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암병원 안기훈 산부인과 교수(최은샘), 이주성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광식 AI센터 교수 연구팀이 산모의 심장질환이 조산의 위험인자임을 규명했다. 이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연구로 조산 예측모델 개발을 통해 입증됐다.
조산은 정상 임신주수인 37주보다 이르게 출생한 경우를 말하는데, 전세계적으로 약 11%의 신생아가 조산아다. 조산은 영유아와 소아의 주요사망원인 중 하나로, 5세 미만 어린이 사망의 약 18%가 조산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 증가와 난임 시술 등으로 인한 다태아 출생이 증가하면서 조산 비율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2021년 사이 국내 출생아는 연간 47만1000명에서 26만1000명으로 45%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신생아 중 조산아 비율은 6.0%에서 9.2%로 1.5배 증가했다.
이에 조산 예방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산모의 심장질환이 조산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 서구에서는 보고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아시아인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안기훈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17년 첫 아이를 출산한 25~40세의 산모 17만4926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산과 산모의 심장질환 간의 연관성을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조산 출산을 경험한 산모는 모두 1만2701명이었으며, 전체 산모 중 1만2234명은 하나 이상의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조산은 산모의 여러 심장질환 중 특히 부정맥, 허혈성 심장질환과 강한 연관성이 있었으며, 부정맥 중에서는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이 가장 중요한 조산의 위험 요소로 밝혀졌다.
안기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산모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 관리가 조산 출산을 예방하는 데 중요함을 시사한다”며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의 경우 심장질환에 대한 면밀한 검진이 조산을 예방하고 건강한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슴통증이나 두근거림, 답답함, 어지럼증, 호흡곤란, 이유없는 피곤함과 같은 증상이 있는 여성이라면 미리 고위험산모센터를 방문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주성 교수는 “일반적으로 임신 32주에는 심장의 혈액배출량이 30~50% 증가하는데, 산모가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혈액배출량의 부족으로 자궁과 태반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며 “심방세동, 심방조동이 조산의 위험도를 16% 가량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심근병증, 울혈성 심부전도 조산의 위험성 증가와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계학습을 사용해 조산 예측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예측모델은 88.53~95.31의 AUC를 나타냈으며, 89.59~95.22의 정확도를 보여 조산을 예측하는 데 충분한 성능이 입증됐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통적인 통계적 분석이 아닌 기계학습 분석을 통해 조산 출산과 산모의 심장 질환 간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조산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고, 향후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Preterm birth and maternal heart disease: A machine learning analysis using the Korean national health insurance database’란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한편 안기훈 교수는 자궁경부 길이 단축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21일, 호주 브리스번에서 열린 국제조산학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부 학회(Preterm Birth International Collaborative Australasia 2023, PREBIC-AA 2023)에서 ‘자궁경부의 세포 및 세포외기질 구성의 차이에 대한 가설’을 발표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자궁경부는 임신 기간 중 태아가 밖으로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출산이 다가오면 자궁경부의 길이가 짧아져야 하지만, 그 이전에 자궁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조산의 위험이 커진다. 이럴 경우 약물치료인 프로게스테론 요법이나 물리적 방법인 자궁경부원형결찰술을 통해 예방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