대로 외상이나 골절은 5%뿐이었다. 소아·종양 분야는 전무했다.


또 전문의 취득 후 수술 위주 업무를 하겠다고 답한 전공의는 21.6%에 불과했다. 수술과 보존적 치료의 균형적 업무(66.7%)를 선호하거나, 보존적 치료 위주의 업무(11.8%)만 하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전문의 취득 후 응급대응을 요하는 세부 전공을 선택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공의 62.7%가 ‘그럴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 ‘편하게 살고 싶어서’, ‘평생 대처할 자신이 없어서’, ‘적절한 보상이 없어서’, ‘응급 수술의 낮은 수가와 처우’ 등이 꼽혔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바라보는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정형외과 전문의의 62.6%가 수술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매우 낮다고 평가했으며, 현재 수술을 하고 있는 전문의는 68.7%로 절반을 겨우 넘겼다. 현재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답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4.5%였다.


이재철 정형외과학회 홍보위원장(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이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비급여 진료 위주의 마취통증의학과나 재활의학과로 유출면서 치료 적기를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재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 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요즘은 전문의 수련을 안하고 일반의(GP)로서 모발이식만 하겠다는 젊은 의사들도 많다”며 “젊은 의사들 생각은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적절한 수술 수가를 보상받지 못하니 전문의 수련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형외과질환을 비급여 치료가 90%가 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보면서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재활의학과 의사들이 재활치료로 수술치료 적기를 놓치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직 정형외과 의사만이 이학적 검사와 진료를 통해 근골격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수술로소 교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형외과수술 치료의 푸대접이 비급여 진료의 만연과 실손보험 확산에 따른 일부 개원의들이 지나친 이익추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이날 나왔다. 비급여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수술치료가 등한시됐다는 지적이다. 또 실손보험으로 의료소비자의 재원이 유출되니 공보험에 유입돼야 할 재원이 줄어들어 건강보험 수가 인상과 그에 따른 의료서비스 향상이란 선순환이 막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이사장은 “수술 할수록 적자인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의료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며 “머잖아 동남아 의사들이 국내로 들어와 정형외과 구술을 할 날도 올 것 같다”고 경고했다.


한 보험위원장은 “젊은 세대들이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응급수술을 가능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정형외과 환자 수가 많아 그나마 진료 체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낮은 수술 보상률로 인해 비급여 진료로 무게 중심이 쏠린다면 근골격계 필수의료의 붕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정형외과 진료의 붕괴가 시작됐다. 대학병원 정형외과는 입원도 잘 안 된다. 병실도 없고 의사도 없다”며 “수술 수가 현실화, 치료재료비의 수술수가 분리 산정, 80세 이상 내과질환 동반 환자에 대한 전문진료질병군(중증 환자) 편입 등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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