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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통과는 간협 집행부 ‘정치력’의 승리 … 의협 ‘무기력’ 대응의 산물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4-28 11:02:28
  • 수정 2023-05-16 21: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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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호 서비스 개선으로 국민에게 득(得) 될수도 있지만 국민적 부담은 크게 늘까 우려

어제(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됐다. 재석 의원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더불어민주당 이원욱‧신현영 의원)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예지 의원과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표결 전에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김예지 의원은 시각장애인으로 어머니가 간호사다. 반면 기권한 신현영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간호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으나 의사단체, 그리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위시한 13개 단체가 동참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극렬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연대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하고 우선 5월 4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간호법은 통상적인 국회 입법절차와 달리 지난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직회부를 의결함으로써, 현 여당이 의석수 소수 정당으로서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를 회피하는 경로를 택했다. 법사위가 60일 동안 제안한 법률에 대한 자구 수정을 미룰 경우 자동으로 본회의에서 상정할 수 있는데, 간호법 제정안은 60일을 넘기고 20일이 더 지난 시점에서 본회의 표결에 올라 사실상 야당의 독단을 원동력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2021년 11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간호법 제정안이 처음 상정된 이후 의료계와 이해 당사자들 간에 다툼은 심했지만 정작 국민들을 개입시킨 버젓한 토론회도 없이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법안이 통과돼 심히 우려스럽다.


우선 여의도판 정치 판세를 볼 때 신경림 직전 및 김영경 현 간호협회장을 중심으로 간협 집행부들이 똘똘 뭉쳐 ‘이익단체의 정치력’을 과시한 게 눈에 띈다. 항간에는 다음 총선에 간호사 표심이 더불어민주당에 집결하고, 간호사들이 야당에 소액정치 기부금도 쏴줄 거라고 한다. 


반면 의사협회와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정치권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미 의사와 간호사의 협업이 잘 이뤄지고 있는 병원들에선 간호법 제정을 저지할 동력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개원가 병의원에서는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처우 개선에 따른 비용 부담, 업무 범위를 둘러싸고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지시(예컨대 병원 행정업무, 수술 보조행위)를 거부할 명분이 생긴다는 점을 우려해 적극 저지에 나섰다.  


이 제정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한다면 결국 보건복지부가 시행령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관련 사회적 비용의 증가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간호법을 세세히 보면 건강보험공단이든 병원이든, 아니면 국민세금이든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이 지출돼야 할 판이다. 예컨대 간호사 1인당 분담 환자 수를 줄이는 것, 의료기관 내 교육전담 간호사 배치 비용을 국가가 대는 것,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의무화하는 것, 일정 의료직역에서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 고용을 의무화하는 것, 간호등급에 강화에 따라 간호사를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진료수가를 받는 것, 간호인력지원센터의 지역별 설립 의무화 등이다.


규모가 작은 개원가에서는 예컨대 간호사가 진단서 발급 보조행위를 간호업무가 아니라고 거부하거나, 수술 보조는 안하겠다고 하면 추가 비용이 들어가고 아예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간호법 통과로 간호사를 더 많이 고용하고 간호사 처우가 나아짐으로써 의료서비스가 개선된다고 마냥 환영할 일은 아니다. 그만큼 의료소비자의 주머니에서 어떤 형태로든 추가 지출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한편으로는 긴급성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에서 의사를 정점으로 한 지휘체계가 간호사 직역 독립으로 흩트려진다면 그에 따르는 피해는 국민이 보게 된다. 예컨대 수술이 느려지고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가 총대를 메고 모든 의료행위에 책임을 지는 게 의료소비자에게는 더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간호법 통과를 저지하지 못했다. 의사들의 의견을 결집하지 못하고 대국민 홍보에 실패한 전략적 실패가 뼈아프다. 간선제에 따라 대의원들이 집행부를 뽑는 간협은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보인데 반해,  직선제로 집행부가 선출된 의협은 동원할 화력(대정부 로비 능력이나 홍보 비용)이 간협보다 막강할 텐데도 이를 저지하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고작해야 TV에 패널로 출연해 간호법의 부당성을 아주 짧은 시간 설명하거나, 이익단체끼리만 성명을 내고 국회 앞에서 농성한 게 전부였다. 제대로 된 TV토론이나 사회적 이슈 제기를 통해 간호법 통과를 막아낼 힘을 축적하지 못했다.


모든 새로운 법의 출현은 국민을 피곤하게 한다.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간호법도 마찬가지다.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 증가가 심각함을,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의료서비스 진행 절차에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설파했다면 이렇게 간호법이 일방 통과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의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의해 입법을 저지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총선을 통해, 민의가 반영된 국회의 결론을 대통령이 쉽사리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짧게는 지난 60일 동안, 길게는 지난 2년 간 의협은 왜 간협의 입법 활동을 저지하지 못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이번 간호법 입법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개념은 '지역사회 간호'다. 간호법 1조는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의사들은 '지역사회 간호'가 노인돌봄, 아이돌봄 사업 등을 간호사가 사업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했고, 이에 간호사들은 ‘가짜뉴스’라며 간호사가 진료행위에서 의사를 지도를 받는 것은 현행 의료법과 다를 바 없다고 대응했다.


지역사회란 아마도 의료기관이 아닌 양로당, 지자체 산하 복지기관, 무의촌 지역을 에둘러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분명 언젠가는 이를 발판으로 ‘() 의료서비스 사업’(가정방문 간호)를 개인 사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의사들이 예전처럼 왕진 가방 들고 가정방문 의료를 할 수 없다면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간호사들에게 준 의료서비스를 맡겨도 좋을 것이다. 다만 현행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 이런 준 의료서비스 신사업을 잉태할 수 있는 것을 놔두고 굳이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간호사 출신인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27일 간호법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지지를 호소하면서 "보건의료 직역 간의 업무 침해는 간호법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와 영리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의료기관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아울러 최 의원은 "의사 부족으로 현장에서 의사가 해야 할 행위가 간호사에게 전가되고, 간호사의 행위는 간호조무사와 간병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일부 의료기관들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법에서 정한 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을 고용하지 않고 간호사나 조무사에게 이 업무를 하도록 해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 의원의 주장을 들어보니 의대 정원 증원이 붕괴돼가는 한국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의사 수가 늘면 어떤 식으로든 의료서비스는 나아지고 필수의료 공백은 메워질 것은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 국민이 불필요하게 신경써야 할 게 하나 늘었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유익성과 관련해 비용은 확실히 크게 늘고 돌아오는 혜택은 그에 비해 적을 것이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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