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의 수석상임연구위원은 ‘호흡기 감염병과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올바른 마스크 선택법’에 대한 제언을 담은 건강정보를 30일 내놓았다.
신상엽 위원(감염내과 전문의, 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은 “세계보건기구(WHO)는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의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해제했으며, 국내에서도 6월부터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특별의료체계가 아닌 일반의료체계에서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풍토병화된 코로나19는 나라별로 1년에 두 번 정도의 크고 작은 유행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렇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새로운 불청객들이 등장했다”며,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마스크로 예방이 가능했던 감기, 독감, 수족구병 등의 바이러스 감염병이 예년보다 더 길게 유행하고 있고,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인 황사와 미세먼지도 어김없이 찾아와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감염병과 미세먼지의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목적에 맞는 올바른 마스크 선택과 착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미세먼지, 바이러스, 비말, 비말핵의 크기
미세먼지는 사막 등 건조지역의 흙먼지나 모래가 강한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자연 현상인 황사와 공장 가동 및 자동차 매연 등으로 발생한 인공적인 먼지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미세먼지는 우리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침입자로 간주해 염증반응을 나타내고, 그 결과 알레르기성 결막염, 각막염,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이 유발되고 호흡기 기저질환이 악화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우리 몸에 더 쉽게 흡수돼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하며 암 발생 및 사망률 증가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 2013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의 크기는 주로 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머리카락 단면의 지름이 50μm~70μm임을 고려하면 대략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10μm 이하, 초미세먼지는 2.5μm 이하의 먼지를 지칭한다. 일반적인 바이러스의 크기는 0.02~0.2μm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독감, 감기 등의 호흡기 바이러스는 외부로 나올 때 단독 입자인 상태로 공기에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비말(침방울)’에 함유돼 떠다니게 되는데 이를 ‘비말 전파’라고 부른다.
결핵, 홍역, 수두 바이러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비말이 말라 작고 가벼워진 ‘비말핵’과 같이 전파되는데 이를 통상적으로 ‘공기 전파(비말핵 전파)’라고 부른다.
비말은 5-10μm 정도의 크기를 가지며, 비말핵은 5μm 미만의 크기를 가진다. 비말은 크기가 커서 기침을 해도 2m 이상 날아가기 어렵지만, 비말핵은 기침을 하면 공중에 부유한 상태로 10m 이상도 날아가기 때문에 공간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다.
때문에 공기 전파 감염병은 입원이 필요한 경우 음압 격리실에 입원시켜 병원 감염을 차단해야 한다.
크기만 놓고 보면 미세먼지와 비말의 크기가 비슷하고, 초미세먼지와 비말핵의 크기가 비슷하며, 바이러스의 크기가 가장 작다.
◆ 마스크의 종류(식약처 의약외품 승인 마스크, N95 의료용 마스크, 공산품 마스크)
1. 식약처 의약외품 승인 마스크(보건용 마스크, 비말차단용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 차단율을 나타내는 KF 등급(KF99, KF94. KF80)이 표시돼 있으며, 미세먼지 등의 입자성 유해물질 또는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 보호를 목적으로 사용한다.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 Korea Filter-Anti Droplet)는 일상생활에서 비말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액체저항성 관련 검사가 시험 항목에 포함돼 있으며, KF55-80(평균 0.6 μm입자 55-80% 이상 차단) 수준의 차단 효과가 있다.
수술용 마스크(Surgical Mask, 덴탈 마스크)는 비말차단용 마스크와 시험 항목이 동일하다. 다만, 의료현장 사용 목적상 ‘강도’ 검사가 추가된다. KF55-80(평균 0.6 μm입자 55-80% 이상 차단) 수준의 차단 효과가 있다.
요약하면, 미세입자 및 감염병 차단율은 ‘KF99 > KF94 > KF80 > 수술용, 비말차단용’ 순으로 성능이 있고, 호흡은 ‘KF99 < KF94 < KF80 < 수술용, 비말차단용’ 순으로 용이하다.
2. N95 의료용 마스크
N95 마스크는 국내 식약처 인증이 아닌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 인증 마스크다. 0.02-0.2μm의 바이러스를 95% 차단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 성능은 KF94 마스크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용 목적이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의료용이기 때문에 의약외품이 아니라 의료기기로 분류되며, 환자 진료를 위해 바이러스에 직접 노출되는 의료인들이 주로 사용한다.
3. 공산품 마스크
공산품 마스크는 식약처의 의약외품으로 승인되지 않은 마스크들을 통칭하며 시중에 다양한 형태와 재질의 공산품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다. 의약외품으로 승인받은 마스크에 비해 미세입자 차단 및 감염병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호흡기 감염병 예방과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올바른 마스크 선택
1. 호흡기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낮고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일상 환경
비말차단용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덴탈 마스크)가 추천된다. 학교나 직장에서도 감염병이 유행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호흡이 불편한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보다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덴탈 마스크)가 권장된다.
의약외품 마스크가 없는 경우는 공산품 마스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천 마스크의 경우 유해 물질 차단이 아닌 방한용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2. 의료기관 등 감염 위험·취약시설을 방문하는 환자나 보호자
KF80, KF94 보건용 마스크가 추천된다. 공산품 마스크는 추천되지 않는다.
3. 미세먼지가 심한 일상 환경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KF80, KF94 보건용 마스크가 추천된다. 특수한 분진이 나오는 산업현장에서는 별도 기준의 방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공산품 마스크는 추천되지 않는다.
4. 호흡기 감염병 환자를 돌보거나 바이러스에 직접 노출 가능성이 있는 의료인
N95, KF94, KF99 마스크가 추천된다. 공산품 마스크는 사용하면 안 된다. 특히, 공기 전파(비말핵 전파)가 가능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경우에는 환자를 가능하면 음압병실에 입원시키고 마스크뿐 아니라 추가적인 개인보호구도 착용해야 한다.
KMI 연구위원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은 “마스크는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착용하고 폐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스크는 입과 코를 모두 가리고 피부에 밀착해서 착용해야 하며, 착용 중에는 마스크 겉을 만지는 행동을 삼가고, 마스크를 폐기할 때는 귀에 거는 끈만 이용해 벗은 후 바깥 면을 안쪽으로 접어 끈으로 감고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