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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분만사고 손해배상, 필수의료 지원 국가가 책임져야”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3-04-09 16:37:39
  • 수정 2023-04-11 16: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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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사고 특례법 통과, 난임병원 지원금 체불 개선, 수술실 CCTV 의무화 유보, 간호사법 및 의사면허박탈법 철회 주장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유)는 9일 오후 1시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15차 춘계학술대회에 즈음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한 100% 국가배상 등 6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김재유 회장은 의사회는 이날 “1년에 신생아가 약 30만 명 태어난다고 치면 40~50명의 산모는 의료인 과실이 없어도 사망할 수 있다”며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없을 수는 없지만 산부인과 전문지식 테두리 안에서 의료행위를 완결했다면 분만사고가 나더라도 무과실로 인정하고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국가가 100%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와 착한사마리아인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응급처치 형사처벌 면제 조항)이 모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2 소위로 회부됐으나 현재 계류 중이다.  응급의료법은 1994년 1월 7일 제정돼 2000년 1월 12일, 2011년 8월 4일 두차례에 걸쳐 전문 개정됐다. 


수원고등법원은 최근 분만 과정에서 과다출혈 등으로 뇌손상 장애를 입은 산모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0억6180만원과 2016년 2월부터 발생한 이자를 포함, 15억원을 의료기관이 산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재유 회장은 “국회 법사위가 다른 진료과와의 형평성, 정부 재정 지출을 이유로 분만사고 국가책임제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막고 있다”며 “저출산과 낮은 수가,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 처벌, 수억 원대에 달하는 민사 소송들로 인해 분만이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 숫자는 10년간 3분의 1이나 감소했으며 2020년 12월 기준 국내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23곳, 산부인과가 있어도 아기를 받을 분만실이 없는 지역은 42곳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전체 신생아는 감소하는 반면 고위험 산모는 늘고 있어 분만의 위험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손해배상 금액도 과거 수억에서 지금은 10억원을 넘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사회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을 만들어 의료사고 발생 시 종합공제에 가입돼 있다면 의사가 기소되고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서는 매년 의사 76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다 하루 평균 2명꼴이다. 김 회장은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일부러 의료사고를 내는 의사는 없다”며 “교통사고 특례법이 존재하는 것처럼 의료사고 특례법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선의 의료행위를 함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지속된다면 산부인과 필수의료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전문의 지원을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가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따른 거액 보상과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산부인과를 필수의료로 인식하고 시스템을 보완한다고 운운하면서도 정작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근본 요인에 대한 해결책 제시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유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바이탈사인을 재지 않는 피안성, 정재영으로 몰리는 것은 결국 필수의료의 낮은 수가와 이와 상반되는 높은 의료사고 리스크  때문”이라며 “공공의대를 설립해 의사수를 늘려 지방과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를 진출시킨다는 것은 탁상공론이며, 필수분야로 의사들이 흘러가도록 국가가 의료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의대 졸업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해도 진료할 환자가 없어 손을 놓기 십상이고, 공공병원이라면 당직 또는 교대할 의사기 필요하므로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가 날 게 자명하다”고 비유했다. 이어 “화재에 대비해 늘 소방서가 대기하는 것처럼, 필수의료도 국가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비군처럼 투자해놔야 국민이 만일의 경우 불편없이 필수의료를 이용할 수 있다”며 “공공병원,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 공공의대 신설 등에 헛돈을 쓸 게 아니라 필수의료에 의사들이 지원하도록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 예로 과거 코로나19 산모의 대형병원 응급실 수용 거부 소동과 관련, 분만수가를 3배 높여줌으로써 일부 산부인과가 코로나19 산모를 받아 분만에 나섰다며 필수의료 작동에는 불가피하게 재원이 추가 투입돼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득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낮은 분만수가와 함께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제의 난임치료 지원금 병원 미지급 상황을 꼬집었다. 2022년 경기도가 31개 시·군에 지급해야 할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금은 모두 162억 원 규모인데, 일선 병원들의 지원비 지급이 지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한 난임병원은 2022년 3월부터 최근까지 10억원가량의 지원금을 광주시로부터 받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의사회는 지자체가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난임사업 지원금 결제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어 신속 지급 절차를 마련하고, 장기 미지급금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법정 이자를 병원에게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또 일부 무자격자 대리수술, 의료사고 은폐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이 오는 9월 25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는 소신 있는 진료를 막고, 소극적 진료와 위험성 있는 환자의 대형병원 이송 남발을 부추길 소지가 있어 시행을 유보하고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가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회는 현안인 간호사법 단독 제정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특혜법은 기존 의료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법으로 설령 국회를 통과하더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와 과실치상 등을 제외한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고, 형 집행 후에도 최대 5년간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의 의사면허 박탈법도 과중한 규제이며 이중처벌이라고 규탄했다.


예컨대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저지른 명예훼손·선거법 위반·교통사고 등으로도 범행 정도와 종류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조항은 평등권,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법안도 간호사법 제정안과 마찬가지로 폐기돼야 하고 만일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산부인과의사회는 저수가 및 저출산에 의한 필수의료 붕괴,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 등을 집중적으로 호소했다. 예컨대 신생아 하루 입원 비용은 일당 4만5000원인데 원가보전율은 25~29%에 불과하다. 제왕절개수술 비용 수가 원가보전율은 61%, 산과수술의 원가보전율은 64.5% 등으로 치솟는 인건비, 임대료, 생활물가 등을 고려하면 산부인과를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산과 관련 모든 수가를 지금 당장 2배로 올려도 최근 10년 사이 출생아수가 절반으로 뚝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선 저출산 대책으로 한해 50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도대체 산부인과 의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출산 환겨 개선은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 중 하나로 한방난임사업도 꼬집을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양방치료의 경우 1개월 내 난임치료 성공률이 13%인 반면 한방은 7개월 누적 14%(김동일 동국대 한의대 교수 한약치료 기준)으로 차이가 난다. 그나마 미국의 메타연구에 따르면 40~45세 연령의 고령 임신의 자연임신 성공률은 28%로 알려져 있다. 한방이 자연임신보다 오히려 저조한데 국가가 세금으로 한방 난임치료 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는 것은 선심행정이자 포퓰리즘으로서 한방난임 치료의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이뤄져야 하다고 산부인과의사회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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