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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의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 ‘올루미언트’ 36주차 이어 52주차에도 효과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4-12 21:11:21
  • 수정 2023-04-15 18: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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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모면적 50%이상서 20% 이하로 감소한 비율 37~41% … 비급여임에도 환자들 치료 의지 강해

한국릴리는 지난 3월 2일  JAK 억제제인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이 국내 첫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alopecia areata, AA) 치료제로 허가받은 것을 기념해 12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동안 원형탈모증은 △스테로이드의 국소도포, 병변내 주사, 경구복용 △면역조절제(면역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 피메크로리무스, 사이클로스포린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을 일으켜 모낭을 자극하는 디페닐사이클로프로페논(diphenylcyclopropenone, DPCP) 국소도포 △발모제인 미녹시딜 도포 △자외선 등 국소 광선치료 등으로 치료했다.


스테로이드는 장기 사용시 혈압 및 혈당 상승, 피부 연화,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이 따랐다. 주로 국소주사로 치료해 넓은 범위의 원형탈모증에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 치료돼 약물을 줄이면 재발하는데(스테로이드 리바운드), 이를 완충시키는 스테로이드 점감법(테이퍼링)은 의도한 대로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타크로리무스와 피메크로리무스는 스테로이드의 보조제 형태로 주로 도포된다. 스테로이드보다는 안전하지만 면역 및 염증 억제 효과가 약하므로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주로 경구 투여되지만 감염질환 취약성, 종양 유발 가능성 등 잠재적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DPCP 도포와 자외선 조사치료는 이런저런 방법을 해도 차도가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동원되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치료들은 경증에 적합하고, 유효성의 근거가 제한적이다.   


JAK1. JAK2 선택적 억제로 T세포 과활성으로 인한 IFN-γ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 진압


한국릴리의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정’

이런 상황에서 올루미언트는 탈모증 중증도 평가지표(Severity of Alopecia Tool, SALT) 50점 이상(두피 부위의 50% 이상에서 탈모)을 보인 18세 이상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미국과 한국에서 승인받았다.


올루미언트는  JAK 억제제로서 4가지 JAK(야누스인산화효소) 패밀리 중  JAK1과 JAK2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원형탈모증은 유전적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T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유발되는데 주로 JAK1과 JAK2 경로를 통해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모낭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거쳐 끊임없이 변화되므로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기에 적합하지만 이른바 면역특권(immune privilege)을 가져 자가면역반응을 회피한다. 하지만 원형탈모증에서는 면역특권이 소실돼 멜라닌 생성과 관련된 모낭 내 자가항원이 공격당해 탈모로 이어진다.


원형탈모증에서 성장기의 모낭은 면역세포(T세포)의 표적이 되고 인터루킨2(IL-2), IL-7, IL-15, IL-21, 인터페론감마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영향을 받아 점차 퇴행기로 전이된다. 이 때 방출된 인터페론감마(interferon gamma, IFN-γ)가 각각 JAK1(인터페론감마 수용체1과 결합)과 JAK2(인터페론감마 수용체2와 결합)와 작용해 자가면역 및 염증반응이 활성화되고 원형탈모증을 가속화시킨다. 따라서 JAK1과 JAK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올루미언트는 기전 상 원형탈모증 치료제로서의 자질을 갖췄다. 


원형탈모증의 유병률 2%, 2021년 17만명, 실제는 더 많을 듯 … 정신적 고통 극심


국내서 원형탈모증 환자는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2021년 17만3791명을 기록했다. 그 중 남성은 9만4466명(54%), 여성은 7만9325명(46%)다. 전체 환자의 약 60%는 20~40대로, 30대가 22.6%를 차지하고 40대 22.4%, 20대 19.3%다. 50대는 17.9%, 60대 이상은 10.8%다. 20대 중반에서 30대에 가장 비율이 높고 40대부터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원형탈모증의 전세계 유병률은 2%다. 남녀나 인종 간에 큰 차이는 없다. 유박린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젊은층의 스트레스 등으로 실제 유병률은 2%를 넘고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전성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10~20%의 발생 원인을 차지하고,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원형탈모증 발생 일치율이 55%에 달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발생한 지 1년 미만이면서 1~2개의 원형 탈모반만 있는 경우 자연회복률이 80%에 달하고, 1년 안에 좋아지는 경우도 60%에 달하지만 자연적으로 회복되거나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약 40%의 환자가 1년 내 재발을 경험하고 심한 경우 두피의 모든 모발이 빠지거나 전신 털이 빠지는 광번위한 탈모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형탈모증은 만성 자가면역질환으로 같은 자가면역질환인 아토피피부염에 걸릴 확률이 탈모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2.36배, 루프스는 4.73배, 류마티스관절염은 1.18배, 건선 1.79배, 백반증 1.72배”라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일반인에 비해 30%가량 높고, 일생의 정신과적 장애 유병률이 66~74%에 이를 정도로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갑상선기능이상을 동반할 확률이 15%, 갑상선자가면역질환을 가질 확률이 19%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원형탈모증이 심해지면 두피의 모든 모발이 빠지거나(전두탈모) 전신의 털이 빠지는(전신탈모) 등 더 광범위한 탈모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며 “미용적인 문제 외에도 정신적 좌절감 등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루미언트는 BRAVE-AA 1, 2 등 2건의 3상 임상시험(36주차 평가)을 바탕으로 승인이 나왔다.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3상 임상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권오상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 겸 대한모발학회 부회장은 올해 3월에 BRAVE-AA 1, 2의 52주차 기간연장 연구 논문을 제1저자로 집필했다. 


올루미언트는 이들 임상에서 위약 대비 우월한 효과를 확인했다. 두 연구 모두 한국인이 참여했으며, 총 참여 환자는 1200명로 SALT 점수가 50점 이상이었다. 1차 평가지표는 SALT 점수 20점 이하(탈모면적 20% 이하로 개선) 달성 비율이었다. 52주차에 평가한 결과 올루미언트군(4mg)의 1차 평가지표 달성비율은 두 임상에서 각각 40.9%, 36.8%로 가 1차 평가지표를 통계적으로 충족했다. SALT 50이 SALT 20으로 개선되면 환자들이 모자, 옷, 화장, 마스크 등으로 탈모 부위를 커버할 수 있어 대다수 환자가 치료에 만족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거의 받지 않게 된다고 권 교수는 귀띔했다. 

BRAVE-AA 1,2 임상연구에서 올루미언트 4mg의 36주차, 52주차 유효성 평가 주요결과

 

참고로 신약승인의 기준이 된 두 임상의 36주차 1차 평가지표 달성률은 4mg의 경우 각각 35%, 32%였다. 


52주의 평가 기간 눈썹과 속눈썹 증가 반응률도 증가했다. 눈썹 ClinRO (clinician-reported outcome, 의사가 환자에게 물어 평가한 점수)가 0또는 1에 해당하거나, 2점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은 4mg 투여의 경우 각각 39.4%, 49.7%였다. 속눈썹 ClinRO는 각각 40.7%, 50.7%였다.


권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52주차 확장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올루미언트 4mg 치료를 52주까지 지속했을 때 두피, 눈썹, 속눈썹 모발의 재성장 효과가 계속해서 개선됐다”며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는 최대한의 효과를 얻으려면 장기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릴리는 올루미언트의 장기효과를 확인하게 위해 100주, 나아가 200주까지 임상시험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올루미언트의 원형탈모증 국내 환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유 교수는 “적응증 획득 이전에도 올루미언트를 오프라벨로 처방한 적이 있었다”며 “적응증 획득 후 비록 비급여이지만 올루미언트 치료를 권했을 때 60% 정도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들였다. 개인적인 예상(30%)보다 두 배 높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올루미언트 4mg의 정당 급여 약가는 2만636원이다. 1일 1회 4mg 권장용량을 따를 경우 한 달에 62만원, 1년에 740만원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릴리 권미라 전무는 급여 확대 신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적응증을 추가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아직 급여와 관련돼 결정되거나 진행된 부분은 없다”며 “원형탈모증 치료의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아 환자들의 접근 권한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원형탈모증 환자가 하루 2만원 정도 본인 부담을 감수할 만큼 치료의지가 강하므로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확고한 유효성이 입증될 때까지는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것으로 관측된다. 


권 교수는 기존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와 비교해 올루미언트의 유효성을 드러낼 수치적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기존 치료제는 대부분 경증 치료에 적응됐고, 유효성 근거가 제한적”이라며 “중증 치료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1대1 비교 임상은 아직 없고, 비교하기도 곤란한 측면이 있으나 기존 치료제가 상당한 효과가 있고 비교적 잘 치료하긴 하지만 유효성은 올루미언트가 다소 낫고, 부작용은 현저히 적은 게 장점”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52주 연구에서 확인된 치료 관련 이상반응 대부분이 경증 및 중등증으로 확인됐고, 장기 치료에서 새로운 안전성 징후가 관찰되지 않은 만큼 올루미언트가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1차 표준치료제로서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1년 상반기 화이자의  JAK 억제제인 ‘젤잔즈정’(Xeljanz, 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citinib)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 것을 계기로  JAK 억제제 전부를 심장 관련 부작용 및 발암 증가 가능성과 관련해 한동안 신규 허가 및 적응증 확장을 중단한 바 있다.


이런 문제와 관련, 권 교수는 “JAK억제제는 면역억제제로서 면역력을 약화시키므로 면역력이 이미 저하된 암 환자나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자, 기력이 쇠한 심장질환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나 원형탈모증은 모낭의 자가면역 공격 외에는 이렇다할 전신 건강에 문제가 없어 임상시험에서도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루미언트의 원형탈모증 치료 분야의 경쟁자로는 화이자의 다른 JAK억제제 계열 후보 약물인 리틀레시티닙(ritlecitinib)이 있다. FDA는 2022년 9월 이 신약후보를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의 원형탈모제로서 신약승인신청을 접수하고 현재 심사 중이다. 올해 2분기 중 허가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리틀레시티닙은 올루미언트와 마찬가지로 1일 1회 경구 복용한다. 고도 선택적 티로신 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의 TEC 그룹 억제제이자 야누스인산화효소 3(Janus kinase 3, JAK3) 억제제로서 이중 기전을 갖는다.  TEC 그룹(또는 패밀리)은 Tec, Btk. Itk/Emt/Tsk, Bmx, Txk/Rlk 등 5가지 비수용체(non-receptor) 단백-티로신 인산화효소(protein-tyrosine kinases , PTKs)를 일컬으며 비교적 최근에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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